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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가톨릭신문, 읽는 사람들 보내는 사람들 - 가톨릭신문이 보내지는 곳을 찾아서

박지순 기자,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3-03-26 수정일 2013-03-26 발행일 2013-03-31 제 283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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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선교사’들의 후원으로 배송되는 가톨릭신문은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간다. 벽과 철조망 안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병마의 고통과 싸우는 이들에게, 외딴 공소에서 신앙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우리가 직접 만나 선교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전하는 이 작은 선물은 그들에겐 더없는 기쁜 소식이 돼주고 있다.

교도소, 공소, 병원에서 가톨릭신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지는 모습과 그들이 느끼는 기쁨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안양교도소

교도소. 그 주위를 둘러싼 담장의 높이는 4m에 불과하지만 그 벽을 넘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스도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며 감옥 안에 있는 형제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할 것을 가르쳤지만 그를 실천하기엔 교도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우리가 직접 넘을 수 없는 이 장벽도 가톨릭신문을 통하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 가톨릭신문이 교도소의 벽을 넘어 수용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안양교도소를 찾았다.

“신문 왔어요.”

안양교도소 천주교 담당 이동기(예비신자) 교도관의 발걸음이 가볍다. 가톨릭신문을 수용자들에게 전해주는 날이면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의 눈엔 오늘도 신문을 받고 기뻐할 수용자들의 밝은 표정이 선하다.

천주교 교도관이 받아 창고에 보관한 가톨릭신문은 분류를 거쳐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사동에 분배된다. 하지만 안양교도소에 배달되는 가톨릭신문이 바로 수용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교도소행사 등이 연달아 있는 주간에는 전달이 연기된다. 그때마다 수용자들은 “이번엔 신문이 언제 옵니까”하며 교도관에게 묻곤 한다.

가톨릭신문을 기다리는 수용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학수고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현재 교도소에서는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족하다. 수용자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읽고 싶은 책을 교도관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심지어 TV도 볼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가톨릭신문을 기다리는 수용자들의 마음은 식을 줄 모른다.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종교다. 그중에서도 천주교 모임에 신심 깊은 신자가 많다는 것이 교도관들의 설명이다. 이동기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가톨릭신문을 받으면 모든 기사를 정독하고 스크랩하는 등 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수용자들이 가톨릭신문을 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따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을 애독하는 수용자 김 보나도씨는 “가톨릭신문을 통해 참삶의 의미를 알게 됐다”면서 “신부님들의 영적 말씀이 신앙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신문기사에서 신부님이나 형제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수용자들이 가톨릭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
가톨릭신문을 운반 중인 교도관의 모습.
<이승훈 기자>

춘천교구 화천본당 오음리공소

강원도 화천군, 이북과 맞닿아있는 이곳은 평야를 찾아볼 수 없는 산간지역이다. 주위 어느 곳을 돌아봐도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도 가톨릭신문은 보내진다. 산골 마을 공소 공동체에 전해지는 가톨릭신문의 이야기를 찾아 춘천교구 화천본당(주임 김근오 신부) 오음리공소를 방문했다.

강원도 산골 마을 오음리. 이곳 공소는 화목하기로 유명하다. 작은 공소지만 공소 울타리도 신자들 손으로 직접 만들고 야생화로 제대를 꾸며가며 공동체가 힘을 모아 공소를 가꾸고 꾸려간다. 이 작은 공소 한 편에는 가톨릭신문이 놓여 있었다. 사실 이 공소에는 가톨릭신문과 얽힌 사연이 있다.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후원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가톨릭신문사의 방문에 오음리공소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매주 꼬박꼬박 보내지는 가톨릭신문이 누군가 공소공동체를 위해 후원하기에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오음리공소 신자의 대부분은 고령에 경제력 없이 홀로 생활하는 신자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 즐길 거리가 많지 않은 이들에겐 매주 가톨릭신문을 기다리는 것이 삶의 낙이다. 공소회장이 공소에 가톨릭신문 가져오기를 하루라도 늦노라면 어김없이 “신문은 어디 있느냐”며 찾기 일쑤였다.

