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경’ 주제 영화들이 몰려온다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3-12-31 수정일 2013-12-31 발행일 2014-01-05 제 287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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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저렉션’ ‘선 오브 갓’ 등 개봉 앞둔 할리우드 종교물 눈길
성경 소재 반갑지만 실제 내용은 다르게 각색된 경우도
신앙에 도움 되는 메시지·주제인지 주의깊게 살펴야
영화 ‘더 바이블’(위). 영화 ‘노아’ (아래)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12시간을 다룬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2004년 개봉 직후 전 세계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종교’ 영화는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성경의 내용들을 다룬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성경 서사시 ‘레저렉션’(Resurrection)은 신약성경을 기초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의 이야기를 다뤘다. LD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워터월드’ ‘로빈훗’ 등을 감독한 케빈 레이놀즈가 연출하기로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 폭스는 모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갓즈 앤 킹즈’(Gods And Kings)와 ‘엑소더스’(Exodus)를 각각 제작하고 있다. 갓즈 앤 킹즈는 할리우드의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엑소더스는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케이블 채널 히스토리에서 방영된 ‘더 바이블’(The Bible)을 영화화한 ‘선 오브 갓’(Son of God)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성경 내용을 망라한 ‘더 바이블’은 방송 당시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10부작의 다큐드라마이면서도 최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빠른 전개와 더불어 상징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성경을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문에 선 오브 갓의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더 바이블’ 제작자인 마크 버넷과 로마 다우나는 “할리우드와 성경의 조합은 매우 까다롭고, 궤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영화가 좋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춘 방식으로 이야기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영화 ‘노아’(Noah)(파라마운트)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다룬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더 리뎀션 오브 카인’(The Redemption of Cain)(소니)도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사실 성경과 영화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할리우드는 성경적인 스토리텔링에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찰스 헤스톤의 ‘십계’ ‘벤허’가 큰 인기를 누렸고, 이후에도 다수의 종교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 내린 미국에서는 종교영화에 호응하는 신자 비율이 높기에, 성경 주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의 종교영화 제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경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은 종교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만간 한국에서의 개봉을 앞둔 한 영화에 대해서는 성경의 내용에 구전적인 요소가 가미돼 판타지적 장르로 재탄생했다는 비평도 있다.

가톨릭영화인협회 지도사제 조용준 신부(성바오로회)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종교영화들이 메시지나 주제들이 신앙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면서 “성경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 영화를 봤을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신앙이 세상 사람들의 시각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 될 수 있음을 주의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