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당고개 순교성지 새 단장하고 봉헌식 열어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9-07 수정일 2011-09-07 발행일 2011-09-11 제 2762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토담길 걸으며 어머니의 포근함 느껴
2차 헌금 통해 전 교구민 성지개발 동참 물꼬터
신계역사공원과 연계해 지역민 쉼터로도 활용
매일 미사 봉헌·성지 안내 해설 서비스등도 제공
어머니의 품과 같은 포근함. 황토토담 안으로 들어서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같은 느낌을 말한다. 쭉쭉 뻗은 고층 빌딩 사이, 그 한가운데 고향 마을처럼 펼쳐진 이 곳은 바로 당고개 순교성지다.

서울대교구 당고개 순교성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4일 서울 용산구 신계동 현지에서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당고개’라는 명칭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당고개 순교성지’는 서울 용산구 신계동 용산전자상가와 구 용산구청 사이에 자리한다.

신계역사공원 구역 내에 대지 1752.2㎡, 연건평 1252.61㎡ 규모로 자리한 성지는 지하 기념성당과 1층 야외마당 등으로 꾸며졌다. 3년여 동안 재건축을 거쳐 새 모습을 선보인 성지는 소박하고 단아한 옛 정취를 한껏 뿜어낸다. 특히 이 성지는 건축가가 아닌 예술가를 구심점으로 사목자, 신자들이 함께 지은 기도의 집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전체 디자인과 세부 단장 등은 모두 성화작가 심순화(카타리나)씨가 맡았다.

성지 전체 모습.
성지 전체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듯이’를 주제로 그린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한옥 대문 앞으로 몇 발자국 디디면 성지는 둥그런 품을 내어준다. 입구에서부터는 대형 돌묵주알이 기도터를 안내한다. 성지 전체를 둥글게 둘러싼 황토 토담에는 십자가의 길이 새겨져 있다. 그 기도의 시작과 끝에서 순례객들은 한국적인 성모자상을 만난다. 성모자상 뒤편에 마련된 한옥에서는 순례객들을 위한 성지 관련 성화와 성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성지 밖 대로와 연결되지만 층수로는 지하 공간에는 성당과 함께 성화 전시실, 기도실 등을 갖췄다. 성당 내외벽은 충북 진천 교우촌에서 직접 발굴해온 옹기 조각들로 꾸며, 순교성인들의 삶을 기억하게 한다. 전체 색감도 황토색을 기본으로 채우고 대청마루 등의 나뭇결도 고스란히 살려 따스함이 묻어난다.

입구에서부터 대형 돌묵주알이 기도터를 안내하고 있다.
십자가의 길의 시작과 끝에서 순례객들은 한국적인 성모자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교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2차 헌금을 통해 성지 개발을 지원했다. 이러한 과정은 교구가 성지 개발에 직접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전 교구민이 성지개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물꼬를 트는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성지는 신계역사공원과 연계, 지역주민들을 위한 쉼터로도 열린 공간으로 자리해 교회가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통로가 되고 있다.

성당 내부 전경.
1층 전경.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성지 새 성당 봉헌식에서 “당고개 순교성지는 이 시대, 성지 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며 “우리 개개인의 삶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지역주민들에게 널리 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당시 박종원·홍병주·손소벽·이경이·이인덕·권진이·홍영주·이문우·최영이·이성례 등 10명의 신자들이 순교한 터다. 이들 중 9명은 1925년 시복, 1984년 시성됐으며, 이성례 순교자의 시복시성은 현재 최양업 신부 및 하느님의 종 123위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삼각지본당은 1991년부터 성지 관리를 맡아, 이번 재개발에도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성지에서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11시와 토~일요일 오후 3시 미사가 봉헌되며, 순례객들을 위한 성지 안내 해설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문의 02-711-0933 당고개 순교성지 사무실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성지 새 성당 봉헌식.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