지난 기획/특집

124위 복자 탄생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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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 주교 시복 청원·김종수 신부 약전 낭독
교황, 선언문 펼쳐들고 124위 복자 공식 선포
“순교자 신앙 유산, 한국교회 정의롭게 만들어”
124위 복자 선포… 100만명 감동과 환희의 물결
8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124위를 복자로 선포하자 성가대가 부르는 환희의 찬가와 신자들의 환호성이 광화문 일대에 울려퍼졌다. 사진 공동취재단
“본인의 사도 권위로, 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앞으로 복자라 부르고, 법으로 정한 장소와 방식에 따라 해마다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8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 반열에 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포가 울려 퍼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7만 명의 신자들을 비롯해 시복 행사를 보기 위해 광화문 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100만 명의 인파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자랑스러운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선포했다. 순간, 124위 복자화가 처음 공개되고 성가대가 부르는 환희의 찬가와 신자들의 환호성이 광화문 일대에 메아리쳤다.

오전 9시52분 경 입당성가로 예정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 124위 시복미사는 교황이 라틴어로 주례하고 신자들은 한국어로 응답하는 형식으로 2시간 동안 소박하면서도 장엄하게 거행됐다.

교황 앞에 선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가 시복을 청원하고 124위 순교자 시복 건의 로마 주재 청원인 김종수 신부(로마 한인 신학원장)가 124위 약전(略傳, 소개문)을 낭독하고 나자 교황이 선언문을 펼쳐들고 시복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시복식은 절정에 달했다.

교황은 시복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했다”면서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기”를 당부했다.

이어 신앙이 세상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해 교황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염수정 추기경은 “124위 시복식이 열린 광화문은 순교자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으로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도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복음화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더욱 봉사하며 그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한국교회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헌화하고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이동한 교황은 오픈카로 갈아타고 광화문 광장을 돌며 참석자들과 뜨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