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커버스토리] 청년을 부르는 교회

이승훈 기자,조대형 기자,김진영 기자,박민정 기자
입력일 2012-03-28 수정일 2012-03-28 발행일 2012-04-01 제 278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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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중 3명. 교적 상 청년 중에 활동하는 청년의 비율이다. 청년미사는 있지만 그 미사에 청년은 얼마 없다. 성당에서는 도무지 청년들을 볼 수 없지만 영성을 찾는 청년들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영성을 찾는 수많은 청년들이 모이는 교회의 모습도 있다. 다시 청년들이 교회를 찾는다. 청년을 부르는 교회의 모습을 찾아봤다.

■ 햇살청소년사목센터 떼제기도모임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신앙과 삶 나눈다

수십 개 촛불이 어두움을 밝힌 가운데, 반복되는 멜로디의 떼제 노래가 성전에 울려 퍼진다. 이어진 10여 분의 침묵 시간, 100여 명의 청년들은 조용히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성찰한다.

서울대교구 햇살청소년사목센터(소장 조재연 신부)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6시45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작은형제회수도원 성당에서 마련하는 청년 떼제기도모임의 풍경이다. 이 떼제기도모임은 청소년·청년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평균 100여 명의 청년들이 함께 한다.

지난 1995년 8월 5박6일의 떼제기도 캠프로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젊은이들을 하느님께로 이끌어오고 있는 떼제기도모임은 기도를 지루하고 어렵게만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노래를 통한 쉽고 아름다운 기도로 다가간다.

청년들은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떼제노래를 부르며, 성경구절이나 기도문으로 쓰인 가사를 자연스럽게 묵상하게 된다. 기도모임 봉사자의 기타 반주와 구슬 같은 목소리도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외에도 기도 모임은 복음말씀 묵상, 강론, 침묵, 십자가 경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젊은이들의 영적인 갈증을 적셔 주고 있다. 기도 후에는 조별 나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신앙과 삶을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참가자 김소영(카타리나·31·서울 명동본당)씨는 “쉽고 짧은 소절의 노래를 되풀이하다 보니, 금방 따라하게 되고, 평상시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며 “어렵게 느꼈던 기도가 쉽고 재미있게 다가왔고 많은 위안을 얻어 계속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 작은형제회 수도회 성당에서 마련된 떼제기도에 참석한 청년들이 십자가 경배를 하는 모습.
<박민정 기자>

■ 진화하고 있는 청년 캠페인

놀이문화로 청년들 자발적 참여 이끌어 낸다

청년들의 놀이문화가 예전보다 더욱 다양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됨에 따라 교회 안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모습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어디선가 마이클 잭슨의 ‘비트 잇(Beat It)’ 전주가 나오자 인파 속에서 젊은이들이 하나 둘, 줄을 지어 정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곧 노래에 맞춰 약속된 군무를 추더니 노래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이벤트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김용태 신부)가 제1회 명동생명문화축제에서 생명존중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인 플래시몹 퍼포먼스였다.

30분 뒤, 춤판이 벌어졌던 명동거리에서 500m가량 떨어진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안에서 이번엔 록음악이 울려 퍼졌다.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이들은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기며 환호했다. 밴드 보컬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생명존중과 관련된 메시지를 외치며 젊은이들의 자연스러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퍼포먼스는 청년들이 거부감 없이 생명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문화제 형태로 기획한 것으로 청년들의 놀이문화를 통해 청년에게 직접 다가간 좋은 사례로 꼽힌다.

교회의 최근 캠페인은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플래시몹, 각종 공연 등 청년들의 놀이문화를 이용해 한층 더 진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 담당 류정희 간사는 “놀이문화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청년들의 호응이 보다 좋았다”며 “앞으로 젊은이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청년 놀이 문화를 적극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 서현진씨와 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자살예방을 홍보하는 플래시몹을 벌이고 있다.
<조대형 기자>

■ 홍익대 놀이터 ‘거리미사’

전례댄스·생활성가 공연에 젊은이 호응 뜨거워

“‘성당에서만 하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미사? 그렇지 않아요!”

