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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인터뷰 - 번역상 수상자 이종한씨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2-10-23 수정일 2012-10-23 발행일 2012-10-28 제 281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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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서적 통해 말씀 가깝게 느껴보세요”
한국교회 최초 ‘번역상’ 부문 수상
종교서적 관심 생겨 신학공부 시작
공부 중 자연스레 번역까지 하게돼 
■ 인터뷰 - 번역상 수상자 이종한씨

가톨릭신문사는 올해 한국교회 내에서 처음으로 학술상 번역상 부문을 새로 마련하고 첫 수상자로 이종한(라파엘·58) 선생을 선정했다. 그는 독일어권 종교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데 있어 탁월한 역량을 보이는 전문 번역가다.

신학, 성서학 등 가톨릭교회 학문을 확산하고 학술 교류 활성화를 위해 번역은 가장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인프라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번역은 이른바 ‘제2의 창작’이라고 불릴 만큼 저술 활동 이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 내 학술서적 번역은 가톨릭계 대학 교재 제작 혹은 분도출판사와 일부 사제들의 개인적인 노력에 기대 알음알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들어 사제뿐 아니라 평신도 신학자들이 늘어나면서 학술적인 번역 활동도 크게 확장됐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형편이다. 이 선생은 이러한 현실 안에서도 분도출판사의 신학텍스트 총서 등의 학술도서 번역 등에 꾸준히 동참해왔다.

이 선생은 종교서적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으로 신학계에 발을 내디뎠다. 스스로는 특별히 신앙의 진리를 갈구한 것이라기보다, 신학서적을 읽는 재미에 빠진 덕분에 체계적인 공부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번역 활동도 신학공부를 하는 여정 중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 활동은 늘 크고 작은 장애물을 넘는 과정이었다.

우선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저자 이상으로 그 책을 파고들어야 했다. 그는 “저자가 아닌 역자의 의견을 드러내선 안 되기에, 번역 작업은 자연스럽게 내 삶을 더욱 겸손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말한다. 수없이 작업을 반복해도, 막상 번역서가 인쇄될 때면 오역한 것이 없는지 식은땀이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그는 “그릇된 번역으로 책을 쏟아내는 것도 심각한 공해”라고 단언한다.

이 선생은 한국교회의 발전상과 비교해 학술 번역 분야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데에는 신학서적에 관심을 두지 않는 평신도들의 의식 수준이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고 말한다. 교회 또한 평신도를 양성하거나 그들이 교회 학문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 선생은 한국교회 내에서도 이른바 ‘이야기 신학’이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 신학의 흐름은 전체를 세부적으로 분화, 각각을 다시 심화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신학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와 같이 나누고 익혀가는 과정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학은 다름 아닌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참 말씀’으로 ‘번역’되신 분입니다. 잘 모르고 멀게만 느껴졌던 하느님께서 말씀이 되어 곁에 오시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신학 텍스트들을 번역하고 읽고 공부하는 것도 하느님을 더욱 잘 알고, 하느님과 친해지기 위한 과정의 하나입니다.”

■ 이종한씨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수학했다. 월간 경향잡지 기자, 서강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역서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사냥꾼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보편공의회사」, 「바울로」, 「사도 바오로와 그리스도 체험」, 「그리스도교 여성사」 등이 있다.

■ 수상작 「구약성경 개론」

이 책은 분야별로 정통한 저자를 두어 전문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엄격한 원칙과 일관된 편집으로 통일성을 유지하는 권위있는 신학 학술서이다.

분도출판사가 편찬 중인 ‘신학텍스트 총서’ 중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 책으로, 5판을 거듭 출간하며 최근의 연구 결과를 철저히 반영했다. ‘토라/오경’과 ‘역사서’ 부분을 크게 확충해 선보인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그리스도교 정경의 구조에 따라 성경 내용을 서술, 구약성경이 그리스도교 성경의 첫째 부분이라는 점과 유다교 성경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요즈음 출간된 구약성경 개론서들이 대체로 개별 문서들의 추정 형성 시기를 따르는 것과는 차별화된 성과를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교 정체성에서 이스라엘 성경이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밝힌 1부에 이어 총 6부에 걸쳐 각 성경 내용의 특징과 의의를 총체적으로 설명했다. 부록으로 성경을 통해 본 이스라엘 역사와 성서학 전문 용어 해설 등도 실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