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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가톨릭신문, 읽는 사람들 보내는 사람들

이지연 기자,이우현 기자,김진영 기자
입력일 2013-03-26 수정일 2013-03-26 발행일 2013-03-31 제 283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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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고받을 때를 떠올려보자. 정성을 바탕으로 상대가 필요로 하는 선물을 전하는 경우에는 주는 사람도 큰 기쁨을 느낀다. 그것이 신앙의 선물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86년의 역사를 이어온 가톨릭신문은 신문 보내기·후원 사업을 통해 신앙을 전하는 복음 선물의 매개체로서 30여 년간 따뜻한 마음을 담은 후원자들을 대신해 신앙의 향기를 널리 펼쳐왔다.

이번 호에서는 30여 년간 가톨릭신문을 구독해 온 박태원(마태오)씨, 두 달 갓 넘은 새내기 독자 변재근(안드레아)씨, 교도소로 74부의 신문을 보내온 후원자 강종식(안드레아)씨, 27년간 교도소로 신문을 전달해 온 문월순(젬마)씨 등 네 명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의 기쁨을 깨닫고 그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는 선물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 27년간 교도소에 신문 후원한 문월순씨

“어려운 사람들 보면 늘 돕고 싶지요”

“나같은 사람을 취재해서 뭐해요. 좋은 일하는 분들 얼마나 많다고…, 그런 분들 기사를 내보내야지.”

27년간 재소자들에게 가톨릭신문을 후원한 문월순(젬마·70·전주교구 신동본당)씨는 그간 후원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먼저 물었다.

“재소자들이 신문을 잘 읽나요? 신자 아니신 분들도 많이 읽으세요?”

얼마 없는 시간을 쪼개서 신문을 읽고, 세례를 받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문 씨는 후원자가 아니라 어머니같아 보였다.

“나는 몰랐어요. 제가 27년간 보냈는지도…. 그저 신문에서 교도소에 후원 부탁한다는 글을 보고 후원을 시작했는데 이번에 연락와서 27년이나 된 지 알았네요.”

문씨는 가톨릭신문 외에도 여러 매체들을 재소자들에게 후원하고 있고, 자식들에게도 아프리카나 수도회에 후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27년이나 후원했지만 오히려 재력이 없어 더 후원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후원하고 싶은 데는 많아요. 신문 보면 안타까워요.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분들께 다 하고 싶은데 재력이 안돼요.”

신문에서 읽었던 어려운 사연의 주인공들이 생각나는 지 잠시 울먹이는 목소리가 났다. 신문 기사를 눈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고 있음이 전해져 왔다.

신문에 실린 미담의 주인공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문씨도 몇 년 전에는 작은 자매의 집에서 봉사를 하기도 하고, 30년 넘게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살게 해주신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기적으로 살아요. 제가 한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 알고 계시는데, 앞으로 가톨릭신문이 잘 운영돼서 우리 국민들이 하느님을 열심히 믿게 하고,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김진영 기자>

■ 최다 부수 후원자 강종식씨

십시일반 모으는 것이 ‘나눔’의 참 의미

십수 년 전, 새벽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을 찾은 강종식(안드레아·청주 성모성심본당)씨는 본당으로 신문 보급·홍보 활동을 나온 가톨릭신문 임직원들을 만났다.

강씨는 이날 이후 총 74부에 이르는 부수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들을 위해 후원하고 있다.

“당시 사장 신부님께서 미사를 주례하시고 강론을 통해 가톨릭신문의 보내기·후원 사업을 소개하면서 신앙적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을 위해 신문을 보내달라고 청하셨어요. 교도소에 지속적으로 신문을 보내주시던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해 주셨지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주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그분의 뜻을 이어갈 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강씨는 할머니가 보내던 부수를 그대로 물려받아 신문 보내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수감자들이 계속해서 교회 소식을 찾고,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이는 강씨 자신의 신앙생활을 비춰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업과 신앙생활 간의 괴리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하고 사업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님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신문 보내기·후원에도 자연스레 참여하게 됐어요. 신앙은 늘 곁에 있고, 바깥에서는 성당을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데다 교회 매체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수감자들에게는 모두 어려운 일이지요. 더불어 가톨릭신문과 같은 교회 매체가 그들을 위한 선교사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저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강씨는 자신이 보내기·후원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새카맣게 잊고 살았다.

부수 역시 특별히 챙겨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인터뷰 섭외 연락을 통해 다시금 자신이 해 온 일들을 상기하게 됐다.