고령의 신자들뿐 아니었다. 공소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들의 절반은 인근 군부대의 장병들. 신앙생활을 쉬이 할 수 없는 군인들은 공소를 방문하고 공소에서 가톨릭신문을 읽으며 신앙을 쌓아갈 수 있었다. 또 공소 신자들이 돌려 읽으며 신앙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산골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교회소식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미 오음리공소 공동체에 가톨릭신문은 소중한 존재였다. 신자들은 본인을 위한 구독 이외에도 공소 내 어려운 신자를 위한 선물, 교도소·군부대·병원·공소 등에 보내기에도 적극 참여했다. 공소 신자들 스스로 또다시 누군가를 위한 후원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신청한 신자만 30명 이상, 공소에서 활동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었다. 신청부수는 일반 본당에서 홍보해 신청 받은 수보다도 많은 수였다. 현재 오음리공소에 후원되는 가톨릭신문은 공소 내 어려운 환경의 신자나 군 장병들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이웃을 위한 사랑의 마음은 또 다른 이웃에게로 퍼져갔다.
오음리공소에 배달된 가톨릭신문.
가톨릭신문을 받은 오음리공소 신자들.
<이승훈 기자>

강남성심병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강남성심병원을 찾은 22일 오전, 병원 천주교 원목실 김병옥 수녀가 기자를 환우들의 입원실로 안내해 줬다. 이날은 마침 가톨릭신문이 환우들에게 전달되는 날이어서 환우들이 가톨릭신문을 접하는 모습과 반응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김병옥 수녀는 기자에게 “환우들이 결국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하느님을 절실히 찾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가톨릭신문이 신자는 물론 냉담교우와 비신자에게도 간접선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목실 도서봉사를 맡은 최미섭(안나)씨와 김정열(마르가리타)씨가 가톨릭신문이 실린 카트를 밀고 병실로 들어서자 신장 수술을 받고 13일부터 입원 중인 김용현(안드레아·68·안양 석수동본당)씨가 반갑게 신문 한 부를 전해 받았다. 가톨릭신문 10년 독자인 김용현씨는 “병상에 누워 이렇게 신문을 받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집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기사가 새롭게 느껴지고 지나간 70년 세월을 보다 의미 있게 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보여주는 미담기사를 감동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병간호를 하고 있는 아내 조영실(마리아)씨도 “남편을 간호하다 병실에서 가톨릭신문을 처음 만났을 때 어찌나 놀라고 반가웠던지 모른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에게는 가톨릭신문이 배달되는 날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일과가 됐다.

도서봉사 카트가 병실을 나와 복도를 따라 다음 병실로 이동하자 다리에 무거운 깁스를 한 김봉천(52)씨가 “가톨릭신문 한 부 주세요”라고 외친다. 신자냐고 묻자 아니라고 대답한다. 김봉천씨는 지난 1월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파쇄 골절돼 3개월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김씨는 성당에 다니지는 않지만 오래 전에 성경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 매주 가톨릭신문을 받아 보고 있었다. 내용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 좋은 일 하고 착하게 살자는 얘기 아니냐”며 “가톨릭신문을 보고 있으면 유익하고 흥미 있는 기사가 많아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료하지 않고 퇴원 후에 성당에 나갈까도 싶다”고 답했다.

도서봉사자 최미섭(안나)씨는 “가톨릭신문이 실린 카트를 밀고 병실에 들어섰을 때, 신문을 달라는 환우를 보면 보람이 느껴져 너도 나도 가톨릭신문을 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다리에 깁스를 한 김봉천씨는 비신자지만 가톨릭신문 열성 독자다.
가톨릭신문 10년 독자인 김용현씨가 병상에서 원목실 도서봉사자로부터 신문을 받고 있다. 김용현씨는 “병상에서 신문을 받아보니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박지순 기자,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