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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청소년 전용공간 마련한 수원 상촌본당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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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장소 생기니, 성당가기 즐거워요”
리모델링 후 지하층 청소년에 개방
밴드연습 율동준비 독서실로 사용
동아리 활성화되고 주일학교도 성황
“자율성 부여하니 활동 더 활발해져”
19일 상촌성당 지하 밴드연습실에서 청소년들이 성가를 연습하고 있다.
시험기간에도 청소년이 붐비는 본당이 있다. 수원 상촌본당(주임 장동주 신부)은 성당 공간을 청소년에게 개방, 청소년사목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상촌본당은 4년 전 본당 지하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오직 청소년들만을 사용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청소년들만을 위한 공간은 밴드연습실로 방음이 되도록 설비했을 뿐 아니라 최신 밴드장비를 갖추고 있다. 기존에도 연습공간은 있었지만 지하주차장에 임시공간으로 만들어 방음이나 냉난방이 안 되는 열악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교리·미사가 있는 주일에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원한다면 토요일이나 평일에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주로 청소년이 사용하는 요셉홀도 율동 연습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요셉홀은 테이블 없이 신을 벗고 들어가는 마룻바닥으로 한쪽 벽면이 전신거울로 돼 있어 단체로 춤·율동을 배우거나 연습하기에 용이하다.

또 독서실과 같이 칸막이가 달린 책상을 구비해놓고 시험기간에 청소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당 청소년들은 시험기간이면 이 책상을 활용해 성당 교리실 등에 모여 자유롭게 시험공부를 한다.

청소년들이 성당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단 한 가지, 주일학교 교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성당 공간을 사용한 청소년들에게 뒷정리의 책임을 물어, 성당과 성당기물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은 성당에 자신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 있다는 것에 고맙다는 반응이다. 밴드부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연(미카엘라·18)양은 “동네에 청소년들에게 열린 곳도 없고 편하지도 않은데 성당은 우리에게 열려있고 친구들이 많아 즐겁다”면서 “성당에 청소년만 있는 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당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청소년사목에 관심을 기울이자 주일학교에 참석하는 청소년의 수도 급증했다.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리·미사에 참석하는 인원은 평균 84명으로 교적 상 청소년의 23%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본당 교적 대비 중·고등부 출석률이 10% 전후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본당보다 2배 이상의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성당에만 가려해서 큰일”이라며 농 섞인 불평을 늘어놓을 정도다.

청소년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본당 내 청소년동아리도 활성화됐다. 전용 연습실이 생긴 밴드부는 말할 것도 없고 성당 공간을 활용하는 성가부, 율동부, 우쿨렐레부, 사물놀이부와 봉사부, 농구부, 축구부 등 9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 스스로 운영하는 각 동아리는 교리·미사 외 시간을 활용해 활동한다. 성당이 청소년들에게 즐거움의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감 임정희(오틸리아)씨는 “성당에서 ‘살았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본당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성당에 청소년들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서도 성당을 즐거웠던 공간으로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본당 장동주 주임신부는 “교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청소년들이 교회에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니 청소년활동이 더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