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터뷰] ‘세계 100인 국제구유전시회’ 당선된 닥종이 인형 작가 이영숙씨

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2-11-20 수정일 2012-11-20 발행일 2012-11-25 제 282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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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 구유로 한국교회 알리고 싶었어요”
당선작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
섬세한 손길로 한국 정서 물씬
성경필사로 늘 말씀과 함께해
닥종이 인형 작가 이영숙씨
“몇 해 전 바티칸에 갔을 때 베드로광장에 전시된 성탄 구유를 보고, 제게 큰 꿈 하나가 생겼어요. 세계 순례자들이 찾는 이곳에 우리나라 종이인 ‘닥종이’로 만든 한국 구유를 전시해 한국교회를 알리는 겁니다.”

닥종이 인형 작가 이영숙(베네딕타·대구 도원본당)씨의 큰 꿈이 이뤄졌다. 이씨의 작품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이 세계 100인 국제구유전시회에 당선돼, 22일부터 2013년 1월 6일까지 로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에서 전시된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공모전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해 더욱 열중했던 것 같아요. 한국의 정서를 담아 행복하게 상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당선작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은 초가집을 배경으로 아기 예수님과 성모님, 요셉 성인의 평화로운 모습을 표현했다. 쪽머리와 탕건 등 전통적인 모습의 성모님과 요셉 성인, 초가집 앞에 달린 붉은 고추와 숯이 있는 새끼줄, 미역을 들고 오는 할머니, 고등어를 들고 오는 할아버지, 금방 딴 과일을 이고 오는 아낙네 등 인형 하나 하나의 표정과 손짓에서 놀라울 정도로 작가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모두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오는 소박한 주민들은 이제 막 깨어나는 그리스도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2000년대 초부터 닥종이 인형 작업을 시작한 이씨는 줄곧 전례와 말씀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늘 성경을 가까이 두고 성경필사를 통해 작품 구상을 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필사한 지는 한 20여 년 됐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성경을 읽으면 성경 내용의 장면 장면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 떠오른 장면을 닥종이 인형으로 옮깁니다. 성경필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저에겐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것보다 성경필사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요.”

그래서 이씨는 성경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씨는 성경 속 다양한 내용을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

“성경은 묵상하기에 따라 생각이 달라져 작품 구상거리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중풍 병자가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예수님께 내려가는 장면은 꼭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1982년 세례를 받고 매일 미사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는 이씨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교우들과 나눔의 삶을 살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다니는 본당에 전례력에 맞춰 닥종이 인형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제 작품을 보면서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길 바랍니다. 하루 5분씩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성경 속에 젖어드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한편 이씨는 세계 100인 국제구유전시회가 끝나면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 작품을 아시시 프란치스코 수녀원에 기증한다.

이영숙씨의 작품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

김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