젊은이들의 문화가 모이는 젊음의 거리, 홍익대 놀이터. 서울 서교동본당(주임 윤일선 신부)은 2005년부터 청년들을 찾아 홍익대 놀이터에서 ‘거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성당에서 청년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청년들이 모인 곳을 찾아가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다.

미사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서교동본당 청년사목회가 주관하는 이 미사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꾸민다.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혹은 가져야할 주제를 정하고 전례댄스, 생활성가 공연, 영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미사를 꾸며 청년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 미사 후에는 맥주잔치를 통해 청년들 간의 친교를 이룬다. 이렇게 거리미사는 자연스럽게 홍대 놀이터의 청년들과 조화를 이룬다.

이 미사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뜨겁다. 해마다 600~700명의 청년들이 모여 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이 미사를 접한 청년들이 냉담을 풀거나 입교하는 사례도 많다. 서교동본당 청년사목회장 박우택(안토니오)씨는 “시간, 비용 등의 제약으로 ‘거리미사’ 준비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청년들의 좋은 반응이 공감대를 형성해 해마다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미사’를 계기로 냉담을 풀고 본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다희(다니엘라·30)씨는 “경건하고 거룩한 미사도 좋지만 거리의 활기찬 분위기와 생활성가가 어우러진 가운데 들뜬 마음으로 미사를 드린 것이 냉담을 풀 수 있는 계기를 줬다”면서 “홍익대 놀이터를 찾는 비신자들에게 우리가 가진 좋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의 신앙에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젊음의 거리 홍익대 앞을 찾은 젊은이들이 서교동본당이 마련한 거리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 가톨릭 청년토크

“젊은 그대의 삶과 영혼 자유롭게 나누세요”

예수회의 가톨릭 청년토크(담당 최성영 신부)는 학기 중인 3~6월, 9~12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내 이냐시오카페를 청년들로 가득 채운다. 인근 대학교에서 온 다양한 교구의 학생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 예수회 성소 지원자들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청년들이 청년토크에 참석하고자 모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청년토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이냐시오 카페로 모여든다. 선착순 80명만 청년토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접수를 위해서 미리 오는 것이다. 접수를 마친 청년들은 바로 옆에 있는 바오로딸 서원에서 책을 고르기도 하고, 카페 안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청년토크 시작을 기다린다. 듣고 싶은 주제와 만나고 싶은 강사를 기다리면서 청년들은 각자 설렘을 서로 나눈다.

예수회는 매년 초에 청년토크의 주제와 일정을 공개한다. 청년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맞춰 이냐시오카페에 찾아오게 하기 위함이다. 청년토크는 ‘젊은 그대의 삶과 영혼을 뜨겁게, 보다 더 자유롭게’라는 표어에 맞게 청년들이 듣길 원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다양한 주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청년토크는 자신의 정체성, 가톨릭 청년으로 산다는 것, 성(性), 영성과 사회적 실천 등에 대해 얘기했다. 매번 청년토크에 참석한다고 혜택은 없지만 청년들은 주제에 이끌려 스스로 청년토크에 찾아오고, 듣고, 나누고, 느낀다.

청년토크는 미사로 마무리된다. 오랜만에 미사에 참례하는 청년들을 위하여 미사 전 고해성사도 준비돼 있다. 청년들이 같은 빵을 나누며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순간 청년토크는 온전히 ‘가톨릭 청년토크’가 된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청년토크에 참석한 문미라(미카엘라·27·전주교구 창인동본당)씨는 “바쁜 회사 생활에 삶이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더니 선배가 여길 추천해줬다”며 “주말에는 정말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청년토크에서 다루는 주제가 마음에 들어 와봤어요”라고 말했다.

가톨릭 청년토크 강의 후 조별 나눔에서 한 청년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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