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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대한 유산 / 마승열 편집국장

마승열 편집국장
입력일 2012-05-15 수정일 2012-05-15 발행일 2012-05-20 제 279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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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을 창업한 고(故) 정주영 회장은 가난한 농사꾼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성공하겠다는 꿈을 갖고 서울에 올라와 노동자 품삯으로 시작해 한국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다. 그는 저서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나의 부지런함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첫째가는 내 평생 자본이자 자산이다.”

정 회장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을 근면 곧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부지런함은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재산이 아니다. 무형적인 것이다. 정신적이며 삶의 습관이다.

부모는 가능한 한 자녀들에게 많은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한다. 유산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물질적, 금전적인 것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유산에는 눈에 보이는 유형적 유산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유산도 있다.

북극 툰드라 지대에 가면 해마다 50만 마리의 순록들이 1000km 거리를 이동한다. 순록들의 이동 경로에는 땅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서 보면 거미줄 같은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순록들이 남긴 이 흔적과 길은 이들의 후예 순록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인간도 서로에게 많은 흔적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인생에 남길 흔적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에게 어떠한 흔적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부모는 외모와 공부, 재산 등을 이왕이면 훌륭하고 풍족하게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과연 이것만 물려준다고 자녀들의 삶이 행복할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영적유산이다. 그리스도인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유산을 넘어 정신적인 유산, 곧 신앙의 유산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좋은 신앙의 습관을 유산으로 남겨야 할 소명이 있다.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거짓이 없는 믿음의 본을 보여야 한다. 거짓이 없는 믿음은 바로 언행일치의 믿음이다. 자녀들에게 말로는 신앙을 가르치면서 행동으로 믿음의 본을 보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울러 자녀들을 위해 늘 기도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부모만큼 자녀들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기도 지향이 세속적으로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것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귀한 기도의 주제는 자녀들이 좋은 신앙을 갖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어야 한다. 하느님을 믿는 가정이라고 해서 똑같은 것은 아니다. 명목상 신자 가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하느님을 잘 믿고 섬기는 가정을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유산은 한 집안의 미래상을 바꿔놓는다. 후손들의 노력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자녀들의 삶에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법을 가르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유산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며 사는 이는 축복을 받는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주님을 사랑하고 순종하는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어떤 물질적인 유산보다 소중한 영적인 유산을 남겨야 한다. 하느님의 선물인 후손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면 무엇보다 귀하고 값진 신앙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하느님께서 모든 그리스도인의 가정을 축복하시어 훌륭한 믿음의 일꾼이 많이 배출되길 기원한다.

마승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