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탈북 동포들의 정착이야기 (2) / 송지현

송지현(대학생)
입력일 2014-04-08 수정일 2014-04-08 발행일 2014-04-13 제 289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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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어려움
남한에서 생활한지도 이제 5년 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고, 나의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남한과 생활환경이 다른 북한에서 태어나 자라온 나에게 남한에서의 생활은 생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 한 가지를 말하자면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인사말이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입 밖으로 어렵게 나오든지. 일상생활에 많이 쓰는 인사말은 나에게 쉬우면서도 익숙지 않은 어려운 말이었다. 평소에 인사말 습관이 안 되어 있던 나에게 그 인사말은 자주 겉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해와도 함께 인사 나누기보다는 굳은 얼굴로 눈길을 피하기 일쑤였다. 항상 머릿속에선 인사를 해야 한다는 명령어가 떨어지면 입 밖으로 내보내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물론 북한에서 인사말을 안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남한처럼 자신의 의사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익숙지 않았던 탓에, 인사말조차 상대방에게 표현하기엔 너무 서툰 표현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또 하나 생소했던 점은 ‘선택’이었다. 남한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선택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 같은 경우 더욱 심하게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북한에서는 어릴 적부터 조직 안에서 짜여진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생활했기에 그 틀 안에서 선택을 할 기회도, 선택을 해본적도 많지 않다. 한마디로 선택하는 연습이 잘 안 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나는 친구가 “머 먹을래”, “어디로 갈래?”라며 물어도 선택하기보다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엔 친구와 같은 메뉴나 장소로 말없이 따르거나 유일하게 한 대답은 “아무거나”였다.

하지만 표현과 선택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첫 직장이였던 OO마트에서 회사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기계적으로 열심히 인사했다. 어색하고 말이 입에 붙지 않아 집에서 혼자 열심히 연습도 많이 해야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이 어렵 지 그 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인사뿐만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그렇게 어렵게만 생각되던 ‘선택’도 연습을 하고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이젠 커피 마실래 차 마실래? 하면 “아무거나” 라고 말하기보다 한 가지를 선택하여 “커피 마실게요” 라는 말이 척척 나온다. 처음부터 나를 지켜본 친구들은 많이 변한 나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이런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에 과정은 조금 더디고 어려웠지만 지금의 나의 모습에 만족하며 오늘도 나의 생각과 마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선택하며 생활하고 있다.

[알립니다] ‘민족회해일치’ 칼럼은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북한 동포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mary@catimes.kr

송지현(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