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2년 신년좌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의 의미와 새로운 복음화’

정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사진 이지연 기자 (mary@catim
입력일 2011-12-27 수정일 2011-12-27 발행일 2012-01-01 제 277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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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징표’ 식별하며 새로운 교회상 모색
사회적 책임감 갖고 ‘순교 정신’으로 살아가야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 내적 심화 노력 절실
내적 쇄신·인류 공동선 증진 위한 노력 필요
소통하는 교회 공동체 모델 정착에 앞장을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 ‘안으로는(ad intra)’ 교회의 쇄신을 추구하면서 ‘밖으로는(ad extra)’ 자기 껍질을 깨고 세상과 대화하고자 했던, 2000년 교회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2012년은 공의회가 개막된 지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교회의 현대화를 겨냥하고 교회 모든 영역에서의 이른바 ‘아죠르나멘토’(Assiornamento, 교회의 현대화 운동)를 모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본질을 ‘친교의 공동체’로 새롭게 인식하고 교회 전체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정의하는 등 새로운 교회상을 천명했다.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면서 교회의 입장을 정리하려는 새로운 자세를 보여주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개막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복음화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할 것이다.

본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이 함께 공의회 정신에 따른 교회의 쇄신 그리고 새로운 복음화 방향을 모색해보는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2012년 신년 특별좌담으로 준비된 이 자리는 오는 10월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 주제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로마에서 개최되는 것과 관련 지난 50년간의 한국교회 여정을 공의회 정신에 비춰 평가하고 이를 시노드 주제인 ‘새로운 복음화’와 연결시켜 향후 한국교회의 선교 사목방향을 설정해 보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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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 참석자

심상태 몬시뇰
심상태 몬시뇰(한국 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한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삼위일체 친교의 교회 실현 위해 늦기전에 진실한 노력 기울여야”

박선용 신부
박선용 신부(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사회교리 실현 문제 화두로 부각 신앙체험 삶 안에서 육화되도록 교회차원 지속적인 피드백 필요”

최혜영 수녀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80년대 말 수도 생활 쇄신 대두 창립정신으로 회귀 목소리 높여 청빈·정결·순명의 가치 드러내야”

최홍준 회장
최홍준(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보편적 형제애로 이웃 사랑하며 삶에서 활발한 사도직 수행 절실 신앙의 해 잘 준비하고 대비를”

▨ 사회

박문수 부원장
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제2차 바타칸 공의회 개막 이후 교세·본당·성직자 수 크게 증가 질적 차원서 사회적 위상 높아져”

▨ 정리

이주연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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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교회의 변화된 상황이 놀랐습니다. 교세는 9.87배나 성장했고 본당수는 5.85배 늘었습니다. 사제수는 15.3배나 증가했습니다. 여성수도자 수자는 10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양적인 성장세로만 보면 가톨릭교회는 타 종교에 비해 지난 50년간 가장 빠르게 많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도 그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질적인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사회적 위상이 높아진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배경이 될 수 있는 이유중 하나가 공의회 정신에 영향 받은 사회참여, 또 사회복지를 통한 가톨릭의 사랑실천과 교회 운영 재정의 투명성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안정적인 선교환경에 접어 들었다고 진단되고 있음에도 여러 측면에서 선교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반세기 동안 나타난 이 같은 변화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공의회 정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집니다. 창간 85주년을 맞는 가톨릭신문사에서는 2012년 신년 좌담을 통해 50년 동안의 한국교회사를 성찰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 교회를 바라보면서 특히 금년 세계주교시노드의 주제인 ‘새로운 복음화’의 관점과 연관시켜서 현 단계,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살피고 또 미래를 바라봤을때 성찰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답을 듣고자 합니다.

