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도대체 무얼 먹고살아야 하나 / 서정홍

서정홍(안젤로·농부시인)
입력일 2014-06-10 수정일 2014-06-10 발행일 2014-06-15 제 289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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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내 손을 잡고 백화점 구경을 갔습니다. 아무리 먹고살기 어렵다고 해도 음식을 파는 곳은 사람들이 북적거립니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지하 매장에 들렀습니다. 말 그대로 식품을 사러 간 것이 아니라 구경을 갔습니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들머리에 맛보기로 내놓은 강정이었습니다. 쟁반에 내놓기가 무섭게 오가는 사람들이 어찌나 잘 먹는지, 나도 한두 개 먹으면서 판매하는 아가씨한테 물었습니다.

“이 강정 국산 재료로 만든 건가요?” “아니요. 재료는 모두 중국산이고요 만들기만 한국에서 만들었어요.” “중국산인데 왜 중국산이라고 써 붙여 놓지 않습니까?” “물어보는 사람도 없어요.” “아무리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요. 사람 몸을 지켜주는 음식인데….”

씁쓸한 기분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콩나물과 두부와 곶감과 고사리는 중국산, 부침개 할 때 쓰는 밀가루와 식용유는 미국산, 바나나는 필리핀산, 도미는 뉴질랜드산, 조기는 덴마크산,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어느 한 가지라도 믿고 살만한 음식이 없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대부분 사람이 마음 놓고 먹어서는 안 되는, 수입 농산물들이었습니다. 앞으로 쌀마저 ‘완전개방’되면 제삿밥조차 수입쌀로 지을 것이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그리고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신문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수입 생선에 색소를 발라 싱싱한 국산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업소 4곳을 적발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덴마크,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한 생선 도미의 표면에 천연식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합성 착색료를 발라 선명하면서 윤기가 나도록 한 뒤 국산으로 속여 비싸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무얼 믿고 먹고살아야 할지 조상님 뵙기 죄스럽고, 후손들 보기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서정홍(안젤로·농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