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9) 노아 이야기의 생태학 (1)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4-01-21 수정일 2014-01-21 발행일 2014-01-26 제 288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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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여러 계약들이 소개된다. 노아와의 계약(창세 9장),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과의 계약(창세 15장 17장), 시나인 산에서 이스라엘과의 계약(탈출 19-24장), 레위(말라 2,4-5), 피느하스(민수 25장) 그리고 다윗과의 계약(2사무 7장) 등이 구약 성경의 계약들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나이 산 계약이다. 구원의 역사에서 이 일련의 계약들은 마침내 예수님의 새로운 계약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마르 14,24 히브 12,24)

이러한 성경의 계약들 중에서 제일 먼저 소개되는 것은 홍수 이후 맺어진 노아와의 계약이다. 홍수 이후 하느님은 노아에게 말씀하신다.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과 내 계약을 세운다.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곧 방주에서 나와, 너희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땅의 모든 들짐승과 내 계약을 세운다.”(창세 9,9-10) 성경의 하느님은 계약을 맺으시는 분이시다. 성경에서 계약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계약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인간과의 계약에서 주도권을 가지신다. 그래서 하느님은 노아와, 땅과 맺는 계약을 “내 계약”이라고 표현하신다. 노아와의 계약에서 시작하여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 계획, 곧 인간 사회와 창조 세계의 힐링(healing)과 회복(restoration)을 주도적으로 계시하신다. 모든 계약에는 표징이 있는데, 노아와의 계약에서 표징은 무지개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

하느님이 노아와 맺으신 계약의 특징은 다차원적(multidimensional)이고 생태학적(ecological)이다. 먼저 계약의 상대가 누구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다. 계약의 첫 상대는 노아와 그의 가족이다. 이것은 노아의 직계 가족만이 아니라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창세 9,9), 곧 “미래의 모든 세대”(창세 9,12)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계약은 하느님과 온 인류 사이의 계약이다. 노아와의 계약은 타락과 홍수 이후 새로운 시작을 표시한다. 즉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상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실상의 구원 계획은 아브라함의 소명에서라기보다는 노아 이야기에서 시작한다고도 할 수 있다.

창세기 9장의 계약은 하느님과 노아의 가족뿐 아니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16절)을 포함한다. 즉 노아와의 계약에는 땅의 모든 피조물이 포함된다. 이 계약에서 강조되는 땅의 차원은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10.12절), “너희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땅의 모든 들짐승”(10절),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15절), “땅 위에 사는 모든 살덩어리들”(17절) 등의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느님은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13절) 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노아와의 계약에서는 왜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강조되는가? 이것은 한처음에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의 완전한 다양성을 반영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창세기 1-2장의 창조 이야기가 노아 이야기의 배경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홍수 이전에 하느님은 노아에게 정결한 짐승, 부정한 짐승, 하늘의 새, 즉 피조물의 모든 종류를, 모든 종류의 생물을 방주 안으로 데려가도록 말씀하신다.(창조 7,2)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세대, 모든 피조물을 위한 하느님의 돌봄과 관심을 발견하게 된다. 즉 모든 종류의 생물이 가지는 생태학적인 의미를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이 노아와의 계약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데, 하느님 자신이 이 모든 종류의 생물과 계약을 맺으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의 창조주이시고 지속시키는 분(Sustainer)이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루카 12,16) 모든 피조물은 인간의 지속가능성과도 밀접히 관련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안녕은 광범위한 다양성 안에서 생물의 풍부함, 곧 생태학적으로 균형 잡힌 관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창세기 9장의 계약은 세 가지 차원의 계약이다. 그것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좁은 차원의 계약이 아니라, 하느님, 모든 민족, 그리고 온 땅 사이의 계약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