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사목 방안’ 승인 해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04-01 수정일 2014-04-01 발행일 2014-04-06 제 288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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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적극적 전례 참여 기폭제 마련
“불필요한 죄의식 벗어나 복음 기쁨 찾도록 돕자” 취지
탁상공론 아닌 일선 사목 현장 의견 수렴 거쳐 결정
“사제의 태도·역할, 주일 미사 준비에서 가장 중요” 권고
지난달 27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 모습.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운데)와 사무처장 이기락 신부(왼쪽),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오른쪽)가 주교회의 2014년 춘계 정기총회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교회의 2014년 춘계 정기총회는 주일 미사, 고해성사 참여 활성화를 위한 공동 사목 방안을 확정하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의 틀을 다진 장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3월 24~2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춘계 정총에서 한국 주교단은 특히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사목 방안’을 승인함으로써, 보다 능동적인 전례 참여의 기폭제를 마련했다. 이 사목 방안은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가 밝히고 있는 주일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의무를 명확히 해석, ‘부득이한 경우’ 각 의무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주교회의 총회에서 공동 사목 방안 발표

주교회의가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사목 방안’(이하 ‘공동 사목 방안’)을 마련한 가장 큰 목적은 신자 개개인이 주일 미사나 고해성사와 관련해 불필요한 죄의식에서 벗어나, 복음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교회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이며, 저마다 어려움을 안고 찾아오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집”(‘복음의 기쁨’ 47항)이다. 교회의 참된 개방성을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표지는 바로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다.

그러나 세속화된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일요일은 휴일에 불과하며,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 참여는 복된 은총의 계기가 아니라 단순한 종교적 의무 이행에 불과하다고 인식한다.

실제 한국교회의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판공성사) 참여율도 지난 십여 년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 주교회의도 “주일 미사 참례 신자들이 줄고 고해성사를 기피하는 신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며 “날로 늘어만 가는 냉담 교우 문제 역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주교회의 및 전국 교구별 토의 바탕으로 논의

이 ‘공동 사목 방안’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일부 성직자들이 탁상공론을 통해서가 아닌, 오랜 기간 연구와 일선 사목 현장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된 사목적 결정이라는 점이다.

먼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위원장 이병호 주교)는 2011년 10월 ‘새로운 복음화와 냉담 교우 회두’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냉담 예방과 회두를 위해 주일 미사 참례 의무와 고해성사에 관한 사목적 배려 방안에 주목한 자리였다.

이어 주교회의 2012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주교단은 냉담 교우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와 복음화위원회가 더욱 심층적인 대안을 준비하도록 했다.

관련 내용은 개별 위원회와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정기총회를 비롯해 주교연수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됐다. 동시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는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냉담 교우 예방’ 세미나도 열었다.

‘공동 사목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선 사목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의견을 전국적으로 청취했다는 점이다. ‘주일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의무’, ‘주일 미사 전례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전국 단위의 토론 작업이 2013년 2월 26일~7월 5일 각 교구별로 진행됐다. 이어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각 교구별 토론 결과를 토대로 세미나를 열고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 방안에 관한 공감대를 더욱 넓혔다.

주일 미사 참례 의무 - 고해성사 의무에 대한 사목적 지침

‘공동 사목 방안’은 주일 미사 참례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들과 고해성사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제안들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에 대한 유권적 해석을 골자로 한다. 즉 사목지침서 내용을 새롭게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각 조항을 보다 명확히 해석해 일선 사목현장에서 겪어온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74조 4항은 “미사나 공소 예절에서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주교회의는 먼저 주일 미사 참례를 하지 못한 ‘부득이한 경우’란 ‘직업상 또는 신체적·환경적 이유로 주일 미사에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이 ‘부득이한 경우’, 신자들은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실천하면 된다. 그 중 ‘묵주기도’는 ‘5단을 바치는 것’으로 명시했다. ‘성경 봉독’은 ‘해당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을, ‘선행’은 ‘희생과 봉사활동 등’을 말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경우 고해성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득이하게’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한 신자들에게는 평일 미사 참례를 적극 권한다.

고해성사 의무에 관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90조 2항은 “부활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가 성탄 판공이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다”로 해석했다. 이 같은 노력은 한국교회의 특별한 관행인 판공성사 제도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의 형식화를 초래하고 냉담 교우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추진됐다.

특히 ‘공동 사목 방안’은 고해성사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제안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한다.

⑴ 본당에서 지속적으로 고해성사의 올바른 의미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⑵ 주일 미사 참례에 대한 앞선 논의들을 공지한다

⑶ 부활 판공성사는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으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됨을 공지한다

⑷ 시간에 쫓겨 형식적인 고해성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주일 미사 후나 주간의 특정한 날을 지정해 좀 더 여유롭게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⑸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회예절과 함께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⑹ 면담식 고해성사를 원하는 신자들을 위한 장소를 배려해야 한다

⑺ 지구, 대리구, 교구에 상설고해소를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⑻ 고해성사를 위한 최대한의 시간적 장소적 배려와, 정성을 깃들인 고해성사의 준비와 집전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한 노력 권고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의안집에서는 오늘날 전례 거행은 형식화되고, 예식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반복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깊은 영적 체험이 부족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대신 멀어지게 만드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례헌장의 가르침을 새롭게 인식하고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해 교회 구성원들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주일 미사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사제의 태도와 역할이 꼽힌다. 각 교구별 토론에서는 사제들이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해 강론을 성실히 준비하고, 최대한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미사를 주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자들은 사제들이 마음에 와 닿는 강론, 복음 중심의 강론을 준비해주길 원하는 것이었다.

신자들은 내적인 마음가짐 뿐 아니라 집에서부터 성경을 봉독하고, 공복재를 지키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며, 최소한 미사 시작 1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는 등 외적으로도 성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례 교육과 ▲본당 전례(분과)위원회의 운영 ▲신자들의 능동적인 미사 참례 ▲성찬례와 친교의 공동체 실현 등이 강조됐다. 특히 토론에서는 ▲성경 봉독 및 사제의 강론 즉 말씀 선포를 위한 사제의 강론과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신자들의 준비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신자들이 강론을 통해 복음을 더욱 잘 알아듣도록 하려면, 먼저 사제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솔선수범하고 존재 자체가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의 모습, 스스로 체험한 말씀을 강론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서는 또한 신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간결하고 명료하며 솔직하면서도 시기적절한 강론이어야 신자들에게 유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강조됐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