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르포] 한국교회 후원으로 꿈 키워가는 중국 요셉소신학교

지린성(중국)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03-30 수정일 2011-03-30 발행일 2011-04-03 제 2740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난한 성소자에게 희망의 불꽃 지피다
열악한 여건에도 꿈 잃지 않고 꾸준히 사제 배출
수원교구·한국순교복자수도회 성소 지원 큰 도움 
기숙사 마련 등 소신학교 체계화 위해 관심 절실
한국교회 첫 사제 김대건 신부는 15살의 나이에 신학생 후보로 선발됐다. 이듬해에는 조선과 수천km 떨어진 마카오에 도착한다. 어린 마음에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 그리울 법도 하지만 꾹 참았다. 하느님의 성실한 사제가 되기 위함이었다.

중국 지린교구 ‘요셉소신학교’에는 김대건 신부와 같은 마음으로 7명의 성소자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 역시 하느님의 성실한 사제가 되고 싶은 꿈을 가슴 가득 안고 있다. 가톨릭신문 창간 84주년을 맞아 신앙의 꿈을 키워가는 중국 성소자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 신앙과 꿈 키우는 요셉신학교

지린성 창춘에서 요셉신학교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 차로 넉넉히 2시간이 걸렸다. 전날 눈이 내린 탓에 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특히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요동을 쳤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 속에서 기자는 울렁거림보다는 중국의 성소자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질 듯한 평야에 드문드문 마을이 보였다. 요셉소신학교가 위치한 마을이 가까워졌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높이 솟은 십자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셉성당이다. 중국에서 보는 십자가에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다.

요셉신학교가 위치한 요셉성당
소신학교는 성당 부지 안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번듯한 건물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당 옆 사제 집무실에 있는 이 건물은 학생들의 기숙사이자 공부방, 기도실이다.

소신학교에는 14~17살의 성소자 7명이 생활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1명, 1학년 6명이다. 대부분 조바자츠(小八家子), 수좌 등과 같은 옛 교우촌에서 온 학생들이다.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에 성소에 대한 꿈을 키우기는커녕 정규교육도 제대로 못 받을 뻔 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다행히 지린교구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신학교가 있어 그들의 꿈은 날로 쑥쑥 자라고 있다.

인근 중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최근 높아진 중국의 교육열 때문인지 면학 분위기는 한국 못지않다. 오전 6시30분에 등교해 오후 9시 이후에 숙소로 돌아온다. 12시간이 넘는 교육일정에 녹초가 될 법도 하지만 배움의 열정으로 모든 것을 견디고 있다. 학생들은 성소자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늦은 시간에도 매일 함께 모여 미사를 꼭 봉헌한다. 또한 기도와 월례피정도 이들의 생활이다.

성소자 중 맏형 장홍위엔(요셉·17)군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지도 신부님에게 배우는 게 많다”며 “이곳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지성과 영성을 고루 갖춘 사제가 돼 신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푸동 신부와 신학생들.
# 성소의 요람 되기까지

요셉신학교는 2004년 개교했다. 종교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중국에서 소신학교의 개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스럽게도 성소자들의 학력을 높이고, 사제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일에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모였다.

처음에는 창춘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이후 장소가 마땅치 않아 교구청으로 들어왔다가 지난해 9월 옛 교우촌이었던 현재의 장소로 이동했다. 잦은 이동처럼 학교 운영도 순탄하지 않았다. 거의 일 년에 한 번꼴로 지도사제가 바뀌었다. 적응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개교 7년째이지만 아직 소신학교 소속 신학생들이 많지 않다. 시작은 20여 명으로 했지만 점차 인원이 줄었다. 이때문에 자체적으로 교육일정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신 일반 중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영성적 부분을 소신학교가 담당한다.

바이푸동 요셉신학교 담당신부는 “지린교구에는 사제가 60여 명으로 본당사목자도 모자랄 정도로 성소자가 부족하다”며 “소신학교가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성소를 키워 훌륭한 사제를 배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푸동 신부는 또 “올 하반기에는 요셉성당 부지에 2층짜리 기숙사를 지을 계획”이라며 “소신학교의 체계화를 위해서는 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셉소신학교는 올해 신학생 기숙사를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 돈으로 1억5000만 원이 든다. 바이푸동 신부는 성당 부지에 채소를 키워 판매한 금액으로 운영에 보탤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의 학비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물품까지도 신학교에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중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신학생들이 소신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요셉신학교 신학생들의 숙소. 열악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 한국교회의 아낌없는 관심

지린교구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소신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교회의 힘이 크다. 한국순교복자수도회는 2005년 9월부터 ‘무아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건물을 짓고 제반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수도회 측은 “무아장학회는 북방선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수도회 창설 50주년에 설립한 장학회”라며 “처음에는 한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다가 2005년부터는 지린교구 요셉소신학교 성소자들을 지원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수원교구 중국성소후원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창춘에 있는 한인공동체의 한 신자는 학생들이 사용할 컴퓨터를 기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중국교회는 많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성소자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한국교회의 아낌없는 관심은 가난한 살림에 학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 희망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

■ 지린교구는?

지린·창춘시 중심으로 활동

신자 7만 명에 사제 60여명

1840년, 청나라 선종 20년에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피랄 신부가 지린성 조바자츠(小八家子)에 성당을 지었다. 이것이 지린교구의 첫 걸음. 이후 1844년 조바자츠에 라틴신학교를 설립, 중국 내 사제를 양성하게 됐다. 또한 1851∼61년에는 성모성심수녀원을 설립해 수녀들을 배양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린·헤이룽장성 지역을 관할한 교구는 1920년대 이후 지린시와 창춘시를 중심으로 복음을 선포해 오고 있다. 1929년에는 교구의 일부 본당을 묶어 사평교구로 부르기도 했지만 1959년 행정구역에 따라 다시 지린교구로 통합됐다. 지린교구는 설립된 이후 7명의 주교가 있었다. 세 명의 프랑스인, 네 명의 중국인 주교들이 교구장을 지냈다. 현재 지린교구는 소신학교, 대신학교와 수녀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60여 명의 사제가 교구 관할 본당에서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우는 약 7만여 명, 본당 40여 개소, 공소 40여 개소로 이뤄져 있다.

지린성(중국)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