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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 김성춘 시인

입력일 2013-04-02 수정일 2013-04-02 발행일 2013-04-07 제 284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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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뜻 받들어 문학 활동에 더 매진할 것”
문학에 평범한 삶 특별하게 만드는 힘있어
일상의 삶 속에서 새로움 발견하고 노래해
“문학은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신앙인으로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신앙시를 열심히 쓴 것도 아닌데 ‘한국가톨릭문학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 송구스럽고 영광입니다.”

제1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김성춘(비오·72) 시인은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라는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하며 문학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1974년 시 전문지 「심상」에서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해 시인으로 등단한 김 시인은 외로워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는 문학 청년시절이 늦은 편입니다. 외로워서 시집을 읽다가 시를 썼고, 라디오 방송이나 잡지 등에 시를 투고해 제가 쓴 시가 발표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가 20대 시절 느꼈던 시 창작에 대한 재미가 40여 년 동안 시인으로서 살아오도록 이끈 셈이다.

김 시인은 ‘시인은 자연이 주는 말을 받아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까, 그는 자연 속에서, 일상의 삶 속에서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노래한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느끼기 위해 집 근처의 산인 남산, 토함산 등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등산하고 있어요.”

그는 자연의 조그마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시어로 담아내며 자연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연 중에서도 특히 ‘바다’는 그에게 특별하다. 김 시인의 바다는 자연 그대로의 바다이기도 하고, 경주에 와서 만난 왕릉, 남산, 유적지들도 그에게는 바다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김 시인에게 바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의 바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즉 김 시인에게 바다는 ‘삶의 은유’이다. 그는 바다와의 대화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진솔한 일상 언어로 표현한다.

김 시인의 시 세계는 삶의 축복과 존재의 소멸이라는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 제가 살아가는 삶의 축복을 노래합니다. 평화롭고 정결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존재의 기쁨과 사랑을 발견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존재의 소멸을 노래합니다. 사라지는 것에 관한 어둡고 슬픈 측면이에요. 동전의 양면이죠.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으니까요.”

수상작 「물소리 천사」는 열한 번째 작품집으로, 일상 삶의 깨달음과 신에 대한 깨달음이 녹아들어 있다. 김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하느님의 존재를 깨닫고 있다고 한다. 하느님의 존재를 느꼈던 것은 몇 해 전, 아내와 함께 떠한 파푸아뉴기니 선교활동이라고 말했다.

“파푸아뉴기니 오지에 있는 울링간성당에서 머물렀는데 새벽쯤 아내가 잠을 자다 일어나 밖을 나갈려다가 2층 높이에서 떨어져 다치게 됐습니다. 사지는 멀쩡했지만 머리를 다쳐 꽤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곳에 계신 신부님, 수녀님, 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하고,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김 시인은 파푸아뉴기니에서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기적을 믿지 않았는데 믿게 됐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들은 「물소리 천사」 4부에 그대로 담겨 있다. 또한 「물소리 천사」에 실린 시 ‘불국사엔 고래가 산다’를 살펴보면, 김 시인은 현실과 허구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시인은 김소월 시인의 서정성과 김춘수 시인의 감각적 환상성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43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정년퇴임을 한 김 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문예창작대학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김 시인은 창작 활동을 통한 만남과 인연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독자들, 제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며 “소통되는 시, 공감을 주는 시, 사소함 속에 있는 감동을 주는 시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시인은 가족사를 통한 삶의 재의미를 발견한 내용을 담은 열두 번째 시집 「천국보다 낯선」을 올해 발간할 예정이다.

김성춘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1974년 시 전문지 「심상」에 박목월, 박남수, 김종길 시인의 추천으로 첫 신인상을 수상, 「바하를 들으며」 외 4편으로 등단했다.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 43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울산 무룡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 울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리목월문학관 교육국장, 계간지 「동리목월」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어진 시편」, 「섬. 비망록」,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삶」, 「수평선에 전화 걸다」, 「비발디풍으로 오는 달」 등 11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제2회 월간문학 동리상, 경상남도 문화상, 제1회 울산 문학상을 수상했다.

● 수상작 「물소리 천사」

김성춘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물소리 천사」는 단정한 아름다움으로 내면세계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언어로 빚어내 소개한다. 맑고 단정한 시들과 더불어 생의 원숙기에 들어선 시인의 평화롭고 정결한 시선으로 바라본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새벽과 아침 사이의 고요한 명상의 틈, 선명한 풍경과 어스름한 잔상 사이의 미묘한 틈에서 시인은 존재에 대한 기쁨과 사랑을 발견한다.

총 51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은 1, 2, 3부는 일상 삶의 깨달음을, 4부는 신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4부에서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은 길이 아니었다’는 부제가 달린 시 8편은 김 시인이 아내와 함께 파푸아뉴기니 오지 봉사활동에서 겪은 체험을 시로 표현한 것으로, 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문학평론가 장석주 시인은 「물소리 천사」 해설에서 김 시인의 시 세계를 ‘슬픈 명랑함의 시’라고 말한다. 시인의 시 세계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기억과 풍경들을 음악성으로 환치해서 가시화하는 세계 속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내면세계의 깊이에서 우러나는 언어풍경의 단정한 아름다움이 잔잔히 가슴 속에 스며든다.

● 심사평 / 심사위원 김종철(아우구스티노) 시인

가톨릭 문학은 치유의 힘을 내포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그 보듬는 손이 ‘언어’가 될 것이며, 가톨릭 문학적 정신을 구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수상 후보들은 이러한 시작 정신을 꾸준히 천착해서인지 수상자를 정하는 데 힘들었지만, 그 중 김성춘 시인의 시집 「물소리 천사」를 주목했다. 그의 시편들은 구원의 메시지들을 영성적으로 이미지화하며 높은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수상작인 김성춘 시집 「물소리 천사」는 투명한 관찰력을 통해 일상에 숨겨진 모든 희망적 메시지를 찾아낸다. ‘슬픔은 비처럼 어디서나 내린다고 당신이 말했을 때’ 혹은 ‘기저귀에 똥 싸는 어린 별이 내게로 왔을 때’ 그는 순수한 눈으로 작고 연약한 것들의 가슴에 난 상처를 바라보며, 거기서 비롯된 시적 감수성을 통해 생(生)의 결핍과 꿈을 감지한다. ‘13월 초순인가 사월 초순인가 하여간 그 근처’같은 생의 아픔을 견디는 그에게는 ‘맨발이 우는’ 시의 세상이 있을 뿐이지만, 시인은 생기 넘치는 언어로 그 견딤의 시간에 담긴 치유의 힘을 이끌어낸다.

김성춘의 시에는 겸손의 미학도 담겨있다. 그것은 그가 풍경을 ‘내려다보지’ 않고 ‘마주보기’ 때문인 것이다. 그의 시 속에 등장하는 일상의 풍경들은 시인 자신과 하나 된 듯 꾸밈없는 편안한 시선으로 삶의 음영을 관찰한다. 그 겸손한 목소리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숨은 아름다움까지 전하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여기’ 함께 살아가는 주체들을 위한 세상의 기도로서, 영성이 공존하는 그의 시편들은 이러한 낮고 고요한 목소리 안에 우리 모두의 소망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