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쉼터] ‘하늘 나는 사제’ 군종교구 박근호 신부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11-17 수정일 2010-11-17 발행일 2010-11-21 제 272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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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들의 든든한 ‘동료’이자 ‘사제’
■ 특전교육단 강하훈련 함께하는 군종사제

지난 8일, 경기도 광주 특전교육단(특교단)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 비바람 때문이다. 공수기본 교육생 720기 강하훈련을 준비하는 특교단 조교들은 검은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린다. 오전 9시부터 대기한지 한 시간 만에 드디어 날씨가 개었다. 더불어 강하훈련을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이제는 오히려 교육생들이 긴장할 차례였다. 이날 강하훈련에는 항공기나 헬기에 비해 기상제약을 덜 받는 기구가 사용됐다. 일명 ‘하얀 코끼리’라 불리는 기구는 직경 10m, 총 길이 28m나 될 정도로 몸집이 크다. 강하를 위해 대형 기구를 300m 상공으로 띄우는 것도 장관이다.

일부 조교들이 기구를 띄우는 사이 교육생들은 산악복과 보호 장비를 점검한다. 720기의 첫 번째 강하훈련이니 만큼 긴장이 더하다.

그 중에서도 유독 여유로운 한 사람이 있다. 군종교구 성 레오본당 박근호 주임신부다. 박 신부는 교육생들의 보호 장비 착용을 도와주기도 하고, 긴장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후 본인도 여유롭게 낙하준비를 했다. 사실 그는 9월 중순에 이미 강하훈련을 한 상태였다. 그것도 다섯 차례나 강하했다.

“강하를 하면서 왜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더라고요. 몇 번의 강하를 통해서 느낀 거지만 하늘에 아무리 올라가봐야 내려올 수밖에 없고, 결국 하느님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겸손의 미학을 배우게 되더군요.”

물론 강하훈련은 모든 육군이 피할 수 없는 훈련이다. 한 기수당 네 번을 성공해야만 한다. 군종장교라고 봐주는 것이 없다. 20kg의 낙하산을 매고 300m 상공에서 뛰어 내려오는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엄청난 체력소모와 담력이 필요하다. 박 신부도 앞선 훈련으로 허리둘레가 1.5인치나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신부가 다시 한 번 낙하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 사목대상인 군인들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힘든데 왜 하냐고 물어봐요. 모두 신자들을 위한 거죠. 가장 긴장되는 첫 강하는 다 함께합니다. 그때 함께하는 것이 힘이 되기도 하고 제가 신자들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드디어 박 신부가 속한 조가 낙하할 차례가 됐다. 기구에 올라타기에 앞서 교육생들과 함께 기도를 한다. 이 자리에서는 종교의 차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사제가 자신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기도를 마치고 기구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다시 말썽이다. 강풍으로 인해 이날 강하훈련은 전면 취소됐다.

하지만 박 신부의 강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일 년에 13개 기수가 입교하는 특교단에서 그는 모든 기수들과 함께 생활한다. 대한민국을 지킬 교육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료 군인이자 사제로서 말이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강하훈련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박근호 신부.
강하훈련 기구에 올라타기에 앞서 교육생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는 박 신부.
박 신부가 손수 교육생들의 보호 장비 착용을 도와주고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