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5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수상자 강연회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2-23 수정일 2011-02-23 발행일 2011-02-27 제 273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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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문화 건설의 선구자 역할 수행”
제5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후 기념촬영. 생명의 신비상 시상위원장 조규만 주교,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장 염수정 주교, 학술분야 장려상 구인회 교수, 학술분야 본상 강창율 교수, 활동분야 본상 크리스틴 데 볼머 총회장, 활동분야 장려상 윤경중 부장(아래 왼쪽부터 반시계방향).
서울대교구가 제정한 ‘생명의 신비상’ 제5회 시상식과 수상자 강연회가 15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난치성 질환인 알레르기 천식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한 공로로 서울대 약학대학 강창율 교수가 학술분야 본상을 수상, 상패와 3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활동 분야 본상 상패와 상금은 남미가족연맹을 창설해 생명과 가정수호를 위해 힘쓰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올바른 가치 및 성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을 개발·보급 중인 크리스틴 마르셀러스 데 볼머 총회장에게 주어졌다.

이어 생명의료분야에서 가톨릭적 가르침을 확산하고 뛰어난 학문적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구인회 교수가 학술분야 장려상을 받았다.

활동분야 장려상은 장기이식과 자살예방 등의 생명수호활동을 범국민적으로 확산하는데 기여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윤경중 부장에게 주어졌다.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0만 원이 각각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 생명의 신비상 시상위원회 위원장 조규만 주교를 비롯한 교회 안팎의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축하인사를 나눴다.

염수정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상을 받으시는 네 분의 수상자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고양하고 죽음의 문화에 맞서는 생명의 문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며 “다시 한 번 수상자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인간 생명 존엄성을 수호하고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주며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 더욱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2005년 인간 생명 수호와 난치병 치료 연구 지원을 위해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한 바 있다.

특히 이 상은 국적과 종파 등에 관계없이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게 주어져 교회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시상식 후에는 수상자 특별강연회가 이어졌다. 강연회에서는 강창율 교수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크리스틴 데 볼머 총회장이‘생명사랑을 위하여’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구인회 교수는 ‘우리는 왜 초기인간생명을 보호해야 하는가?’를, 윤경중 부장은 ‘생명 세상을 꿈꾸며’를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섰다.

아울러 볼머 총회장은 17일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회장 권경수)와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가 주최한 특강에서 ‘자녀, 가정 그리고 21세기의 도전’을 주제로, 19일 서울 생명위원회가 주최한 특강에서 ‘가정과 부모됨’을 주제로 각각 강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이하는 수상자 강연 요약이다.

■ 강창율 교수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술 연구’

환자 면역세포 이용해 부작용 줄여

강창율 교수
알레르기성 천식은 기도의 폐색과 기도 과민성, 기도 염증 반응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하지만 현재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 치료는 대부분 그 증상을 조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치료제로는 일반적으로 증상 완화의 목적으로 스테로이드 계통의 항염증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약물은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의 치료제로, 평생토록 약물을 투여해야 하며, 투약법도 복잡해 어린이에서 복약이행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또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를 보이지 않으며, 장기간 투여할 경우 부신의 기능 저하와 성장 저하, 골밀도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알러젠 면역 치료법(SIT)의 도입이 필요하다.

SIT는 알러젠과 면역 보조제의 지속적인 투여를 통해 알레르기 면역 반응이 억제된 상태인 면역 관용을 유도함으로써,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의 면역 반응 정상화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알레르기성 천식을 일으키는 세포를 천식을 조절할 수 있는 세포로 재분화시켜, 알레르기성 천식에서의 치료 효과를 관찰했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 본인의 면역 세포를 이용해 부작용이 적고, 지속적이며, 효과가 뛰어난 알러젠 특이적 면역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 크리스틴 데 볼머 총회장 ‘생명사랑을 위하여’

“생명수호의 기본적 미덕 가르쳐야”

크리스틴 데 볼머 총회장
모범을 보는 것이 인간의 행동이 결정되는 비결이기에, 사랑의 삶을 사는 모범을 보는 것은 인간 삶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친다. 나는 인구학을 깊이 연구하고 피임에 저항하며 생명·가정 수호적인 부모님을 둔 덕분에 자연스럽게 생명수호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특히 장애아를 낳고 키우며 레오폴도 프로그램을 정리, 보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을 선포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확신은 가족의 희생을 통해 드러날 수 있음을 체험했다.

아울러 생명·가정 수호를 위해서는 부권 회복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아버지의 부재는 실제 여러 사회 병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모성 또한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모성에 대한 존중을 상실한 문명들은 역사 안에서 쇠퇴하고 사라졌다. 때문에 교회의 가르침은 부성을 지원하고, 모성을 장려함으로써 건강한 혼인과 신앙, 사회가 유지되도록 도와야 한다. 교회는 범세계적인 생명수호운동과 함께 가정수호 운동을 지지하는 근간이다.

또한 우리의 자녀들에게 미덕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반드시 부모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다. 부모들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앙 상실과 가족의 붕괴, 우리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지나치게 낮은 출산율, 폭력, 가족을 버리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한 번 더 기본적인 미덕을 가르쳐야 한다.

■ 구인회 교수 ‘우리는 왜 초기인간생명을 보호해야 하는가?’

“배아, 성숙에의 무한한 잠재성 지녀”

구인회 교수
무고한 인간생명을 살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는 배아의 생명권에서 유래한다.

한 인간 삶의 모험은 수정 직후부터 바로 시작된다. 도덕적 관점에서 이것은 확실하다. 수태의 결과가 비록 하나의 인간인지 아닌지 확정지을 수 없는 그러한 경우에도 감히 살인을 감행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중죄이다.

무엇보다 배아는 인격체로서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배아의 특별한 지위와 그것에 보장되는 법적 보호는 배아가 언제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되는가 하는 것과 무관한 일이며, 아직 인격체로서의 인간으로 성숙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아는 성숙에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장애나 성숙의 정도와도 무관한 인간존엄성은 자유와 생명권에서 구체화된다. 인간은 생명도 존엄성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모두 하느님 덕분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의 존엄성은 어떤 특별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여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과 동시에 정신적 능력의 정도와 무관하게 모든 인간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학술적인 차원이나 치료차원의 발전이 가장 약한 사회구성원의 보호권을 의심하게 만든다면 사회는 있을 수 있는 치료방법의 개발을 포기하고 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건강은 최고선도 보호해야할 유일한 선(善)도 아니다.

■ 윤경중 부장 ‘생명 세상을 꿈꾸며’

“교회, ‘생명의 세계관 확립’ 필요”

윤경중 부장
물질적 풍요와 자유는 누리고 있지만, 발전과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성과 관계성을 잃어버린 채 얼마나 많은 공동체가 와해되고 많은 생명들을 죽음의 궁지로 몰아넣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이 시대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교회가 가장 선행적으로 수행해야할 생명운동의 과제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기존의 세계관을 대치할 ‘생명의 세계관’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생명수호 활동의 첫 소명이다. 세계관과 가치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모든 생명수호활동은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과학적 관찰과 합리적인 기술로 분석하고 이용해 발전시켜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모든 생명의 모태이다. 세상과 세상의 일부로 존재하는 인간은 한 공동체로서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생명을 선물로 받았듯이, 타인을 위해 내어주며 소박하게 살아갈 때 생명은 살아나고 세상은 아름다워지며, 그 안에서 정과 사랑이 싹틀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생명의 세계관이요 가치관일 것이다.

생명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내면화시키기 위해 가장 훌륭한 방법은 기도이다. 또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연대와 다양한 생명콘텐츠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