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청소년에게 성당은 ‘편한 곳’인가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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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세요. 그들 안에 현존해야 합니다.”

미국청소년사목연합회(NFCYM) 회장 로버트 맥카티 박사가 본당에 청소년들이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청소년사목’이 머리를 싸매는 고루한 질문에 답한 말이다.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나면 그들을 찾아가 교회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면 된다. 제자들을 찾아다니며 부르신 예수님을 따르는 교회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궁에 빠졌다. 우리 청소년은 도대체 어디에 모여 있는 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청소년을 만나 물었다. 학교 밖에 청소년들이 모일만한 곳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소년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동네에 우리가 모여 있을 만한 곳도 없고 있어도 편하지 않아요.”

학교, 학원을 벗어나면 청소년들이 갈 곳이 마땅히 없다. 청소년센터가 있지만 지역의 모든 청소년을 수용할 만큼 충분한 공간과 시설이 없다. 굳이 꼽자면 PC방이나 노래방, 동네 구석 어두운 공터정도다. 그 어느 곳이든 딱히 건전해보이진 않는다.

수원 상촌본당은 성전을 리모델링하면서 청소년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청소년들이 주일·평일을 막론하고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성당을 ‘편한 곳’으로 인식하자 성당에 청소년이 늘었고 자연히 교리·미사 참석률은 2배가 넘게 늘어났다. 물론 본당이 청소년사목에 들인 노력이 공간제공만은 아니지만, 이 공간이 청소년들을 모으는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또래문화를 형성하는 청소년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고, 만난 시간은 추억이 된다. 성당 한 구석에 청소년들의 ‘아지트’를 만들 수 있다면 이들에게 예수님을 친구로 소개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