“이왕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각자 마음에 둔 것을 십시일반 모으는 것이 나눔의 의미가 아닐까요. 몇천 원의 적은 돈이지만 그 돈을 아껴 남을 위해 쓴다면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겠다고 찾아오시니 쑥스러울 따름이에요.”

또한 강씨는 앞으로도 신문 보내기·후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창간 86주년을 축하합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와 그 역사를 함께해 온 산증인으로서 신앙생활의 길잡이가 돼 주세요. 제가 이 사업을 계속하는 한, 신문 보내기·후원 또한 계속 참여할 것입니다.” <이우현 기자>

■ 30여 년 장기 독자 박태원씨

오랜 신앙 동반자에 감사·축하를….

매일 새벽미사와 묵주기도를 거르지 않고 봉헌하는 박태원(마태오·76·서울 한남동본당)씨에게 ‘가톨릭신문’은 오랜 신앙 동반자다. 말 한마디 건네는 법이 없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풍성한 신학적·교리적 내용은 박씨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금요일이면 신문이 딱 도착해요. 그러면 제일 먼저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을 펼쳐요. 컬러면에 나오는 성화가 눈에 쏙쏙 들어오고, 정 신부님의 설명은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34년이 넘도록 국립의료원에서 세포학자로 재직했던 터라 유럽지역은 한 번도 여행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때문에 유럽의 다양한 성화를 소개하는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이 박씨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나 예술 작품 관람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유명한 성화를 공부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가톨릭신문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본당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약 14년간 예비신자 교리 교육 봉사자로 지낸 그는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과 신동철 신부의 ‘교회법아 놀자’ 등 교리적·신학적 기획코너도 열심히 찾아본다.

“차 신부님의 조리있는 해설과 신 신부님의 명쾌한 답변은 제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좋은 기획들이 많아서 예비신자 교리 교육 때도 많이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신문을 통해 얻는 기쁨을 혼자만 간직하지 않는다. 좋은 글귀를 찾아서 자료화하고, 함께 활동하는 레지오 단원들에게 전해주곤 한다. 그렇게 만든 자료가 이제는 책 한 권으로 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박씨는 “신앙 안의 상식들은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좋은 글귀를 담아 나눠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보람되고, 서로의 신앙에 살을 찌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벌써 30여 년 동안 가톨릭신문과 동반해 온 박씨는 “창간 86주년을 맞은 가톨릭신문에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며 “앞으로도 성화를 비롯해 가톨릭교회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기획을 다양하게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연 기자>

■ 갓 2개월 구독한 새내기 독자 변재근씨

교회 소식·교리 전해주는 신앙 생활 도우미

독자 변재근(안드레아·서울 광장동본당)씨는 지난 1월 중순, 본당에 찾아온 가톨릭신문 보급·홍보팀을 통해 가톨릭신문을 구독하게 됐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 때부터 가톨릭신문을 접했어요. 부모님 역시 가톨릭신문의 오랜 독자이시죠. 어릴 때부터 가톨릭신문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가정을 꾸린 지금에도 가톨릭신문을 구독하려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마침 신문 보급·홍보팀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변씨는 두 달 가량 신문을 구독하면서 가톨릭신문을 통해 새로운 교회 소식과 함께 교리 상식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이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가톨릭신문을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요. 여러 가톨릭 매체의 일환으로 가톨릭신문을 통해 깊이 있는 교회 소식과 교리 상식, 성사 생활 등의 신앙 정보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영성 관련 특집기사도 많더군요. 가족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함께 하지만 전문 교리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신문을 가까이에 둠으로써 도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요.”

어린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한 변씨는 앞으로 아이들의 신앙 교육에도 가톨릭신문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직은 많이 어리지만, 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가톨릭신문을 함께 보면서 신앙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신앙교육 관련 기사들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변씨는 변호사로서 가끔 교도소에 있는 수형자들을 접견하기도 한다. 때문에 신문 보내기·후원 사업에 대한 생각 또한 남다르다.

“구독 신청 당시 가톨릭신문에서 신문 보내기·후원 사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나눔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되지요. 직업상 가끔 교도소 안으로 접견을 갈 때가 있는데 교도소의 무거운 공기와 제한된 생활을 살펴볼 때, 가톨릭신문과 같은 교회 매체가 그곳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밖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그곳에 갇혀있을 때는 바깥세상이 무척 그리울 거예요. 무엇보다 교회 매체는 선교는 물론, 수감자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요. 앞으로 수감자들도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식들이 실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이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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