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여기회 ‘제1회 여기애인상’ 수상작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0-06-22 수정일 2010-06-22 발행일 2010-06-27 제 270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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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의 성자’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말년을 보낸 여기당 내부. 해마다 16만여 명의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아 박사의 ‘여기애인’ 정신을 묵상한다.
한국여기회(총재 이문희 대주교, 회장 최옥식)가 제1회 여기애인(如己愛人)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여기애인상은 일본 나가사키 피폭 희생자로 전 세계에 사랑과 평화 정신을 전파했던 나가이 다카시(바오로·1908~1951) 박사의 여기애인(如己愛人·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정신을 청소년들에게 고취하고자 제정됐다.

지정 도서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이문희 대주교 엮음/가톨릭신문사)와 「나가사키의 종은 미소 짓는다」(나가이 마코토/대건인쇄출판사) 중 한 권을 읽고 쓴 독후감 공모로 진행된 이번 여기애인상에는 101편의 응모작 중 총 39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심사는 김정길(대구예술대 총장·매일신문 명예주필) 위원장을 비롯해 윤장근(소설가·대구가톨릭문인회장)·이태수(시인·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위원이 맡았다.

최우수·우수 입상자에게는 8월 8~11일 3박4일간 일본 나가사키·여기당 성지순례의 특전이 주어지며, 시상식 및 우수작 발표회는 7월 3일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매일가든에서 열린다. 다음은 최우수 작품 요약문.

■ 최우수(고등부) - 김혜인(경주 근화여고 3년) ‘다카시가 되자’

꾸준히 여기애인 실천하면 훗날 ‘다카시’ 돼 있을 것

평소 가톨릭 관계 서적에 관심이 없었던 내게 어느 날 학교의 교목 신부님께서 나가이 다카시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면서 그분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는 작은 책자를 선물해주셨다. 처음에는 그냥 그 사람의 생애는 어땠을까? 하는 단순한 물음에서 그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조금씩 읽을수록 그 책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새겨주었다.

나가이 다카시,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의대로 진학하여 의사가 되었다. 그러다 그는 백혈병에 걸리게 되면서 3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살아간다. 그 후 일본에 원자폭탄의 투하로 아내를 잃고도 그 피해지에서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원자폭탄 투하로 다친 사람들을 돌봐주고 원자핵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한다. 그 후 평화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그리고 그는 43세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일생은 어떻게 보면 참 힘들고 운 없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남을 위해 살아가면서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어쩌면 평화와 사랑을 가장 잘 실천한 하느님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천식에 걸렸을 때도 야간 왕진을 갔다가 길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적도 있었고, 자신이 방사선에 노출되어 병에 걸릴 위험도 무릅쓰고 파편이 몸에 박혀 피를 흘리면서도 원자폭탄으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였다.

나는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이제까지 늘 남들도 중요하지만 남보다는 내가 먼저였다. 다른 사람의 소중함과 공존은 알고 있었지만 타인이 나보다 먼저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다카시가 살아온 희생의 삶은 나에게 반성의 거울이 되었고, 또 나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었다. 바로 ‘남을 자기 같이 사랑하는 것’이었다. 말로는 너무 쉬운 남을 자기같이 사랑하는 것, 이것을 몸소 실천한 다카시 박사는 정말 하느님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

나는 이 책으로 남보다는 나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내 자신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을 위해서 한평생 사랑과 희생을 실천한 다카시의 삶을 그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는 실천해야 할 목표가 생겼다. 바로 ‘내가 다카시가 되자!’ 였다.

‘다카시처럼’도 아니고 ‘다카시 같은’도 아니고 다카시가 되어서 늘 그처럼 나의 삶을 남을 나와 같이 사랑하는 마음, 여기애인(如己愛人)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아직 나에게는 희생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만 나와 같이 남을 사랑하라는 여기애인의 마음을 가지고 조금씩 실천하면 나중에는 정말 다카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와 자녀들. 맨 왼쪽은 간호부장.

