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터뷰] 필리핀 빠야따스 사진전 여는 양상윤 신부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2-10-23 수정일 2012-10-23 발행일 2012-10-28 제 281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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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 렌즈에 담아
빠야따스 일상 고스란히 전하며
사랑·나눔 실천 확대되길 기대
29일 서울 돌실나이 갤러리
필리핀 빠야따스에서 도시빈민들을 대상으로 사목하고 있는 양상윤 신부는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을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움을 전하고,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이 나눔에 동참하길 바라며 이번 사진전을 마련했다.
3년째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 마을 빠야따스에서 도시빈민자들을 대상으로 사목하고 있는 양상윤 신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전교회)가 카메라를 들었다. 마닐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곳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의 사진 속에서는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없다. 그저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빠야따스를 담담하게 표현했다.

“고생하는 사람들 모습을 찍고 싶지 않았다”는 양 신부는 판자촌과 쓰레기 매립장 안에 숨어 있는 조형미를 찾아내 렌즈에 담아냈다. 전체 공간과 공간을 채우는 부분이 각각의 작품이 되어 빠야따스 도시빈민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양 신부가 사진을 찍게 된 것은 빠야따스 후원회 인터넷 카페(cafe.daum.net/vincen-1004)에 사진을 올리면서부터였다. 한국의 후원회원들이 보내 온 작은 정성이 현지에서 무료급식과 장학회라는 큰 사랑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 사진을 배운 적은 없지만 선화예고와 국민대 공예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특유의 예술적 감각으로 가난한 마을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그런 사진들을 하나 둘 모아, 오는 29일 서울 돌실나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10월 17~24일 광주가대 평생교육원 전시장에서 이미 한 차례 전시를 마친 양 신부는 “제 작품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빠야따스와 그곳 주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사진전의 목적을 설명했다.

한국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빠야따스에서 살고 있는 양 신부는 현지인 재봉교육과 어린이 대상 무료급식, 장학회를 담당한다. 사제품을 받은 직후 이곳으로 자원해서 온 그의 헌신 덕분에 단 30명에게만 제공하던 무료급식이 지금은 130명의 어린이에게 확대됐으며, 30여 명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무료급식은 예전부터 운영되고 있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중단하고, 생기면 시작하는 식으로 했어요.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한 수녀님께서 저도 모르게 후원회를 만드셨더라고요.”

양 신부는 빠야따스에서 사목활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한국의 후원회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전교회는 한국에 진출한 수도회가 아니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그의 사랑 실천이 입소문을 타면서 설립된 지 2년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제는 빠야따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베트남 무료급식소에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을 보고 많은 분들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좋겠어요. 또 세계 각지의 가난한 곳에서 소명을 지키고 있는 선교사들을 기억해주시길 바라고 더불어 뒤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후원자분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전시를 마치고 11월 16일 출국 예정인 양 신부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빠야따스 어린이들이 가난을 탈출할 수 있도록 ‘교육’에 관심 갖고 신경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문의 02-745-7451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