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전교육단 강하훈련 함께하는 군종사제
지난 8일, 경기도 광주 특전교육단(특교단)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 비바람 때문이다. 공수기본 교육생 720기 강하훈련을 준비하는 특교단 조교들은 검은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린다. 오전 9시부터 대기한지 한 시간 만에 드디어 날씨가 개었다. 더불어 강하훈련을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이제는 오히려 교육생들이 긴장할 차례였다. 이날 강하훈련에는 항공기나 헬기에 비해 기상제약을 덜 받는 기구가 사용됐다. 일명 ‘하얀 코끼리’라 불리는 기구는 직경 10m, 총 길이 28m나 될 정도로 몸집이 크다. 강하를 위해 대형 기구를 300m 상공으로 띄우는 것도 장관이다.
일부 조교들이 기구를 띄우는 사이 교육생들은 산악복과 보호 장비를 점검한다. 720기의 첫 번째 강하훈련이니 만큼 긴장이 더하다.
그 중에서도 유독 여유로운 한 사람이 있다. 군종교구 성 레오본당 박근호 주임신부다. 박 신부는 교육생들의 보호 장비 착용을 도와주기도 하고, 긴장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후 본인도 여유롭게 낙하준비를 했다. 사실 그는 9월 중순에 이미 강하훈련을 한 상태였다. 그것도 다섯 차례나 강하했다.
“강하를 하면서 왜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더라고요. 몇 번의 강하를 통해서 느낀 거지만 하늘에 아무리 올라가봐야 내려올 수밖에 없고, 결국 하느님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겸손의 미학을 배우게 되더군요.”
물론 강하훈련은 모든 육군이 피할 수 없는 훈련이다. 한 기수당 네 번을 성공해야만 한다. 군종장교라고 봐주는 것이 없다. 20kg의 낙하산을 매고 300m 상공에서 뛰어 내려오는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엄청난 체력소모와 담력이 필요하다. 박 신부도 앞선 훈련으로 허리둘레가 1.5인치나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신부가 다시 한 번 낙하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 사목대상인 군인들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힘든데 왜 하냐고 물어봐요. 모두 신자들을 위한 거죠. 가장 긴장되는 첫 강하는 다 함께합니다. 그때 함께하는 것이 힘이 되기도 하고 제가 신자들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드디어 박 신부가 속한 조가 낙하할 차례가 됐다. 기구에 올라타기에 앞서 교육생들과 함께 기도를 한다. 이 자리에서는 종교의 차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사제가 자신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기도를 마치고 기구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다시 말썽이다. 강풍으로 인해 이날 강하훈련은 전면 취소됐다.
하지만 박 신부의 강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일 년에 13개 기수가 입교하는 특교단에서 그는 모든 기수들과 함께 생활한다. 대한민국을 지킬 교육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료 군인이자 사제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