심 몬시뇰께서는 한국교회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전파하고 뿌리내리도록 가장 많은 노력을 하신 분 가운데 한분이십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최 배경과 의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심상태 몬시뇰: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즉위 3개월만에 갑자기 소집돼 세상에 드러내 졌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온 인류가 공통으로 염원하는 갈망과 요구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징표에 응하면서 교회의 내적 쇄신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도모해 인류의 공동선 증진에 기여하는 사목적인 교회가 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또 신생 독립국들인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및 오세아니아 지역교회 대표들이 구미 교회 대표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 명실상부한 보편성을 드러낸 첫 공의회였습니다. 여기서 발표된 4개헌장(전례 교회 계시 사목)과 9개 교령(매스미디어 일치운동 동방교회 주교 수도생활 비그리스도교 종교자유) 등 16개 문헌에는 교회 쇄신의지를 결연히 표명하셨던 요한 23세의 원의가 담겨져 있습니다. 공의회 표현 양식은 예수 그리스도를 정점으로 하는 계시 진리를 현대인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 주로 성경과 교부들 증언에 의거, 근거를 제시하면서 사목적으로 설명하는 새로움이었습니다. 또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면서 교회 입장을 정립하려는 새로운 자세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런 노력하에서 대내적 쇄신을 위해서는 교도적으로는 ‘하느님 백성’과 ‘그리스도의신비체’ 같은 성사적 교회관에로의 전이가 감행됐습니다. 성직자 평신도 사이를 수직적 상하 관계로 규정하던 재래 입장 대신에 평신도 사제직에 의거한 성직자들과의 수평적 평등관계로 정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가 되겠습니다. 그외 전례 예식안에서의 모국어 사용이나 성경 모국어 번역 같은 결정은 비 서구 문화권 교회안에서 합당한 문화 종교 전통의 수용을 통한 토착화 작업이 되도록 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교회 분열과 격렬한 교파 신학적 논쟁, 그리고 자연 과학과 현대 문명사회와의 불화나 무신론 대두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한 해당 사안에 내재하는 오류를 지적하면서도 이에 연루된 교회의 역사적 과오도 자인했습니다. 또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대화와 협력을 도모하면서 교회 일치와 다른 세계 종교와의 우호적 관계를 모색, 공동선 증진을 통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봉사하려는 참신한 자세를 피력하였다고 봅니다.

이후 복자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공의회 가르침을 ‘교회에 주어진 성령의 위대한 선물’로 일컬으며 신자들 및 온 교회 생활에 가급적 이 정신을 충실하게 적용하면서 쇄신을 도모하라고 촉구하신바 있습니다. 또 제 삼천년기 동안에 열매 맺어야 할 새로운 복음화 작업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함께 시작됐으며 이후의 각 시노드들이 새로운 복음화 과업을 구체화하는 작업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올해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가르침을 생활화하기 위해 교회가 근 50년 동안 부단히 기울인 쇄신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공의회가 50년전에 개최됐지만, 공의회는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사회: 박선용 신부님께서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으로서 최근까지 올해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리네아멘타( Lineamenta:의제개요)에 대한 한국교회 보고서를 작성하신바 있습니다. 새로운 복음화를 어떻게 정의하시고 현 단계 한국교회에 새로운 복음화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박선용 신부: 심 몬시뇰 의견대로 ‘새로운 복음화’는 오늘의 언어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실천하는 새로운 표현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공의회 자체가 가진 본질과 내용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 시대 안에서의 교회의 사명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면 새로운 복음화도 내용상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리네아멘타 안에서도 새로운 복음화에 대해 세가지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시대 변화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 또 그리스도교가 인간 역사안에서 새로운 상황을 읽고 해석하는 법을 아는 식별의 단계, 그리고 이러한 체험된 진리에 대한 담대한 행동양식’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근본적 요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때 ‘새로운 복음화’라는 표현은 우리시대의 복음화에 대한 표현이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우리 시대 언어로서 새롭게 표현한 내용이라고 얘기하는게 정확할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과 같은 날에 신앙의 해를 선포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제13차 세계주교시노드 주제가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임을 감안할 때 전 교회의 초점을 신앙 믿음과 관련된 주제로 풀어나가고 싶다는 의지라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가장 기본적인 교리서를 통해서 신앙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스스로 읽고 점검, 다시 신앙의 원천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면서 새로운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초대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도 교황님이 강조하신 포커스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복음화의 문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인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고민속에 보다 폭넓게 주제를 담을 수 있을 듯 합니다.

