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콘클라베(교황 선거), 이렇게 한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3-03-05 수정일 2013-03-05 발행일 2013-03-10 제 283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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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2 득표자 나올 때까지 … 당선 동의 즉시 종료
만 80세 미만 추기경 117명 중 115명 참석
시스티나성당서 후보 선발 없이 비밀 투표 
투표 기록 일체 소각 … 결과도 영구 봉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2월 28일 오후 8시(한국시간 3월 1일 새벽 4시) 교황직에서 사임하면서 가톨릭교회는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상태가 됐다. 전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교황 선거 절차에 대해 알아본다.

■ 콘클라베 관련 규정

교황 선출에 대한 규정은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를 따른다. 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 6월 11일, 2013년 2월 25일에 각각 자의교서(Motu Proprio)를 발표, ‘주님의 양 떼’ 규정 일부를 수정했다.

콘클라베 참석 선거인은 추기경 중 사도좌가 공석이 되기 전날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이다. 선거인 수는 최대 120명까지 허용하는데,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지역 출신으로 추기경단을 구성함으로써 교회의 보편성을 드러낸다.

2013년 2월 28일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은 207명, 그중 80세 미만 추기경은 117명이다. 영국과 인도네시아 추기경이 이번 콘클라베에 불참하므로, 선거인 수는 115명으로 준다.

지난 4일 바티칸에 모인 추기경단이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준비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콘클라베 개시 일정

‘주님의 양 떼’에서 이번 콘클라베와 관련, 언론의 이목을 끄는 조항은 콘클라베 개시 시점을 명시한 제37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으로 사도좌가 공석이 된 지 15~20일 사이에 개시해야 한다. 만 15일을 기다리는 것은 아직 로마에 도착하지 않은 추기경들을 위한 배려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월 25일 자의교서를 발표, ‘주님의 양 떼’ 제37조에 “모든 선거인 추기경이 도착하면 선거 개시를 앞당길 권한도 있다”는 문항을 추가함으로써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dean of the College of Cardinals)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3월 1일(금) 추기경단(College of Cardinals) 전원에게 콘클라베 소집 서한을 발송했고, 3월 4일부터 매일 두 차례씩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 회의(Congregation of Cardinals)를 열었고, 여기에서 콘클라베 개막 일정도 결정했다.

■ 콘클라베, 어떻게 진행되나?

교황 선출에 앞서, 추기경단은 지혜와 덕망이 높은 성직자 2인에게 ▲현재 교회가 직면한 문제점들과 ▲새 교황 선출에 필요한 분별력에 관한 두 가지 묵상자료를 요청한다. 첫째 자료는 콘클라베 개시 전에, 둘째 자료는 선거인 추기경들의 비밀엄수 맹세 후에 제공한다.

콘클라베 개시일 오전에 추기경들은 바티칸 성베드로대성전(이나 기타 적절한 곳)에서 교황 선출 청원 미사를 드린 뒤, 오후에는 교황궁 바오로성당에 모여 ‘오소서, 성령님’(Veni Creator) 성가를 부르며 선거 장소인 시스티나성당으로 장엄하게 행렬한다. 추기경들이 수석 추기경을 필두로 1인씩 복음서에 손을 얹고 비밀 엄수와 외부 개입 배제를 맹세하고 나면 외부인은 전원 퇴장하며, 수석 추기경의 선거 개시 동의에 이어 선거인 과반수가 선거 개시에 지장 없음을 판단하는 즉시 선거를 시작한다. 이때 투표와 개표를 진행할 계표인과 검표인도 추기경단 중에서 추첨으로 결정한다.

수석 추기경이 콘클라베를 주재하게 되어 있으나, 수석 추기경이 선거권이 없으면 차석 추기경이, 차석 추기경도 선거권이 없으면 일반적 서열에 따라 선거인 추기경 중 최고령 추기경이 주재한다.

