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주 아픔 담은 연극 ‘이녁’ 연출 방은미 씨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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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에 짓밟힌 평화’ 알릴 것
강정마을 고통 알게 되면서
제주도 정착해 대본 집필
8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공연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서울토박이 연출가 방은미(요한네스 보스코·사진)씨가 제주 사람이 되어 제주도의 아픔을 담은 모노드라마 ‘이녁’과 함께 상경했다. 혜화동1번지 5기동인과 제16회 서울변방연극제 초청으로 오는 8월 3일까지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이녁’을 공연한다. 지난 1년 간 아름다운 제주 곳곳에 숨어 있는 통증을 느끼며 쓴 작품이다.

“2011년 강정마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당시 공권력이 가하는 물리적인 폭력과 주민들의 아픔을 보면서 그냥 서울로 올라올 수가 없었어요. 2박3일로 계획했던 여행은 두 달이 넘어버렸죠.”

이후 방씨는 여행자로서가 아닌 제주도 도민이 되기로 결정했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강정마을로 갔다. 주민들과 어우러져 아픔과 기쁨을 함께했다. 그러면서 숨은 제주의 이야기들을 알게 됐다. 오십 평생 몰랐던 4·3사건을 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60년 전에는 정부의 욕심으로 3만 명이 죽었어요. 그 역사는 지금도 이어집니다. 강정에서 말이죠. 마을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바다와 땅의 모든 생명들을 학살하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두 사건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겠더군요.”

방씨는 펜을 들어 대본을 써내려갔다. 제주의 통증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제주도 출신 작가와 협업하며 100% 제주 방언으로 구성했다. ‘이녁’은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 3월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관객들의 호응 속에 초연을 마쳤다. 제주도 특히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이 연극은 위로였고 격려였다. 하지만 서울 공연의 의미는 다르다.

“제주의 아픔, 강정의 아픔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함께 움직여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요. 이 연극이 평화로 한 걸음 다가가는 공연이 되길 바랍니다.”

연극이 주님 꿈꾸는 세상의 도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시작한다는 방씨는 전국을 순례하며 ‘이녁’을 공연할 계획이다.

“아직 강정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 모두가 피눈물 나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강정의 현실을 알리고 또 밀양과 세월호 이 시대에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분들과 이 연극을 나누고 싶습니다.”

일반 3만 원.

※문의 02-741-3581 아트브릿지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