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쉼터] “피로야 가라” - 창조 질서로 지킨 먹거리

이우현 기자,사진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6-03 수정일 2014-06-03 발행일 2014-06-08 제 289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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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성질의 통밀·보리·찹쌀 섞어 밥 짓고
방풍·호박 등 제철 나물 무쳐 상차림
직접 담근 된장·고추장 더한 ‘건강 식탁’ 
우리농 상품을 활용, 건강한 제철 밥상을 차려낸 이민숙씨.
뜨겁게 내리쬐는 철 이른 햇볕과 숨쉬기에도 버거운 달궈진 공기는 우리를 금세 지치게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하게 먹고 잘 쉬는 것이 최선일 터. 맛은 물론 영양까지 뛰어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제철 밥상은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말 그대로 ‘밥이 보약’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가정에서부터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우리농 먹거리를 통한 자연 밥상을 실천하는 이민숙(로사리아·42ㆍ서울 월계동본당)씨 또한 제철 음식이 가져다주는 힘을 믿고 있다.

이씨를 만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누구나 또 손쉽게 차릴 수 있는 맛있는 제철 밥상의 조리 방법을 소개한다. 더불어 밥상을 꾸밀 오늘의 식재료는 모두 우리농 상품이다.

따끈한 밥 짓기와 아욱 된장국

밥상의 기본이 되는 밥. 이씨는 여름이면 찬 성질의 곡식들을 활용, 오분도미와 통밀쌀, 보리쌀, 찹쌀 등을 섞어 밥을 짓는다.

이 때 죽염을 약간 더하면 밥맛이 더욱 좋아진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찹쌀을 조금 넣어야 소화가 쉬워요. 그냥 현미는 까끌까끌하니 먹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거든요. 전 오분도미와 통밀쌀, 보리쌀, 찹쌀을 7:1:1:1의 비율로 섞어봤어요. 그런데 오늘은 우리 아이가 보리쌀을 조금 많이 쏟은 것 같네요.”

이씨는 음식을 만드는 단계부터 6살, 8살 두 딸들과 함께 한다. 만져보고, 맛 보여주며 과정을 보여주면 완성된 음식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아이들도 건강한 먹거리를 구별하는 눈을 기르게 됐다. 아이들은 시중에 파는 과자, 음료수보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간식을 더 좋아한다.

또 감기로 병원에 가본 적도 드물 정도로 큰 병치레 한 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이야기 중간 뜨거운 김을 내며 밥이 익어가는 동안 국도 준비한다.

오늘의 국은 아욱과 된장을 활용한 아욱 된장국이다.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꽃새우를 넣고 팔팔 끓으면 된장을 풀고, 아욱을 넣은 후 금세 불을 꺼준다.

“된장에는 유용한 미생물이 많이 있지요. 이 미생물들이 파괴되지 않도록 오래 끓이지 않아요. 또한 된장에는 B12라는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해요. 많은 이들이 고기를 먹어야 채워지는 줄 알지만, 미지근한 물에 된장을 타서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해요.”

소박한 나물 세 가지 - 방풍, 버섯, 호박

이름은 생소하지만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방풍나물. 방풍은 미나리과 쌍떡잎식물로 갈라진 잎 끝이 특징이다. 이씨는 먼저 방풍을 집어 들어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넣고 데치기 시작한다.

“이 방풍에는 단백질과 철분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해요. 이같이 우리농에서 공급되는 채소의 경우, 시중의 것보다 그 크기가 들쑥날쑥하거나 벌레 먹은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친환경 무농약으로 길러진 농산물이라는 증거이기에 믿고 먹을 수 있어요. 더욱이 생산지 방문을 통해 우리농의 농부들은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은 주님이 마련해주시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욕심 없이 농사를 지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숨이 죽은 방풍은 냄비에서 꺼내 찬물로 한 번 헹궈 준다. 이어 고추장과 매실청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면 간단하게 완성된다.

“밥과 국, 제철 나물 반찬 등이 전부예요. 저는 많은 것을 첨가하지 않아요. 제가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고 누구나 또 제 딸들까지도 훗날 ‘쉽네’, ‘아무 것도 아니네’ 하며 금방 따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버섯도 같은 방법으로 데친 후 무쳐준다. 버섯을 무칠 때는 조선간장과 들기름을 사용하면 맛과 풍미가 더해진다.

“들기름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쓰는 참기름도, 수입품은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공 과정을 거치고, 화학 첨가물을 넣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우리 깨로 짜낸 우리농 상품을 찾게 되요.”

호박은 애호박을 썰어 소금물에 잠시 담가놓는 것부터 출발한다. 만약 소금물에 담가 놓는 것을 잊었다면 호박을 얇게 썰고 마지막에 소금으로 살짝 간을 더 해주면 된다. 간이 적당히 베어 들어간 호박은 당근과 함께 들기름과 올리브유에 볶아준다. 당근은 맛도 맛이지만 색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당근도 우리농 제품으로, 우리 집에서는 물로만 깨끗이 씻어 껍질을 까지 않고 간식으로 먹어요. 까만 부분이 남아 있더라도,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 증거라고 생각하고 꿀꺽 삼켜버립니다.”

풍성한 상차림

완성된 밥과 국, 나물 반찬을 비롯해 쌈 채소와 된장·고추장·매실청을 같은 비율로 섞은 쌈장, 고등어구이도 차례로 상 위에 오른다. 미리 담가 놓은 열무김치도 얹어본다.

“자, 상차림이 완성 됐습니다. 여기 쌈 채소 안에 든 당귀 잎을 보고 우리 딸이 ‘엄마, 당귀 잎 먹고 물 먹어 봤어요?’ 하면서 신기해 하더군요. 직접 드셔보세요. 아마 청량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직접 먹어보면서 새로운 맛을 알아가는 것이지요.”

단순한 몇 가지 재료들이 근사한 상차림으로 변신(?)했다. 이씨가 만들어 낸 모든 요리의 기본양념은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 등에서부터 시작된다.

“직접 담그고 만들고 하는 일이 번거롭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은데, 저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먹거리를 내가 먹고 더불어 가족들이 먹고 또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쁜 일 아닌가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씨는 스스로 우리농 홍보지에 ‘생명 밥상’을 차리는 방법을 연재하겠다고 나섰다. 블로그(http://blog.naver.com/tamwood.do)를 통해 자녀들에게 필요한 ‘영재를 만드는 밥상’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 역시 좋은 먹거리를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가족들과 함께 봄이면 화전을 부쳐 먹고, 한 여름에는 수박화채로 더위를 달래고,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등 자연이 키운 다양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먹지요. 사실 제철 식재료는 특별한 조리법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 맛이 있어요. 건강에 좋은 것은 더욱 말할 나위가 없지요. 매일 ‘오늘은 또 무엇을 해먹지?’하는 분들에게 저의 조리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이우현 기자,사진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