- 사회: 공의회 배경과 의의, 그리고 ‘새로운 복음화’의 의미에 비춰볼때 몬시뇰께서는 요즘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심상태 몬시뇰: 저는 개인적으로 현 시점을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청년세대 지성인 계층의 입교 행렬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역동적 성장세는 둔화되고 갖가지 우려 현상이 교회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입교자 감소 냉담 행방불명자 증가 그리고 청소년 계층의 외면과 수도 성소 감소 등의 현상이 그것입니다. 2,30년동안 이뤄진 폭발적 성장기가 끝나기 무섭게 밀어닥친 급격한 쇠락 현상은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을 내적으로 체화하고 심화하는데 진실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데에서 결정적 원인을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가 공의회 정신대로 ‘삼위일체적 친교의 교회’ 실현을 위해 범교회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공의회 가르침을 수렴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제 교회 생활에서는 여전히 공의회 이전의 피라미드형 교계제도 중심의 교회 모델을 고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평신도와 성직자 사이 긴장 관계 못지않게, 일반 사제들과 교구 주교들간 관계 역시 삼위일체 친교의 관계라기보다는 수직관계로 존속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오늘날 대단한 교세에 이르게 된 데에는 대 사회적으로 정의구현을 위해 적극 투신하고 헌신한 배경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내 정의구현 문제에는 침묵으로 지나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현실입니다. 빈부 양극화 현상이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재정을 너끈히 운용하는 교구와 전 본당에 사무직원을 두지 못할 정도로 재력이 빈약한 교구들이 공존하는 사실에서 우리 교회 복음화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복지 활동면에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역의 교우들이 지역내 소외 계층에 대해서나 열악한 형편의 지역교회에 대해 진실된 자세로 나눔을 실천했는지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교회와 사회 약자에 대한 조건없는 베풂과 봉사가 복음화 노력의 진정성을 알리는 표지로 작동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들을 볼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한국교회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채로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 가르침을 진정으로 체화시키고 심화시켜야 할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구 사회에서 근세 이래 수 세기에 걸쳐 진행되온 탈-교회 과정이 이 사회 안에서는 급속도록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진정한 복음화를 이룩하기 위한 획기적 조치가 조속히 취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교회가 미구에 구미교회보다 더 참담한 처지로 전락할수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 사회: 공의회 최대 역점 주제 중 하나가 ‘평신도 사도직’이라 할 수 있는데, 공의회 정신과 새로운 복음화에 비춰볼때 요즘 한국교회 평신도 사도직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최홍준 회장: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평신도 교령’에 따를 때 평신도들은 자기 직업에 충실하면서 가정과 사회에 대해 책임감을 지니는 생활을 하면서 양심에 따라 살고 정직하고 정의의 잣대로 생활하며 성실 근면 친절 용기 절제와 같은 사회생활과 관련한 덕을 존중하며 가꾸어 나갈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세상 안에 살면서 현세 질서를 복음화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 안주하고 만족하는 경우를 목격합니다. 또 사목회 평의회 안에서만 사도직을 수행한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든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사도직을 잘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협에서 그러한 정신을 평신도들이 깊이 알 수 있도록 확산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 사회: 공의회에서 얘기한 수도생활의 쇄신 문제는 어떻습니까. 수녀님께서는 지난 시기 쇄신 노력이 한국 수도회 안에서 어떻게 이뤄져 왔다고 평가하십니까?

최혜영 수녀: 공의회에서는 수도생활 쇄신과 관련해서 ‘모든 그리스도교적 활동의 원천과 각 회의 창립 당시의 정신에 계속 돌아감과 동시에 시대의 변화하는 상황에의 적응을 내포하는데 있다’고 했는데, 선교지였던 한국교회 상황에서 수도회들 대부분은 공의회 이후 생겨났습니다. 특히 7, 80년대 신자수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수도회들은 본래 카리스마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당 사도직이 요청하는 바를 따르기에 급급했습니다. 교리 교육 전례 활동반지도 가정방문 등 닥치는 대로 긴박한 필요에 응답했다고 봅니다. 그러한 배경에서 어떻게 보면, 수도자의 정체성이라기 보다는 수도복은 입었지만 열심한 평신도로서 교회 발전에 손발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서구교회 수도회들이 공의회 이후 격은 혼란과 쇄신을 한국 수도자들은 겪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말 수도생활 쇄신이라는 말이 처음 대두됐죠. 이때 이후 수도회 창립정신으로 되돌아가고 사도직도 은사를 따라야 한다는 반성이 일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공의회 개막 50년이 지난 지금, 쇄신에 대한 고민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00년 이후 수도자 수가 증가하면서 본당에서의 수도자 역할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고 각 수도회들이 심각하게 수도자들의 창립정신, 또 카리스마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고민하게 됐던것 같습니다.

특히 노기남 대주교님 요청으로 시작된 한국 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수도자들의 교육과 양성 사회 참여 결의 등에 괄목할 만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현 단계에서 안고 있는 우선적인 쇄신 과제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홍준 회장: ‘나부터 복음화’되는 정신이 확산되는 것입니다. 사랑의 새 계명을 사는 일에 무디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해야 하는데, 과연 사랑하고 있느냐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입니다. 교회생활 사회생활 다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형제애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편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능력이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생각이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있는 그대로 현실 그대로 사랑한다면 참 좋지 않을까요.

특히 금년에는 4?11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데, 벌써부터 뜨거운 정치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마음 상하는 일이 많을 수가 있는데요, 나와 견해가 다르더라도 내가 사랑해야할 이웃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이 세상에 감동을 주고 있는데, 평신도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정말 자기를 버리고 살 때 쇄신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요즘 평협에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청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현대의 순교는 흰색 순교라고 강조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실제 삶 안에서 순교 정신으로 사는 것입니다.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평신도들이 올해 시작되는 신앙의 해를 잘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 사회: 수도회가 교회전체가 공동 의제로 삼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습니까.

