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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금경축·은경축 맞아 「예수 모습 성경 미술」 펴낸 정양모·학모·웅모 신부

주정아 기자,,사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3-11-05 수정일 2013-11-05 발행일 2013-11-10 제 286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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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향한 마음 책 한 권에 모은 탁덕 삼형제
형들은 기획·글 구성하고 동생은 성미술 접목하고
예수 관련 ‘성서학적 보고서’이자 ‘미술 해설서’
“주님을 정말 가깝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기를”
금경축·은경축을 맞아 「예수 모습 성경 미술」을 공동 집필한 정양모(가운데)·학모(오른쪽)·웅모(왼쪽) 삼형제 신부가 서울 장안동성당 요셉 정원에 모였다.
프롤로그

신부 셋이 모였다. 주인공은 정양모·학모·웅모.

이름만 들어도 단박에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의 예상대로 한 형제다.

그들 앞에 책 한권이 놓여 있다. 「예수 모습 성경 미술」(456쪽/2만 9000원/수류산방).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표지, 여덟 음절 제목조차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몇 장 넘겨보면 잘 인쇄된 성화집 분위기인데 456쪽 분량의 화집치고는 매우 가볍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한장 한장 그 어떤 책보다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예수의 생애를 서술한 책은 넘쳐난다. 수준 높은 성화해설집도 제법 나와 있다. 하지만 성서학적 견해와 교회미술사적 견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책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세 명의 형제 신부들이 바로 「예수 모습 성경 미술」을 세상에 내놓은 공동저자다.

각각 금경축·은경축을 맞이하며 선보인 굵직한 결실을 앞에 두고, 11월 첫날 ‘모든 성인 대축일’ 세 명의 저자를 한 번에 만나는 자리가 어렵사리 마련됐다.

삼형제 사제들의 공동 작품

대화는 이렇다 할 서론도 없이 곧바로 「예수 모습 성경 미술」 속으로 들어갔다.

“그저 읽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마음 속에 새겨지면 이 책은 성공한 것이겠지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가능한 ‘쉽고’ ‘분명하고’ ‘구수하게’ 풀어내는데 초점을 뒀는데, 결국 내 생각일 뿐일지도….”(정양모 신부)

“이 책에는 예수의 일생을 62편으로 나눠, 우선 성서학적 입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연구결과를 집약적으로 담았습니다. 나란히 싣고 있는 것은 그런 예수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교회미술 작품들입니다.”(정학모 신부)

“카타콤 벽화에서부터 18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그리스도교 미술사, 그 중에서 예수의 생애를 표현한 작품 200여 점을 선별해 해설과 함께 엮었습니다. 세계적·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들도 많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잘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꽤 선별했지요.”(정웅모 신부)

「예수 모습 성경 미술」은 정양모 신부(바오로·1963년 서품·전 성공회대 교수), 정학모 신부(루카·1963년 서품·대구대교구 원로사목사제), 정웅모 신부(에밀리오·1987년 서품·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삼형제가 들려주는 예수 일생에 대한 성서학적 보고서이자, 교회미술 해설서이다.

예수 그리스도 일생에 관한 성경구절과 그 풀이, 교회미술사의 걸출한 작품들 뿐 아니라 숨어있는 명작들이 각 장마다 이어진다.

삼형제는 이 책에서 우선 성경이 묘사하는 예수의 일생을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성서학계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간결하게 풀이한다. 200여 점의 작품들은 파노라마처럼 예수의 전 생애를 한 폭으로 펼쳐낸다. 삼형제 모두 미술 분야에선 꽤 탄탄한 소양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엮어내는데 큰 힘이 됐다.

대중들에게 잘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은 읽는 이들이 얻을 수 있는 또다른 덤이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선보이는 부분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 있는 작품이 아닌, 미켈란젤로가 미완성으로 남긴 론다니니 피에타를 소개하는 식이다.

반면 신부들은 “아직까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미술의 많은 부분이 유럽지역에서 창작된 터라, 선별한 작품들 중 동양의 교회미술작은 드문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부록의 구성도 본문에 만만찮게 눈길을 끈다.

