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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채 몬시뇰 특별 인터뷰] “사랑으로 열매 맺는 인류 공통문화로 향하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2-12-04 수정일 2012-12-04 발행일 2012-12-09 제 282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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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삼천년대 인류 문화는 동양·한국 중심으로 발전
착취 위주의 서구 문화는 한계에 도달
생명 중심의 인류 ‘공통문화’ 형성해야
교회, 미래 전망 제시하며 역사 흐름 이끌어 나가야
신자 본연의 역할 해낼 수 있도록 교육·지원 이뤄져야
‘생명·사랑의 문화’ 이끌면 젊은이도 교회로 돌아올 것
정의채 몬시뇰(바오로·서울대교구)의 이름 앞에는 대개 ‘20세기 가톨릭 최고의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자리한다. 그는 석학으로 인정받으며 한국교회 학문 발전과 후학 양성에 이바지해 왔을 뿐 아니라, 복잡다단한 역사적 사건들 안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고 그에 관한 대안을 제시하는 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왔다.

올해 미수(88세)를 맞이했지만 그의 학문 연구와 복음 실천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정 몬시뇰은 제삼천년대는 인류문화의 중심이 서구에서 동양, 그 안에서도 한국으로 옮겨오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류가 하나가 되어가며 더욱 좋은 삶, 공통의 문화를 이루는 제삼천년대는 하느님 창조 경륜의 더 높은 실현 단계라고 확신한다. 이어 제삼천년대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안에서 한국의 선도적 역할과 한국교회의 질적 성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세상 안에서 교회는 사회를 선도(先導)하고 또한 선도(善導)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의채 몬시뇰의 미수연을 앞두고 진행한 특별 인터뷰를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가 나아갈 미래 지향적인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정의채 몬시뇰은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뿐 아니라 현대의 각종 사상에 능통한 학자로서, 제삼천년대 들어 인류가 다같이 살아야 할 삶 즉 인류 공통문화 형성을 주창하며, 국내외 학문계와 실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특히 그의 의견은 세상 안에서 구현돼야 할 교회의 모습과 역할에 구체적인 힘을 실어준다.

정 몬시뇰은 “세속사와 종교사는 모두 하느님의 창조 경륜이고 어느 것도 독자적인 분리 형태로 있을 수 없다”며 “존재론적, 우주론적, 자연사적, 인간학적으로 서로 얽혀 있는 두 면을 분리시켜 완성하려는 것은 큰 착오”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사랑’을 핵으로 하는 가톨릭교회의 위대한 영성이 제삼천년대 들어 급속히 진행되는 새로운 인류 공통문화 창출과 발전에 빛과 소금,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할 중대한 사명을 지닌다”고 역설한다.

■ 인류 공통문화 창출

현대 사회의 모습에서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미래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지금 이 순간의 나만을 생각하고, 지금이 꼭 끝인 것처럼 살고 있다.

정 몬시뇰은 이러한 모습을 지적하며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일치되어 살아가는 ‘인류 공통의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인류 ‘공통문화’는 생명을 사랑하고, 인지(人智)의 발전과 양심, 기술 발전은 모든 생명이 분수에 맞게 해당 권력과 부에 골고루 참여하고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통문화 안에서 실현되는 인간 삶은 평면적이고 지역적인 성격을 넘어 세계적, 우주적 성격을 지닌다.

정 몬시뇰은 지난 2000년 11월 중국 보인(輔仁)대학교 설립 70주년 기념 세계 철학자 대회에서 이미 제삼천년대 새로운 인류 공통문화 창출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스도교를 뿌리로 하는 서구 사상은 각양각색의 동양 종교 사상과 만나 인류가 같이 살아가는 공통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정 몬시뇰의 핵심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의 초석이 된 공통이념은 ‘생명문화’였다. 그는 ‘생명문화’야말로 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정 몬시뇰은 “역사 전체를 보면 전쟁과 그릇된 이념의 지배 등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기들도 있었지만 이것은 지나가는 역사의 한 토막이며, 다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습 그대로의 인간성이 발휘되면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회복한다”고 전한다.

정 몬시뇰은 “인간이 자유를 그릇되게 사용하고, 또한 잘못인 줄 알면서도 일시적인 욕심과 이기심을 부려 혼란이 일고 인간성 자체가 상처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류 역사는 결국 발전되어가며, 이제 인류가 하나 되어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고 말한다.

제삼천년대가 열리면 인류 역사에 새로운 빛이 비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경제적 성취와 안락에만 도취된 인류에게 주어진 것은 사회경제 기반의 붕괴와 대립 등이었다.

정 몬시뇰은 “식민지 착취에 이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를 멋대로 휘몰아가며 착취를 감행했던 서구 문화는 이제 그 한계에 이르렀고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난 2000년 동안 이어진 서구 중심의 인류문화는 끝이 나고 서서히 그 중심이 동양으로 옮겨오며, 새로운 삼천년대 인류 문화사의 진화를 영원까지로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정 몬시뇰은 제삼천년대 인류문화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하는 것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이르는 인류 구원 경륜에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온 인간이 비록 상처를 받아 탈선을 반복하게 될 지라도 결국은 하느님의 창조 경륜을 이뤄낼 수밖에 없는 전 인류문화사의 흐름을 조감한 결과”라고 밝혔다.