최혜영 수녀: 시대가 바뀌어 교회가 달라졌을 때 빨리 적응하고 빨리 응답을 해야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영적 목마름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수도회들은 적극적으로 고유의 영적 보화를 나눠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몇몇 수도회에서 청소년 중장년 등 평신도들을 위한 수도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수도자가 감소하는 것을 염려하기보다는 수도회가 가지고 있는 영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병원 등 그동안 기여해온 사도직에 대해서도 어떻게 빨리 평신도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눌것인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도자들이 예언적 역할 관상적 역할을 해야할 시기입니다. 소비적인 사고가 넘치는 시대에서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적 가치를 더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 사회: 세계주교시노드 리네아멘타 보고서에 비추어 볼때 한국교회가 현 단계 과제로 안고 있는 시급한 사목과제들은 어떤 것이라 보십니까. 이 과제들은 공의회 정신과 새복음화에 비춰볼 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요?

박선용 신부: 리네아멘타에서는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한 영역을 6개 부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문화’ ‘사회’ ‘사회커뮤니케이션’ ‘경제’ ‘과학기술’ ‘정치’ 등인데,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아예 특정지어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도전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전반적으로 성소가 감소하는 이유도 되고 활력을 잃는 이유도 되고 냉담의 이유도 됩니다. 대체적인 무관심의 분위기는 심지어 무신론의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냉담교우 문제 수도자 감소 문제 등이 결국 이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나온 결과일 것입니다.

교우들 입장에서 시급한 사목과제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자면, 먼저 영적인 복음화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영적인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 체험과 신앙교육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특히 영적 갈증의 해소는 수도회가 맡아야할 몫입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이제는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소통하는 교회입니다. 소통하는 교회 공동체 모델을 정착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간 한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핵심인 친교의 공동체 구현에 부단히 애를 써 왔습니다. 그 하나의 모델로 소공동체 작업을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공의회에서는 성직자 평신도간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의 대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공의회 개막 후 50년 역사가 지났음에도 한국교회 안에 제대로 이 정신이 정착되지 못한 측면에서, 그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죠. 소공동체 사목이라고 하지만 결국 오늘날 용어로는 소통의 문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교구간 소통을 위해서도 신앙의 선물을 나누는 공유 작업 즉 ‘피데이 도눔’ 같은 개념이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회복음화 차원에서 사회교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주교회의 차원에서 처음 사회교리 주간이 제정됐는데, 앞으로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교우들안에서 신앙의 혁신 체험들이 삶 안에서 어떻게 육화될 수 있는지 계속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작업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일 것입니다.

주교회의 전국위원회내에 사회복음화와 관련된 많은 위원회들이 있는데 상호 연대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연구해야할 어떤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회교리의 한국 사회 적용을 위한 연구기구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를 통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론과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를 들어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큰 화두인데, 그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생활 운동들을 전개하는 제안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사회: 마무리를 겸해서 심 몬시뇰께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공의회의 어떤 정신이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심상태 몬시뇰: 오늘날 한국교회는 발전과 성숙 아니면 쇠퇴와 고사(枯死)의 기로에 서 있다고 봅니다. 세계교회 안에서 앞으로 보다 크고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받는 한국교회가 걸어야 할 진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가르침과 ‘한국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 내용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것입니다. 외형적으로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가치를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한국교회가 범교회적으로 4년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쳐 마련한 사목회의 의안에 대한 연구와 분석 평가를 내려야 합니다. 이 사목회의는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우리 한국교회를 위한 제3백년기의 방향 제시’라고 평가하신바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명운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대로 내적인 쇄신을 도모하는 것이고 대외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인류 공동선 증진에 적극 투신하는 것입니다. 공의회 가르침인 삼위일체 친교 교회를 ‘이제 더 늦기 전에’ 실현하도록 보다 진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한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연대의 세계화’ 실현을 위해 이웃 다른 그리스도 교단과 종교들과 선의의 개인 및 단체들과 공동으로 선도적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다른 아시아 지역교회들로부터 세계교회 활성화를 위해 보다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교회로 기대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학과 영성을 위시한 고유하면서도 보편성을 지닌 한국교회의 영적인 정신 자산을 창출하고 축적함으로써 내적 성숙을 기하고 세계교회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때 ‘새로운 복음화’의 목적도 달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회: 오늘 나눈 내용들은 짧지만 핵심적인 내용이었고 한국교회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몬시뇰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공의회는 아직 미완이고, 진행형입니다. 새 복음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국교회는 여러 면에서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고 또 세계교회로부터 기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 단계의 한국교회는 중요한 계기를 맞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좌담을 통한 논의들이 이러한 방향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톨릭신문사’에서는 좌담회를 시작으로 오늘의 주제들을 더 한층 심도있게 분석할 기획시리즈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를 올바로 진단하고 해결 방형을 제시하는 좋은 기회가 될것으로 보입니다. 오랜시간 진지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50주년을 맞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등이 함께 공의회 정신에 따른 교회의 쇄신 그리고 새로운 복음화 방향을 모색해보는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정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사진 이지연 기자 (mary@catim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