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터뷰] 25현 가야금 연주 성가음반 낸 김선림 교수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7-08 수정일 2014-07-08 발행일 2014-07-13 제 290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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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기도 선율 위로의 울림되길”
가야금 연주자 김선림 추계예술대 교수는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한 성가곡이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가와 가야금, 생소한 조합이다. 특히나 25현 가야금으로 연주된 가톨릭성가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추계예술대 국악과 김선림(수산나·41·서울 삼성동본당) 교수가 처음으로 성가와 25현 가야금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의 두 번째 음반 ‘김선림과 가야금, 성가에 물들다’(루오바팩토리/1만4900원)를 통해서다.

“파이프오르간이나 피아노 등 서양악기로 성가를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한 번쯤 우리나라 악기로 성가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려한 듯하지만 담백한 아름다움과 풍성한 선율로 제 신앙을 정성껏 표현하고 싶었어요.”

결과는 의외였다. ‘평화를 주옵소서’ ‘나의 생명 드리니’ ‘생명의 양식’ 등 가톨릭성가책에 담긴 11곡은 그의 손에서 전혀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됐다. 서양악기를 통해 들었던 성가와는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30년 동안 가야금을 연주해 온 한 음악가의 수줍은 신앙 고백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소박한 울림은 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갈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는 이번 음반에서 직접 두 곡의 성가를 부르기도 했다. 손가락으로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어떤 악기보다 큰 울림을 주는 목소리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음반은 김 교수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작업이다. 하지만 결실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9월 추계예술대 전임교수로 부임하면서 음반 제작을 결심했다. “음반 작업을 통해 모든 일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체험했어요. 제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느님께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음반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요.”

김 교수는 올해 초 작업을 시작한 순간부터 매 순간이 감동의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주하는 내내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그는 그것을 주님의 사랑과 축복이라고 말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한 제 가야금 성가가 주님의 섭리 안에서 그분의 평화와 사랑을 널리 전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요. 특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많은 분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레퍼토리를 후배 가야금 연주자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김 씨는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발매한 ‘김선림과 가야금, 영신화상과 푸른 아침을 머금다’처럼 고도의 기술과 기교를 갖춘 음반도 준비하고 있지만 내후년에는 다시 성가음반에 도전할 생각이다.

“하느님께 가야금으로 기도할 수 있는 탈렌트를 받은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합니다. 많은 분의 기도로 제가 여기에 서 있듯, 다른 분들을 위해 가야금으로 기도하고 싶어요.”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