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866) 외로움의 시간 / 김동일 신부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
입력일 2014-04-01 수정일 2014-04-01 발행일 2014-04-06 제 288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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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요한 11,1-45)
라자로는 얼마나 예수님을 애타게 기다렸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라자로가 죽은 뒤 찾아오셔서 슬퍼하셨습니다. 눈물 흘리며 애통해 하셨습니다. 그만큼 라자로를 사랑하셨습니다. 라자로는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했을까요? 죽음을 앞두고 라자로는 사랑하는 예수님을 얼마나 간절히 만나고 싶었을까요?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눈을 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라자로는 끝내 예수님을 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이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물론, 그 자리에는 누이들이 있었습니다. 친인척들이 와서 슬퍼했습니다. 그런데 라자로가 사랑한 예수님께서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라자로는 그렇게 외롭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무덤에 묻혔습니다. 예수님께서 부르시기 전까지 나흘간 지독히 외로움 속에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외롭습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회사 동료가 있지만 우리는 외롭습니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지만 이해받기보다는 멀게 느껴집니다. 친구들과 함께 앉아있지만 각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서로가 한걸음 더 앞서 나가기 위해 동료애는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많은 곳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본당, 회사, 학교, 동호회, 가족, 등등. 우리의 몸은 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라자로가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까지 느꼈던 그 외로움, 쓸쓸함을 우리는 지금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 없어서도, 친구가 없어서도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롭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외로우셨습니다.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이 순식간에 도망가고 없습니다. 같이 죽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죽음이란 공포 앞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겟세마니에서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은 모두 도망쳐 버렸습니다. 잡히신 뒤 이리저리 끌려다니시며 고초를 당하시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실 때까지 제자들은 없었습니다. 공생활 동안 예수님께서 사랑하시고, 가르치시고, 돌보셨던 그 제자들이 예수님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지난 3년의 세월이 제자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입니까? 수난의 시간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배척받은 외로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외로우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외로움을 이해하시고 함께 하고자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외로워하는 우리에게 오고자 하십니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어둡고 습한 무덤에서 외롭게 누워있던 라자로를 깨우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름을 불렀을 때, 라자로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외로움, 두려움, 무서움에 떨던 라자로는 떨리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따스함이 온몸을 감쌉니다. 이 기운을 받아 라자로는 일어나고, 걸어서 그 어둡고 음산한 무덤을 나와 예수님 앞에 섭니다.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 하여라.”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외로움, 두려움, 죽음에서 살려내 주시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해주십니다. 무덤에서 나왔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라자로에게 새로운 삶, 자유를 허락해 주십니다. 우리도 외로움과 두려움 때문에 제자리에만 있게 됩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더 깊은 외로움으로 떨어집니다. 그런 저희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괜찮다, 한 발 내디뎌라. 내가 옆에서 잡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의 고통을 홀로 겪어내셨습니다. 당신께서 사랑하셨던 사람들이 곁에 없다는 현실을 이겨내기가 더 어려우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사순은 예수님의 외로움에 동참하는 시간입니다. 라자로가 죽어가면서, 무덤 속 죽음에서 느꼈던 그 외로움을 우리도 느껴야 합니다. 지극한 외로움에 사무칠 때,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죄 없으신 분께서 그 외롭고 무서운 죽음의 길을 왜 걸으셨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라자로의 이름을 따뜻하게 부르시고, 라자로의 묶인 몸을 풀어서 걸어가게 해 주시는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만나는 복된 주간을 우리는 보내야 합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