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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신앙과 삶은 별개? / 마승열 편집국장

마승열 편집국장
입력일 2012-02-21 수정일 2012-02-21 발행일 2012-02-26 제 278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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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와 세상을 구분한다. 교회의 일들은 거룩하고 영적인 일이지만, 세상의 일들은 속되고 육적인 일이라 단정하는 경우다. 하지만 교회는 세상 한복판에 존재한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셨고, 세상 한복판에 오셨다. 세상의 일 역시 무엇을 목적으로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따라 성과 속이 갈라진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로 신앙과 삶을 별개로 대하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교회 안에서는 거룩하고 성스럽게 생활하는 것 같은데도, 교회 밖 생활 속에서는 세상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어서다. 아니 어쩌면 세상 사람들보다 더 거짓되고 더 권력을 탐하며 자신의 야망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자칫 형식으로 흐르는 자신을 발견한다. 흔히 말하는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믿으나 그분의 영향아래 있길 거부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나 그분이 다스리시기를 거부하는 생활이다. 이 세상에 아무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그리스도인. 이들이 신앙의 힘이 빠진 형식적인 그리스도인이다.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뜻을 하느님께 강요한다. 습관적인 신앙생활로 영성이 마비되어 진리와 비진리를 혼돈하고, 종교를 통해 자기이익을 구하는 형태가 대표적인 형식적 신앙생활의 모습이다.

형식적인 교회생활로 주님과의 관계정립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예수님은 교회생활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당신을 알고, 생명의 진리인 ‘말씀’을 알길 바라신다. 그리고 그 가르침에 순종하기를 원하신다. 모든 신앙인들은 예수님이 진정 누구이시며, 왜 이 땅에 오셨으며, 그 가르침이 왜 생명의 진리이며, 그 생명의 길을 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아야한다.

한국교회 여론 조사를 보면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로 늘 ‘신앙과 삶의 괴리’가 거론됐다. 이 결과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신앙과 삶의 괴리’란 표현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신앙은 좋은데 삶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한국교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종교적인 삶과 일상적인 삶의 괴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판단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생활을 성당 중심의 종교적인 영역으로 제한시켜서는 안 된다. “요즘 신앙생활을 잘 하느냐”고 누가 질문을 하면, 우린 으레 미사참례나 봉헌금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바른 신앙생활은 신앙이 기초가 되는 생활의 모든 영역을 포함해야 정상적이다. 따라서 신앙생활 잘 하느냐는 질문은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신앙에 기초하고 있느냐, 자녀들을 양육하는데 신앙적으로 하느냐, 직장생활이나 재정의 문제에도 신앙이 기초가 되느냐 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즘 일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 환경, 자녀 교육 등을 비롯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일상의 문제를 보면, 안타깝게도 신앙인과 비신앙인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그분의 사랑과 은혜이다. 주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하고 성령의 충만한 은혜를 받는다면, 우리의 신앙과 삶이 새롭게 변화될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종교적인 삶과 일상적인 삶의 괴리를 극복하는 토대이자 힘이다.

이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생활 속 모든 영역에서 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이 세상 속에 오셔서,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셨던 예수님의 발자취를 신실하게 따를 수 있다.

마승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