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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 마승열 편집국장

마승열 편집국장
입력일 2011-09-07 수정일 2011-09-07 발행일 2011-09-11 제 276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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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100억 원 이상의 기부를 해 ‘기부 천사’로 유명한 가수 김장훈씨. 정작 자신은 월셋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선행자들을 위해 ‘명예기부자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내용인즉 30억 원 이상 기부한 개인을 명예기부자로 선정, 60세 이상 명예기부자 중 개인의 재산이 1억 원 이하로 소득이 없을 경우 국가가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취지는 기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어려운 계층과 더불어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부문화 수준은 그동안의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주위의 지인들에게 “기부하십니까”란 질문을 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나 먹기 살기도 힘들어요” “기부는 여유있는 사람들이나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요” “요즘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겠어요” 등등의 다양한 의견을 쏟아낸다.

기부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이웃을 본다. 그렇다고 이들이 특별하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풍요로운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작은 나눔과 실천으로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체험하고 있다. 기부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은 돈이라도 기쁘게 나누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기부는 나눔을 실천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따스한 말을 건네고, 집안일을 돕고, 내가 다 본 책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하는 것,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무언가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이 모두가 나눔이다. 나눔은 생활이며 문화이자, 즐거운 습관이다.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나눔인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나눔에 대해 “세상에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랑에 굶주린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이웃들의 굶주림을 채워 주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벗겨지고 헐벗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그 존엄성을 지켜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란 말을 남겼다.

테레사 수녀는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어려운 이웃과 아픔을 같이 나누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기부임을 일깨우고 있다. 사실 기부와 나눔이 많은 돈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망각하고 실천하지 않을 따름이다. 실천이 중요하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고 상상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눔이 나눔을 낳고 그 열매가 더 커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사건이다. 필자는 이 기적을 통해 나눔과 믿음의 의미에 대해 묵상하게 된다.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주님의 말씀을 본받고 실천할 때 그 몇백 배의 은총이 우리에게 내려진다는 진리를 체험할 수 있다. 삶의 중심에 주님을 모시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란 사명감으로 기부문화 활성화에 힘을 보태자. 우리의 작은 나눔과 실천이 모여 큰 기적을 낳고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실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도 영그는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만물이 풍성하게 열매 맺는 결실의 계절을 맞아 나눔과 믿음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한주가 되기를 희망한다.

마승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