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님 세례 축일의 유래·의미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1-01-05 수정일 2011-01-05 발행일 2011-01-09 제 272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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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낮춰 모범 보이신 ‘인간 예수님’
예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을 통해 우리는 세례의 의미를 상기하고, 신앙인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성사는 2000년 전 사람의 모습으로 오시어 물로 세례를 받은 예수님으로부터 비롯된다. 예수께서 받으신 세례는 회개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함이며, 우리가 세례로 얻게 될 ‘죄(마귀)에서의 승리’를 나타낸다. 따라서 예수께서 받으신 세례는 세례의 완성이 아닐 수 없다.

교회는 전례주년을 통해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며 우리가 받은 세례를 상기하고자 한다. 이 축일은 우리의 세례·신앙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한번 살펴보자.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6-17)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 의해서 세례를 받은 사실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이 축일은 1969년 전례력이 개정되기 전까지 주님 공현 대축일 후 8일째 날에 지냈으나, 개정 후에는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첫 주일에 지낸다.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는 끝나고, 다음날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된다.

주님 세례 축일은 우리 자신의 세례를 기억하도록 하는데, 그것은 성탄절에 세례를 주던 풍습과도 관련이 있다. 처음 동방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1월 6일)을 지내면서 이미 주님의 세례를 기념, 전날 저녁 물을 축복하는 예식을 가졌다. 이는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샘을 만들고자 물을 축복하셨기 때문이라는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께서 이스라엘 백성 앞에 당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고, 사명을 시작하는 공생활의 선포일이기도 하다.

주님의 세례는 하느님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낮춰 강물 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통해 죄로 물든 인간들과 맺은 유대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죄의 짐을 지고 속죄와 고통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인간과의 연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은총을 누릴 수 있게 됐으며, 세례성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세례성사는 우리가 참으로 구원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례는 그리스도인의 생명의 시작일 뿐, 목적도 완성도 아니다. 세례성사의 진정한 의미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우리가 그분을 향한 자유와 해방에로 초대되어 새롭게 변화되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결국 완전한 세례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함께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축일을 지내며 세례 때 받았던 성령을 통해 구세주의 뜻에 따라 살아가야 하며, 그분께서 지셨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따를 것을 다짐해야 한다. 신앙인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성화하고, 평생토록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세상 복음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