■ 3분의 2 이상 득표하면 당선

투표시 후보는 따로 선발하지 않고, 선거인 각자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다. 투표용지는 상반부에 라틴어로 “나는 교황으로 뽑는다”(Eligo in Summum Pontificem)는 문장이 인쇄돼 있으며, 하반부에 교황으로 뽑고자 하는 이의 이름을 직접 쓰게 돼 있다. 투표는 선거인 전체의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이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

추기경들은 투표지에 기표한 뒤, 두 번 접은 투표지를 위로 치켜들고 서열 순으로 제대 앞으로 나아가 “나를 심판하실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나는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선거합니다”라고 맹세한 뒤 투표지를 집표함에 넣는다.

투표가 완료되면 계표인들은 투표지에 기재된 이름을 확인하며 읽어주고, 선거인 전원이 득표 사항을 기록한다. 계표가 끝나면 투표지와 득표기록을 다시 점검한다. 투표지와 관련 기록 일체는 소각하며, 투표결과 보고서는 영구 봉인해 교황청 비밀문서고에 보관한다.

당선자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규정도 있다. 오전과 오후에 각 2차례씩 사흘 동안 투표했는데도 미결이면 1일간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 대화, 묵상을 한 뒤 재투표를 7회 실시한다. 기도 후 7회 재투표를 세 번까지 반복했는데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직전 투표의 최다득표자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며, 둘 중 한 사람이 3분의 2 이상 득표할 때까지 양자투표를 한다. 단, 최다득표자 2인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새 교황 선출 결과를 알리는 굴뚝 연기. 흰 연기는 선출됐음을 의미하는 신호다.

■ 하베무스 파팜, 새 교황이 탄생하였습니다!

선출이 이뤄지면, 수석 추기경이나 최고 선배 추기경이 선거인단을 대표해 교황직 수락 동의를 구한 다음, 동의를 받는 즉시 교황 이름을 묻는다.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등의 이름도 이때 정해진 것이다. 이어 교황 전례원장이 의전담당 사제 2인을 증인으로 삼고, 새 교황의 수락과 그가 택한 이름을 증명하는 문서를 작성한다. 피선자가 당선을 동의하는 즉시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새로 선출된 교황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다음, 수석 부제 추기경이 밖에서 기다리는 백성들에게 새 교황의 선출 사실과 이름을 이렇게 공포한다.

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Habemus Papam!

매우 기쁜 소식을 발표하겠습니다: 새 교황이 선출되었습니다!

Eminentissimum ac reverendissimum Dominum,

지극히 탁월하시고 공경하올 분,

Dominum [이름], Sanctae Romanae Ecclesiae Cardinalem [성],

거룩한 로마 교회의 추기경 [본래 이름]이십니다.

Qui sibi nomen imposuit [교황명].

이분은 자신을 [교황 이름]로 명명하셨습니다.

이어 새 교황은 성베드로대성전 발코니에서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

■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현황

2013년 2월 28일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의 숫자는 모두 207명, 그 중에서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해 교황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교황의 사임일인 2월 28일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 수는 117명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키스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자신의 성 추문 의혹에 대해 시인하고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고, 이와 별도로 인도네시아의 전 자카르타대교구장 율리우스 다르마트마드자 추기경이 불참을 통보함에 따라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은 모두 115명이다. 따라서 그 중에서 3분의 2 이상, 즉 77표 이상을 받으면 교황으로 선출된다.

이들 117명 중에서 50명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67명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이들을 대륙별로 보면, 유럽 출신이 61명, 라틴아메리카 19명, 북아메리카 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1명, 오세아니아 1명이다.

국가별로 보면, 80세 미만 추기경은 이탈리아 출신이 28명으로 절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미국이 11명으로 두 번째이다. 독일이 6명이고, 스페인과 브라질, 인도가 각각 5명씩이다. 또 폴란드와 프랑스가 각각 4명, 캐나다와 멕시코가 각각 3명씩,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가 각각 2명씩이다.

아시아 대륙의 경우, 인도는 80세 이상 추기경이 2명, 80세 미만이 5명으로 총 7명의 추기경이 있어 독보적이고, 필리핀이 총 3명 중 80세 미만이 1명, 레바논과 중국이 80세 이상과 미만 각 1명씩 2명의 추기경을 갖고 있다. 그 외에 한국, 태국, 이라크가 80세 이상 추기경 각 1명,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에서 각각 80세 미만의 추기경이 1명씩 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