■ 최우수(중등부) - 최나린(거제 옥포 성지중 3년) ‘주님의 평화를 부르는 버릇, 여기애인’

작은 실천의 ‘나비효과’로 온 세상에 평화 가득하길

나가이 다카시 박사님.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가 난 후부터, 그동안 남의 일만 같았던 ‘전쟁’이란 단어가 우리들의 입에서도 자연스레 오르내리게 되었어요. 이런 상황이 닥치고 보니 ‘무장한 사람은 비무장한 사람보다 무력으로 충돌할 위험이 크고, 나라 사이에 전쟁이 없으려면 전쟁을 아는 나라가 무장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박사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결과적으로 바라는 것은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일 거예요. 전쟁을 통해서 어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제압해서 더 이상의 전쟁이 없는 ‘평화’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진정한 평화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승리의 평화는 승리한 사람들의 것일 뿐 패배한 사람들의 것은 아니니까요. 그것은 다시 분노와 복수를 낳고 또 다른 전쟁을 부르게 될 지도 몰라요. 결국 전쟁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궁극적인 ‘평화’의 상태에 이를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예수님의 ‘평화’는 다르죠. 저는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평화’가 바로 예수님의 ‘평화’가 아닌가 생각해요. ‘여기애인’의 마음으로 얻는 평화. 그런 평화에는 전쟁도 필요 없고, 그러니 각종 무기와 핵 역시 필요 없을 거예요. 더 큰 마음의 안식과 사랑을 얻을 수 있겠죠.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이 너무 막연하게만 느껴졌었는데, 박사님께서 어린 마코토와 가야코를 위해 유언으로 남기신 말씀을 보고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어요.

돌이켜 보면 저는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기는커녕, 언제나 다른 사람이 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길 바랐어요. 저 자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이제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제가 먼저 다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려고 해요.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박사님 말씀대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그것을 점점 제 ‘버릇’으로 만들어, 언젠가는 ‘빛과 소금’처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가이 다카시 박사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사람의 일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았어요. 전 비록 작은 나라, 그 중에서도 작은 섬에 사는 소녀이지만, 박사님이 강조하신 ‘여기애인’의 마음을 실천하도록 노력하면서 박사님과 나가사키를 항상 기억하고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게요. 저의 노력은 작은 것이지만 그런 작은 마음들이 모아져 나비효과처럼 퍼지면 언젠가 이 한반도에도, 더 나아가 전 세계에도 진정한 주님의 ‘평화’로 가득할 날이 오리라 믿어요.

나가이 다카시 박사 자녀들의 어린시절 모습과 당시의 여기당.

■ 심사평 - 이태수(아길로·시인·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진솔하게 감동 자아내는 글 높이 평가”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수준이었다. 좋은 글이 많았지만, 자신의 눈높이로 진솔하게 감동을 자아내는 글들을 높이 평가했다. 책을 읽은 느낌의 평면적인 서술보다 이해와 소화의 바탕 위에서 자신의 깨달음이나 견해를 자기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 독후감의 미덕이다. 응모작들 중엔 자성의 거울, 또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글을 풀어낸 경우가 적지 않아 고무적이었다.

중등부 최우수작인 최나린(거제 옥포 성지중 3년) 양의 ‘주님의 평화를 부르는 버릇, 여기애인’은 다카시 박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자기 눈높이로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를 읽으면서 자기성찰과 함께 비무장·비핵화, 평화와 사랑, 여기애인에 대해 새롭게 눈뜬 과정을 깔끔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또한 그의 ‘평화’의 의미가 예수님의 ‘평화’와 일치한다며‘여기애인’을 실천하며 살 것을 다짐하고, 자신의 그런 삶이 ‘나비효과’처럼 온 세상에 퍼져 진정한 주님의 평화로 가득할 날이 오리라고 믿는 마음자리가 아름답다.

고등부 최우수작인 김혜인(경주 근화여고 3년) 양의 ‘다카시가 되자’ 역시 같은 책의 독후감으로 솔직담백하면서도 실천의지를 감동적으로 떠올렸다. 교목신부님이 선물한 책을 읽으면서 다카시 박사를 알게 됐지만, 평생 남을 위해 희생했던 그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바를 꾸밈없이 그렸다. 그동안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온 부끄러움을 넘어서서 다카시 박사의 생애를 자신의 ‘반성의 거울’로서 뿐 아니라 적극 실천하려 다짐하는 대목은 돋보인다. 특히 다카시 박사의 ‘여기애인’은 ‘하느님의 사랑’과 일치하므로 그를 ‘하느님이 보낸 사람’으로 본다든가, 그처럼 살겠다가 아니라 바로 ‘다카시가 되겠다’는 실천의지는 소중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우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