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탈북 동포들의 정착이야기 (3) / 이경미 (2)

이경미(루치아)
입력일 2014-04-22 수정일 2014-04-22 발행일 2014-04-27 제 289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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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안에서 새로운 삶 살아갑니다
한국에 도착하여 정착교육을 받을 때 ‘하나원’(탈북자들이 정착교육을 받는 곳)에서는 주일마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각종 종교단체들이 찾아왔습니다. 동료들은 저마다 자기가 가고 싶은 종교를 찾아 갔었는데 유물론주의자라고 자처하던 저도 어느새 천주교 신부님과 수녀님이 있는 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멋진 신부님이 결혼도 하지 않고 주님을 섬기고, 이웃집 아줌마처럼 인상 좋은 수녀님이 시집을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웃으면서 속으로는 도대체 ‘주님’이 뭐길래?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몽골 국경을 넘을 때 분명히 신과 같은 존재가 나를 구원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을 좀 더 알고 싶었고, 그런 호기심이 저를 하나원에 있는 내내 주일마다 신부님과 수녀님을 만나는 방으로 가게 했습니다. 30여 년 넘게 유물론주의자로 살아가던 제가 ‘주님’을 알게 되고, 1박2일 가정체험도 강원도의 한 신자 가정에서 보내게 되어 저는 점점 ‘하느님’에게로 다가가게 됐습니다.

‘주님’과의 인연은 제가 대구에 정착해서도 계속 됐습니다. 대구에 정착한 후 살아가던 어느 날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자매님들이 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자매님들은 봉사자로서 명절 때마다 저의 집을 찾아와 선물도 주고 가고, 무엇보다도 저를 너무나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10년 넘게 부모 형제와 헤어져 살아가는 저에게 그분들의 미소와 그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도 와 닿던지….

저는 그분들이 저 멀리 강원도에 계시는 엄마 아빠(1박2일 홈스테이 가정 체험 때 엄마, 아빠로 불렀다)처럼 친근하게 느껴졌고 이 분들이 모두 같은 신앙을 갖고 ‘주님’을 섬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그분들과 마음이 가까워져 가던 어느 날, 저는 주저 없이 “저도 성당이라는 곳을 한번 가보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여쭤봤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그분들은 단 한 번도 제게 선교를 하지 않았고, 신앙에 대한 설교나 강요하는 것 없이 단지 사랑으로 저를 대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 흔히 주변에서 유혹하는 위선적인 모습과 대조되어 마음이 끌렸던 것입니다. 자매님들은 너무나 기뻐하며 저를 성당으로 인도했고 그 성당이 바로 지금 저의 부부가 다니는 ‘00본당’입니다. 저는 강원도의 엄마 아빠와 이 분들에게 모두 진정을 느꼈고 이런 좋은 분들이 섬기는 종교는 분명한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주저 없이 6개월 교리교육을 받았습니다. 제 남편도 함께 교리교육을 받도록 했고, 부부가 나란히 세례를 받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또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가던 저희 부부에게 혼인성사를 통해 축복을 주셨고, 루시아와 요셉으로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주님의 자녀가 된 후 저는 또 하나의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이경미(루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