■ 제삼천년대는 하느님 창조 경륜의 더 높은 단계

“세상 질서와 영성 질서는 모두 하느님의 계획에서 나온 것이기에 하느님 창조 경륜의 실천으로 인류 공통의 삶, 즉 인류 공통문화 형성을 교회가 선도(先導) 혹은 선도(善導)해 완성해야 합니다.”

정 몬시뇰은 젊은 시절에는 거의 교회 내 활동에 치중했지만, 연륜이 쌓여갈수록 새로운 차원에서 실현되는 하느님의 창조 경륜을 투시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세워왔다. 이에 따라 정 몬시뇰은 “세상 질서 진행도 결국은 창조주 하느님의 참과 선, 미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 완성은 그리스도의 사랑의 구속사업 구현”이라고 말한다.

즉 일련의 인간 발전 과정들은 하느님 창조 경륜의 새로운 실현단계로 인류 공통문화 창출과 증진을 촉진시키는 하느님 창조의지의 표출이라는 것이 정 몬시뇰의 설명이다. 물론 인류 공통문화는 끊임없는 확신과 의심 등의 혼란 속에서 많은 시간 동안 시련과 실패와 지속적인 노력을 거쳐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인류의 공존과 공조, 공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기구나 조직보다 가톨릭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공통문화 지각변동 속의 한국

정 몬시뇰은 평소에도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며 ‘제대로’와 ‘한 만큼’의 정신을 강조해오곤 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들여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이 ‘한 만큼’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기에 정치·사회적으로 어지러운 문제만 나온다는 것이다.

정 몬시뇰은 지난 2010년 국가원로회의 위원 자격으로 정책자문을 하는 가운데 “G20 서울선언의 개발도상국가 개발 제안이 실천만 된다면, 그야말로 서울 정상회의는 인류에게 역사적 큰 공헌의 단초를 열어줄 것”이라며 “이번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개도국 개발의 실천적 기구 성립이 있었으면 하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 또한 전한 바 있다.

최근 인천 송도에 유치된 개도국 녹생성장을 위한 세계기구인 ‘녹색기구기금’을 예견한 듯한 발언이다. 그는 제삼천년대, 한국의 역할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가장 빈곤했던 식민지 국가, 이념 전쟁으로 초토화된 나라에서부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한국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욱 구체적으로 서울에 개도국을 위한 개발은행을 설립하고, 청년 문화봉사단을 전 세계에 적극 파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시련에 직면한 자본주의 경제를 따뜻한 자본주의 경제로 이끌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한 발전’ 등으로, 증오와 갈등, 대립과 투쟁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 사조의 흐름을 사랑의 실천과 나눔으로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 교회의 선도(先導)와 선도(善導)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앞으로 이끌 것인가, 어떻게 착하게 이끌 것인가. 정 몬시뇰은 특히 “평신도들이 사회 곳곳에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는 세상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하면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변화해 나간다. 그런데 정 몬시뇰은 “이제 교회는 세상 변화에 적응하는 차원을 넘어서 먼저 실천함으로써 미래 지향의 전망을 제시하고,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교회가 먼저 개혁과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안에서 여전히 제시되는 과제는 평신도들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교회 위치가 어떠한 지 냉정히 돌아봐야 합니다. 보편교회에서는 아시아 및 세계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에 기대하는 바가 큰데, 우리는 과연 그 기대에 응답할 모습을 갖췄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령화되는 현실에서 교회의 앞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정 몬시뇰은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교회에서 젊은이들의 자리가 비는 것은 막연한 미래에 마주할 문제점이 아니라 현재 맞닥뜨린 사안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젊은이들이 교회에 머물고, 각자의 역량을 올바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대안으로 이른바 ‘선교·문화봉사국’ 설치를 권고했다.

교구 차원에서 전문 부서를 두고 사제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 몬시뇰은 “이제 한국에서만 선교를 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새 시대에는 사랑 실천의 모양새도 바뀌어야 한다”며 “개개인의 의지에만 기대는 사랑 실천이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 힘을 실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면서 돕고, 나아가 보다 폭넓은 공동선을 실현하며 국가 정책도 바꿀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 생명의 문화에서 사랑의 문화로

앞서 밝힌 대로 정 몬시뇰은 우리 사회 안팎에 ‘생명의 문화’ 개념과 실천사항을 본격적으로 알린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새로운 시대는 인류 구원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을 요구한다”며 “지금까지는 물질문명이 정신문화를 압도했지만, 이제는 문화를 더욱 근본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한다.

