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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재고해야

입력일 2011-07-26 수정일 2011-07-26 발행일 2011-07-31 제 275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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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가운데 꼽히는 평화의 섬 제주에 규모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대규모 군사시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알려진 바대로 제주도는 지난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데 이어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의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을 달성한 곳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전 인류의 유산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부가 대양해군을 모토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뜻있는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규모만 보더라도 더 이상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해군본부가 만든 ‘제주해군기지 사업추진계획’에 따르면, 이 기지에 수용할 수 있는 부대 규모는 1개 기동전단 및 2개 잠수함 전대, 육상 지원전대라고 한다. 하지만 그간 국방부와 해군이 내놓은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이를 기초로 장기적으로 ‘기동함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3개 기동전단의 ‘전략기동함대’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미-일 동맹의 상징이자 미군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려는 자위대의 실체가 응축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중추인 요코스카 기지의 한국판이 바로 제주 해군기지에서 재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해상 전력을 지원할 병참부대의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어 관광도시 제주가 자칫 군사도시로 전락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가톨릭교회는 제주 해군기지가 지닌 문제점에 공감하고 이를 알리는 일에 힘을 기울여왔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제주교구는 지난 2007년 해군기지 유치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교구 사제들을 비롯한 대학교수,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를 결성한 이래 해군기지 추진과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천주교를 비롯,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목소리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촉구했다.

제주도에 거대한 군사기지 건설하는 것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의 평화 유지 관점에서 볼 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