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44. 마리아 막달레나 Ⅱ

고종희(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입력일 2010-07-07 수정일 2010-07-07 발행일 2010-07-11 제 270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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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표정·옷 등 사실 묘사의 극치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의 특징
막달레나 다른 여인들과 구별 
작품 해설 : 로지에르 반 데르 바이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1430-35, 220×262 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는 모세의 율법에 의하면 이런 여자는 돌을 던져 죽이라 했는데 스승님의 생각은 어떠하시냐고 예수님께 묻는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예수님의 이 말씀에 사람들은 슬금슬금 다 가버렸고, 그리스도께서는 그 여자에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타일러 보내셨다.

화가들이 마리아 막달레나를 가슴을 드러내 보이거나 여성성이 강조된 모습으로 그리게 된 사연은 요한복음의 이 부분에 근거한다. 그러나 사실 성경에는 이 여인이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어떤 표시도 없으므로 이 여인을 막달레나와 동일시 여기는 것은 통념일 뿐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달레나는 이 일화의 주인공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화가들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으며,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성화의 세속화가 더해지면서 그녀를 매혹적인 여인으로 그리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이를테면 화가들이 즐겨 그린 마리아 막달레나의 유형 중에 참회하는 모습이 있는데 이 경우 두 뺨은 흐르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지만 그 모습은 긴 금발에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자신의 죄를 깊이 참회한 후 열두 사도와 함께 예수님을 따랐으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에도 성모님과 함께 최후의 순간을 지킨 여인으로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가들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장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장면, 그리고 매장을 하기 위해 시신을 옮기는 장면 등에서 늘 마리아 막달레나를 고정 인물로 출현시키며 그 누구보다도 슬프게 주님의 죽음을 애도하는 여인으로 그리곤 했다.

15세기 플랑드르 회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에 속하는 로지에르 반 데르 바이덴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도 마리아 막달레나가 등장한다. 흑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십자가에 올라가 예수님의 시신을 내려놓고 있으며, 니코데모로 그려진 수염이 난 한 남자는 시신의 상반신을 부축하고 있고, 예수님의 장례식을 치러준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은 다리 부분을 잡고 있다. 이들 두 남성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얼굴의 개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의 주문자들로 보인다. 얼굴색이 하얗다 못해 푸른색을 띠고 있는 성모님은 아들의 죽음 앞에서 혼절했다. 그녀는 그리스도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아들의 뜻을 따르려는 듯이 보인다.

성모님을 부축하고 있는 붉은 색 옷을 입은 남자는 십가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상에서 늘 등장하는 복음저자 요한이다.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성모님, 막달레나와 함께 스승의 임종을 지킨 사람으로 스스로 요한복음에 기록하였다. 뒤에 있는 슬퍼하는 두 여인들 역시 성서에 기록된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들 여인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여인으로 화면 오른 쪽에서 멋진 의상을 입고 두 손을 모아 온몸으로 슬퍼하는 여인이 보인다. 그녀는 앞의 두 여인들이 목까지 가린 옷을 입은 것과는 달리 가슴이 살짝 보이는 파인 옷을 입고 있으며, 몸의 윤곽선도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바로 마리아 막달레나이다. 화가들은 이런 식으로 성녀 막달레나를 다른 여인들과 구별하여 그렸던 것이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슬퍼하는 표정이나 사진보다도 더 정교하게 그려진 옷의 질감과 문양에서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의 특징인 사실 묘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