우선 부록 1에서는 20세기 대표적인 가톨릭화가인 조르주 앙리 루오의 판화연작 ‘미세레레’ 일부와 해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풀어낸 글과 도판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누구든 쉽게 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웅모 신부는 ‘미세레레’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형님이라기보다는 부모님과 같은 선배 사제들의 지난 삶이, 예수가 점점 잊혀져가는 시대에 중세 때나 그리는 성화를 그린다는 이유로 비웃음을 받으면서도 쉼 없이 묵상하고 성화를 그리는 루오의 삶에 투영되는 듯했다”고 발간소감을 전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가듯

“푸른 하늘에 흰 구름 가듯 청정하게 살아라.”

삼형제 신부들의 어머니는 틈이 날 때마다 들릴 듯 말듯 이 말을 내뱉었다. 사제들에게는 표어처럼 유언처럼 남아있는 말이다.

아들 셋을 하느님께 봉헌한 어머니는 항상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이였다. 둘째 정학모 신부가 뇌수술을 세 번이나 연달아 받으며 사경을 헤맬 때에도 살려달라는 청원기도 대신 ‘주님 뜻대로 하소서’만 반복했다.

어머니·아버지의 지극한 기도를 먹고 성장한 첫째 정양모 신부와 둘째 정학모 신부는 올해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이했다. 정학모 신부가 정양모 신부보다 3살이나 어리지만, 유학을 떠난 형보다 딱 하루 먼저 사제품을 받아 선배가 됐다. 큰 터울이 지는 막내 정웅모 신부는 지난해 사제수품 25주년 은경축을 보냈다.

삼형제 신부는 평소에도 각자가 가진 역량을 집약해 책을 한 권 내고자 계획을 했었다. 바쁜 사목 일상에 치여 밀리고 밀렸던 기회는 삼형제의 금경축과 은경축을 밑거름 삼아 열매를 맺었다.

예수 생애에 관한 글은 ‘예수공부’와 ‘예수닮기’를 위해 한 길을 걸어온 한국 신약성서학계의 석학 정양모 신부(전 성공회대 교수)가 대표로 정리했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교회미술 작품 중에서 예수 생애 각 주제별로 평균 3편씩, 200여 점의 작품을 고르고 해설을 풀어낸 이는 정웅모 신부다. 정웅모 신부는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교구 성미술감독이라는 역할도 맡아내며, 주보 등을 통해 우수한 교회미술을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이였다. 독일 뮌헨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신학대학에서 논리학도 가르쳤던 정학모 신부는 전체 책 구성은 물론 부록 정리에 힘을 실었다. 덕분에 이 책은 성경 옆에 세워두고 참고 도서로 읽으면 안성맞춤일 작품이 됐다.

“오래 전부터 마음을 모은 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보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뜻있는 작업을 하자고 나서게 되었습니다.”(정웅모 신부)

“본당 사목을 하면서 시각적인 자료를 활용한 교리공부로 오랜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입체적인 교리서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습니다.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고 느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지요.”(정학모 신부)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을 깊이 깊이 맑게 맑게 드러낸 분입니다. 특히 소외된 밑바닥 인생들에게 정을 듬뿍 쏟은 그런 분이셨지요.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주님을 정말 가깝고 친근한 분으로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정양모 신부)

정양모 신부
정학모 신부
정웅모 신부

정양모 신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 마음 속에 새기는 기회 되길”

정학모 신부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진 50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정웅모 신부 “신자들에게 도움될 작업, 형님 사제들과 함께라 뜻 깊죠”

에필로그

삼형제 신부 모두 금경축·은경축을 맞이한 소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양모 신부는 “큰 병, 큰 사고 없으면 맞이할 수 있는 금경축”이라며 조용히 한 발을 뒤로 물렸다.

올해 성유축성미사 중 금경축 축하를 받은 정학모 신부는 “그때 머릿속엔 ‘정말 많은 이들에게 빚을 졌구나, 정말 고맙구나’라는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제란 누구인가, 사제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 듯하다”고 말한 이는 정웅모 신부다.

“우리는 한 교구에 있었으면 많이 싸웠을 것”이라며 마주 앉은 삼형제 신부들 사이로 한바탕 웃음이 지나갔다. 이들 삼형제는 뜻밖에도 제각기 다른 교구 소속 신부들이다. 정양모 신부는 유학 중 안동교구 설립을 맞아 가난한 교구사제를 자원했고, 정학모 신부는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로 성장했으며, 정웅모 신부는 서울로 이주한 후 신학생이 됐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사목하다 책 한 권을 통해 서로의 지난 시간을 나눈 삼형제 신부들. 이들의 내일은 다시금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귀결된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고 따르는 노력은 쉼 없이 이어질 것이다.

주정아 기자,,사진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