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탈북 동포들의 정착이야기 (1) / 이나영

이나영(루치아)
입력일 2014-04-02 수정일 2014-04-02 발행일 2014-04-06 제 288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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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너무 그리운 남한 생활
우리 북한 사람들은 부모형제를 떠나서 살다보니 제일 그리운 게 ‘정’이다. 친혈육이 없다보니 정에 몹시 굶주리는 것 같다. 2013년 10월 하나원에서 퇴소하여 대구 쉼터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지내며, 그 과정에서 쉼터를 운영하시던 수녀님을 알게 되었으며 많은 걸 배우고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셔서 그런지, 내가 금방 나온 한국이지만 별로 낯설지 않았으며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을 하게 됐고 그 생각으로 짧지만 석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식당 아르바이트를 재미있게 하게 되었다.

식당일을 하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다. 우선 언어가 달라서 그런지 조선족이 아니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었고, 중국어의 뜻을 물어보는 손님들도 있었다. 몹시 불쾌함을 느낀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북한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내 자신을 밝혔다. 그럴 때마다 손님들은 미안하다고 했고, 나도 괜찮다고 했다. 그때마다 “돈을 버는 것보다 사람을 먼저 배우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해야 힘들지 않다고”말 한 수녀님이 떠올라 식당일도 힘든 줄 모르고 했다.

내가 공부를 하겠다고 그만 두었을 때는 앞으로 체인점 낼 생각이 있으니 있어달라고, 같이 해보자고 하는 것을 사양하기도 했다. 앞서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이 그만 두었을 때는 아무렇게도 하지 않던 사장님이 멋진 송별상도 차려주시며 아무 때든 오라고 하셨다.어떤 곳에서나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고 본다. 어딜 가든지 간에 대인관계가 정말로 중요하다.

우리 새터민은 딴 건 모르겠지만 언어와 문화가 달라 문제가 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나보다 1년 먼저 한국에 온 한 친구가 일하는 미용실에서는 일이 힘든 것보다 언어와 문화 때문에 동료 간에 생기는 오해와 마찰이 더 힘들다고 했다. 동료들은 그 친구에게만 맞추라고 했다는 것이였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20년 넘게 붙은 습관을 고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속상해 했다. 이런 일이 그 친구뿐 아니라 우리 새터민 모두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나 역시 식당 사장님한테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붙은 습관으로 말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웃으시며 잘못된 점을 알려주셨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수녀님이나 그 사장님처럼 잘못된 점을 가르쳐주고 일깨워주면서 이해하려 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한국 문화에 빨리 맞추고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나에게 지금도 힘든 것이 ‘정’이다. 부모님 정, 다음 사람들과의 정, 이게 제일 큰 문제다.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힘들어 정붙이기가 정말로 무섭다. 이제는 정붙였던 사람들과 이별할 때는 내 가슴이 진짜로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이것이 부모형제를 두고 떠나온 우리 새터민 모두 다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금도 정말로 정이 너무 그리워진다.

‘민족회해일치’ 칼럼은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북한 동포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이나영(루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