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남수 주교 선종 10주기 심포지엄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2-06-05 수정일 2012-06-05 발행일 2012-06-10 제 279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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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안에 복음의 뿌리내리는데 헌신”
수원교구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6월 1일 미리내성지 내 한국 순교자 103위 기념성당에서 고 김남수 주교 선종 10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제2대 수원교구장 김남수 주교가 선종한 지 10년이 됐다. 수원교구는 김남수 주교 선종 10주기를 맞아 제18회 교구 심포지엄을 김 주교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는 자리로 마련했다.

수원교구는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김남수 주교를 기리는 심포지엄을 열고, 연도와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심포지엄의 내용은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격려사- 김남수 주교의 생명사랑 ▲수원대리구장 최재용 신부의 발제- 사목자 김남수 주교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의 발제- 김남수 안젤로 주교와 생명운동 등으로 이어졌다.

이용훈 주교는 “김남수 주교의 재직 시기는 실로 격동의 시대였다”며 “그는 신앙을 통해 민족적 전통을 복음화해 한국 역사와 사회 안에 복음의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과제는 현실에 만족하거나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교구의 역사와 전통을 튼튼히 다지는 일”이라며 “복음의 참된 가치와 영적 보화들이 우리 교회 안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자동주교좌성당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김 주교의 사진들이 전시됐으며, 심포지엄 시작 전 김남수 주교의 삶과 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도 이뤄졌다.

심포지엄 다음날인 6월 1일에도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 등 교구 사제단과 함께 김 주교의 묘지를 참배하고, 미리내성지 내 한국 순교자 103위 기념성당에서 연도와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김 주교의 사진 전시.
미리내성지 내 한국 순교자 103위 기념성당에서 연도하는 신자들.

■ 사목자 김남수 주교 - 수원대리구장 최재용 신부

“평신도 교육과 양성에 힘쏟아”

최재용 신부
수원교구 제2대 교구장(1974~1997)이었던 김남수 주교 선종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영성, 사목적 사상을 재조명하는 것은 설정 50주년을 맞는 수원교구로서 매우 뜻 깊은 일이다.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라는 그의 사목표어가 보여주듯 김 주교는 일치에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발견했다. 부임 이듬해인 1975년 새해 사목설계에서 그는 교회의 최대 사명이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하느님을 화해시키며 이웃과 화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회와 사회 사이의 관계, 교회의 사회 참여에 관한 김 주교의 사상은 어떠했을까?우리는 한마디로 그를 사회, 정치에서 말하는 진보와 보수 세력 사이에서 교회의 정통을 외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참된 사명’이라는 글에서 민주화와 교회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는 교회의 첫 번째 사명이 민주화가 아니라 복음 전파에 있음을 강조한다. 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구원된 인간의 모습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주교가 교회의 선교 사명에 큰 관심을 기울였음은 그의 많은 글을 통해 비쳐진다. 그의 선교 사상의 특징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선교를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쇄신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는 사실이다. ‘일어나 가자!’(1991)에서 그는 선교를 향한 열정으로 신자들의 신앙을 새롭게 하는 것이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들, 특히 신자 수 증가와 더불어 생겨나는 냉담교우 속출, 주일미사 참례자 수 감소 등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았다.

김 주교는 사제성소는 물론 평신도들의 교육과 양성, 그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키우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평신도 양성에 교회가 소홀히 하고 있음을 한탄한다. 그는 수도회가 교구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사제 양성, 성지 개발, 청소년 사목, 가정성화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김 주교의 사상과 사목정책을 뒷받침해준 것은 그의 영성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 주교의 영성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다.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은 자연스럽게 성체에 대한 신심으로 드러난다. 그는 1996년을 성체와 가정의 해로 삼고 가정의 성화를 위해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흠숭하는 전통적 신심을 다시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과 순교자 신심에 관련해서도 글을 많이 남겼다.

김 주교의 삶과 그가 남긴 글은 우리에게 네 가지 구체적 과제들을 던져준다. 그가 제시하는 교회관은 오늘의 신앙인이 교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평신도 교육과 양성을 위한 김 주교의 관심과 노력은 계속해서 계승돼야 할 것이며, 수도회의 카리스마 계발을 통한 교구민의 영적 쇄신에 대해 고려하고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보다 정확한 기준이 서야할 것이다.

■ 김남수 안젤로 주교와 생명운동 -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

“적극적 생명운동 실천한 선각자”

송영오 신부
인권이 유린당하고 생명들이 죽어가는 시대 앞에 교회가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는 것은 생명을 잘 보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고 김남수 주교는 당신의 주교직을 통해 ‘생명 하나 더’라는 적극적인 생명운동을 실천한 선각자였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선진국들의 진상을 파악한 김 주교는 강론과 담화문, 여러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참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기고했고 자녀 많은 가정들을 축복했다. 김주교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을 만나게 된다.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미국의 원조와 함께 인구 억제정책을 강요받았다. 처음에는 인구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생명존중의 동양사상을 저버릴 수 없어 임신조절 자연주기법을 채택, 천주교 중앙협의회 사무총장이었던 김 주교와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 제약회사들이 주기법 이용의 불확실성을 들어 피임도구와 약품 사용을 강요하게 돼 자연주기법은 폐기처분됐다. 이때부터 교회는 약품과 피임도구 사용의 비윤리성을 지적했고, 필연적으로 뒤따를 낙태 시술 범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주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씀이 견진성사 때면 늘 ‘자녀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이다. 점점 줄어드는 출산율 때문에 감소일로에 놓이게 될 성소자들을 내다보며 자식하나 더 낳아 신학교나 수녀원에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의 걱정은 요즘 점차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든 이의 이름으로, 모든 이를 위해서 생명을 받아들인 동정 성모마리아처럼(생명의 복음 102항) 이제 교회가 나서야 한다. 이제 교회가 인류 미래의 희망인 생명을 지키고 더 나아가 그 생명을 키우고 길러야 한다.

오늘 위협받고 있는 생명을 위해 사라져가는 생명을 위해 평생을 생명운동에 헌신했던 고 김남수 주교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그의 유지를 받들어 다시금 생명존중 의식과 자녀 하나를 더 갖는 생명운동을 시작해야 하며 교회의 성소자들로 육성되도록 경제적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수원교구의 미래지향적 생명운동을 위해 교구 내 안젤로 생명위원회를 설치할 것, 참 생명을 위한 분위기 조성, 성당 유아실의 임신부와 임산부를 위한 리모델링, 본당 내 유아교육시설 설치, 본당 내 방과 후 프로그램 마련, 다자녀들을 위한 생명장학금 마련, 구역별 아기돌보기 연대, 주일학교 및 본당 청소년 프로그램 무료지원, 구역별 신혼부부 관리, 사목자의 의식전환 등을 제언한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