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국민 행복의 새 시대 / 조은상

조은상 (토마스 아퀴나스·좋은세상행복연구소장)
입력일 2013-01-08 수정일 2013-01-08 발행일 2013-01-13 제 282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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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다. 1960년대의 보릿고개와 1인당 GNP 100달러를 극복하고 2013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선망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경제개발이 우리의 행복을 키워주지는 못한 것 같다. 국민들에게 “지금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던 시절보다 더 행복한가?” 물어보면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잘 산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고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이스털린 패러독스(Easterlin Paradox)’를 확인시켜 준다. 실제 각 나라의 행복도를 측정한 조사를 보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비롯한 OECD 선진국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개발의 후유증

경제개발이 국민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데 왜 모든 국가들이 경제개발을 목메어 외치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를 마치 기적을 이룬 나라인 양 칭송하는 것일까? 더글러스 러미스(Douglas Lummis)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란 책을 보면 경제발전이 국가의 정책이 된 것은 1949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루먼이 개발되지 않은 나라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원조를 행하고 투자를 하여 발전시킨다는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면서부터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발전하다(develop)’의 의미는 물건에 싸인, 종이나 천에 싸인 것이 조금씩 나오는 듯한 변화를 가리키지만 미국의 시각에서 미개발국가, 즉 식민지에서 막 해방되거나 아직 식민지 상태에 있는 가난한 나라를 대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발전(development)이란 새로운 언어가 다시 만들어지면서 경제발전 정책이 국가정책으로 되었고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는 유엔 역시 경제발전 정책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발전의 전제는 어느 나라나 경제를 발전시키면 미국처럼 풍요로운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이후 반세기를 지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가 경제발전을 최고의 신조로 받드는 개발경제학자를 중심으로 경제성장 정책에 나서 더러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대부분 외채 증가와 가난의 악순환이란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개발 정책으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우리나라조차 그 실체를 살펴보면 결코 장밋빛 그림이 아니다. 1960년대의 절대적인 빈곤은 면했지만 외채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폭증하여 2012년 6월말 현재 4186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특히, IMF 이후 국가정책이 신자유주의적 흐름으로 전환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진행돼 중산층은 무너지고 빈곤층은 확대됐다. 상위 20% 가구 소득이 하위 20%보다 13배 높아 OECD 국가 중에 가장 소득이 불평등하다. 더구나 가구당 평균 부채 역시 5291만 원으로 원리금 상환이 힘든 가구가 많다. 중년층 중 대출 등으로 겨우 집을 장만한 경우도 자녀의 학자금, 대출 빚, 그리고 다가오는 조기 퇴직 등으로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1월의 대한민국은 어떤 시대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고용이 불안하여 피곤증이 누적된 사회의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빈부의 격차 역시 심화돼 자살률이 OECD 1위, 출산율 및 국민의 행복감이 OECD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 정책

1인당 GNP가 1만 달러를 넘어서면 GDP 성장이 국민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이 급속히 줄어든다는 사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확인됐다. 2만 달러를 넘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이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는 시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1%의 재벌과 부유층이 아니라 99%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역설하면서 중산층, 노년층 및 국민 행복에 대한 이슈를 선점한 새누리당이 정권을 다시 잡은 것은 이러한 흐름을 읽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대선 결과를 보면 중장년층의 대부분은 누가 옳으냐는 정의의 문제보다 먹고 사는 경제, 국민행복을 외치는 공약에 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경제성장을 들먹이는 정책보다 국민의 행복에 초점을 두는 경제사회정책이 필요한 시대다.

공약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며 앞으로 5년간 정책의 근간이 된다. 새누리당의 중산층을 크게 늘리겠다는 공약, 국민 행복 시대를 만들겠다는 공약 등은 과거의 경제개발정책 프레임과는 차별화된 경제민주화 정책, 국민 행복정책에 대한 목표를 추진하고 매년 그 실행결과를 측정하여 공표할 때 목표에 조금씩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에 대한 공적인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질까? 대한민국 국민 1억의 눈동자가 지켜보고 있으니 2017년까지의 과정과 결과가 더욱 기대된다.

문의 메일 aquinascho@hanmail.net

조은상(토마스 아퀴나스)씨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서울흥사단 부대표·좋은세상행복연구소 소장 등으로 일하고 있다.

조은상 (토마스 아퀴나스·좋은세상행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