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부들의 성경 주해] (124) 요한 복음 (20) 나를 사랑하느냐?

노성기 신부 (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11-12-14 수정일 2011-12-14 발행일 2011-12-18 제 277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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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요한 21, 15】

“…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한 일을 거론하지 않으신 예수님

오늘부터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 번씩이나 물으신 것에 대한 교부들의 설명을 일곱 차례에 걸쳐 살펴보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한 일을 거론하지도 그간 일어난 일을 두고 그를 야단치시지도 않으며 온화하게 대하신다고 설명한다.

예수님께서는 왜 다른 이들은 제쳐 놓고 베드로에게 물으실까요? 그가 사도들 가운데에서 선택된 이며 제자들의 대변인이요 지도자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바오로 사도가 조언을 구해야 할 일이 있었을 때 다른 누구도 아닌 베드로를 찾아간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당신을 부인한 것은 과거의 일이니 이제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기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형제들 가운데 제일 윗자리를 내리셨습니다. 그분은 베드로가 당신을 부인한 일을 거론하지도 않으시고 그간 일어난 일을 두고 나무라지도 않으십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네 형제들을 이끌어라. 네가 늘 보여 주었고 그 안에서 기뻐했던 따뜻한 사랑을 이제 그들에게 보여 주어라. 나를 위해 내놓겠다고 한 생명을 이제 내 양들을 위해 바쳐라.’(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요한 복음 강해』 88,1)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시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베드로가 착한 목자에 의해 지위를 회복하며, 그의 뒤를 따르는 사목자들과 함께 그분의 양들을 먹이도록 불림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리스도는 육신 안에서 되살아나셨고 베드로는 영 안에서 되살아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수난으로 돌아가셨을 때 베드로는 주님을 부인함으로써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주님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고 사랑으로 말미암아 베드로를 되살리셨습니다. 그분은 베드로에게 그가 고백하는 사랑에 대해 물으셨고 그에게 당신 양들을 맡기셨습니다. 사실 베드로가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그리스도께 무슨 이익을 드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시면, 그것은 여러분에게 이익이지 그리스도께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를 사랑하면, 그것은 여러분에게 이익이지 그리스도께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리스도 주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알려 주기 원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양들을 베드로에게 맡김으로써 그것을 매우 분명히 드러내셨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예, 주님.” “내 양들을 돌보아라.” 이런 대화가 한 번, 두 번, 세 번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사랑한다는 말밖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것밖에 묻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의 대답을 들은 주님께서는 당신의 양들을 맡기실 뿐이었습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229N,1).

… 우리를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이로 드러내 주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일은 이웃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입니다. 지금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요구하시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요한 복음 강해』 88,1).

노성기 신부 (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