“생명수호는 모든 것의 기초입니다. 생명을 사랑하고 윤택하게 하자는 것은 바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인류 가치관의 초석으로, 어떤 종교나 문화도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진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공존과 공생, 공영의 가치관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정 몬시뇰은 이른바 ‘문화회의’도 제안했다. 인류는 인간 본성에 근거한 문화를 바탕으로 전쟁과 같은 다양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몬시뇰은 “인간 문화는 결국 누구나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나를 지향한다”며 “문화회의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떻게 존중하고 협력할 지, 생명을 함께 살아갈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러한 노력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더 높은 단계의 봉사활동, 즉 ‘사랑의 무조건적인 문화봉사 활동’으로 인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정 몬시뇰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인간 삶의 표현인 인류 문화는 어차피 ‘사랑의 문화’로 진화해간다”며 “교회가 개인의 연민이나 호의의 애덕과 같은 구태를 벗고 먼저 선도(先導)와 선도(善導)로 생명의 문화를 이끌면, 수많은 젊은이들을 하느님의 나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무의식 중에 감행하려는 봉사의 원천인 사랑은 하느님 삼위일체의 사랑에서 흘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기운을 세계 곳곳에서 발산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에 열렸던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이룬 성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삼천년대 하느님의 창조 경륜을 실천하는 데에는 한국 젊은이들의 역량이 큰 몫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몫은 사랑의 문화를 향한 봉사활동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 정의채 몬시뇰 약력

정의채 몬시뇰은 1925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덕원신학교 고등부와 가톨릭대학교를 거쳐 1953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가톨릭대 교수와 대학원장, 총장 및 신학대학장을 역임했으며, 서강대 석좌교수로도 오랜 기간 활동했다.

특히 정 몬시뇰은 서강대 부설 생명문화연구소를 설립, 초대소장을 역임하며 ‘생명의 문화’ 확산과 이를 ‘사랑의 문화’로 승화시키는 데 매진해왔다. 이렇게 교회 안팎에서 펼친 교육과 학문적 업적 등을 인정받아 제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과 한국가톨릭매스컴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국민훈장 석류장과 모란장도 받았다.

그동안 펴낸 저서 35권도 학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간 결실로 큰 관심을 모아왔다. 「형이상학」, 「존재의 근거 문제」, 「철학의 위안」을 비롯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라틴-한글 대역 시리즈와 차동엽 신부와의 대담집인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학대전」 라틴-한글 대역은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의 대표 언어인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독어, 스페인어 및 영어 외 문화권에서는 처음 번역돼 세계 학계에서도 호평한 바 있다. 또한 정 몬시뇰은 수많은 학술 발표문과 시론, 대담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삼천년대 인류의 삶인 ‘인류 공통문화’의 형성과 방향 지시에 탁월한 시각을 제시해왔다.

최근 펴낸 저서 「인류 공통문화 지각변동 속의 한국 1」에서는 제삼천년대 인류문화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진로와 한국교회의 역할을 탁월한 안목과 혜안으로 밝혀냈다. 이 책은 총3권으로 기획된 인류 공통문화 관련 기획 시리즈 첫 권으로 ‘한국사회’를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갔다. 앞으로 출간할 2권과 3권에서는 각각 ‘인류 공통문화 지각변동 속의 한국교회의 역할’과 한국의 현대화·미래화 측면에서 하느님 창조계획의 비전과 실천을 다룰 예정이다.

◆ 정의채 몬시뇰 미수연·출판기념회

“한국교회 최고 석학이자 교육자·예언자”

정의채 몬시뇰 미수연(米壽宴)과 저서 「인류 공통문화 지각변동 속의 한국 1」 출간 및 「신학대전」 12권의 완역을 축하하는 행사가 정 몬시뇰 제자들의 공동주관으로 11월 27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와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를 비롯한 전국 각 교구와 신학대학 등지에서 활동 중인 정 몬시뇰의 제자 사제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참가자들은 정 몬시뇰의 강의를 듣던 학창시절 체험과 추억 등을 회고하며 축하의 인사를 전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정의채 몬시뇰은 이날 축하행사에서 답사를 통해 “매순간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자는 마음을 지녔으나 돌아보면 그리 잘 살진 못한 듯해 아쉬움도 크다”며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낀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염수정 대주교는 이날 축하의 인사말에서 “대신학교 시절 정 몬시뇰님으로부터 형이상학과 중세철학 등을 배우며 몬시뇰님의 학문적 깊이와 명강의에 기뻐했다”며 “지금도 젊은이와 같은 열정으로 역동적인 가르침을 주셔서 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우리 교회 젊은 사제들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이끌어 주시고 충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용훈 주교도 축사를 통해 “정 몬시뇰님께서는 신학, 철학, 영성, 사목, 청소년 교육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전 세계 정치·경제·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우리 인류가 나아갈 길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하시고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계시는 이 시대의 큰 어른이시고 스승이시고 교육자이시고 성직자이시며 예언자이시다”며 “몬시뇰님의 큰 열정을 보며 세월의 흐름에 아쉬움을 느끼며,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큰 가르침을 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고 인사했다.

정의채 몬시뇰의 미수연 및 출판기념회에서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정의채 몬시뇰,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왼쪽부터)가 기념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