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13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 수상 소감·인사말·축사

입력일 2010-05-25 수정일 2010-05-25 발행일 2010-05-30 제 269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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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소감 ◆

■ 소설 부문 수상자 이규희

“엄혹했던 사회상 고루 살리려 애써”

「그리움이 우리를 보듬어 올 때」를 쓰면서 저는 이 소설이 위로와 희망, 구원이란 주제에 닿았으면 하는 염원을 늘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우리 현대사에 느닷없이 떨어진 날벼락 같은 신군부의 등장은 그 흔적이 아직도 시커멓게 그을려 넘어진 고목의 아가리만큼이나 깊건만, 그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기보다는 외면해 버리려는 본성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잊거나, 미처 깨닫지 못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냐 싶게 무심한 일상 안에서 세월을 넘기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상기할 때, 저는 그 시커멓게 그을려 넘어진 고목의 처참한 아가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엄혹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계층을 두루 아우르며, 목숨이 걸린 다급한 상황에서부터 권력 난무의 현장, 변덕스러운 인심과 그 와중에도 끈질기게 이어가는 풍습에까지 고루 더듬어 살려내 보려 애를 썼습니다.

대체로 제가 겪었거나 눈동냥과 귀동냥으로 얻은 소재들이 근간이 됐지만, 발품으로 이뤄진 운동권과의 만남은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분들이 또 있을까. 그 지고의 아름다움에 의해 우리는 민주화를 꽃피워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열어 보여준 그 광휘로운 세계를 제가 얼마나 독자들에게 잘 전달했는지가 제일 걱정입니다.

■ 시 부문 수상자 김춘추

“의술 아닌 시로써 사람들 치유할 것”

저는 ‘시인’이라기보다는 백혈병이라는 병과 전투를 벌이는 ‘전사’입니다. 이곳에 저를 축하해주시기 위해 오신 선후배 전사들이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지난해 서울에서 은퇴를 하고 우리나라에 아직도 백혈병이 창궐하고 있는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백혈병과 다시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혈병과의 전투에서 싸워서 이기는 날에는 시를 쓰겠다는 마음은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시인으로서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시인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을 하느님께 허락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면허증은 장롱에 넣어 놓고, 이제는 시와 전투를 벌여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두 달 후엔 의사로서 제주도에서의 모든 일을 접고 본격적인 시인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동안 사람을 고치는 의사로서는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는 시로써 사람들을 치유하며 살라는 하느님의 뜻을 겸허히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언젠가 ‘하늘나라에 백혈병 환자가 너무 많다. 춘추야 너 좀 빨리 올라오너라’하고 저를 부르시면, 그때는 무조건 언제든지 올라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인사말 ◆

■ 이성도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

“훌륭한 작품, 사회에 행복 전해”

제13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곳곳에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작품으로 우리 사회를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게 만들어주시는 문인들께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수상자께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비롯해 문학상 제정 첫 해부터 지금까지 기금을 출연하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우리은행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그동안 그리스도의 사랑과 가톨릭 정신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문인들을 격려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세상에 알리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가톨릭신문사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문학상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지금까지 수상작 책으로 발간”

제13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에 함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오늘 수상하시는 두 분의 수상자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하신 여러 내빈들을 비롯해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위해 애쓰신 운영위원들과 심사위원들, 그리고 이곳에 계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로 제13회를 맞은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그동안 가톨릭 정신을 기반으로 한 한국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해왔습니다. 특히 각박해져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인간의 삶과 본질에 대한 하나의 방향타를 제시해 왔습니다.

우리은행은 가톨릭신문사와 함께 한국가톨릭문학상 제1회부터 제13회까지 수상자들의 신작을 모아 책으로 발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을 존중하는 가톨릭 사상을 담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은행이 여러분들의 숭고한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음에 매우 기쁩니다.

◆ 축사 ◆

■ 대구대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주교

“문학으로 복음적 가치관 드러내”

제13회를 맞는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을 축하드리며, 두 분의 수상자께 특별히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느님의 큰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어서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분야가 끼치는 영향을 참으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인격과 품격까지 드높여 변화시키는 데는 문학만한 영향력이 또 있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아울러 그 문학 작품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톨릭 정신이나 복음적 가치관을 드러내고 심어준다고 하면, 그 고귀함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수상하시는 두 분이 이루신 업적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특히 지난 13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후원해주신 우리은행과 여러 해 동안 봉사해 주신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창희 종무실장 대독 )

“인간의 숭고한 정신 드높여”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에 함께하게 돼 뜻 깊게 생각하며 수상자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 상을 제정해 가톨릭 문학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온 가톨릭신문사 측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인식하며 발견하고, 또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떤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해마다 문학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드높인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예술적 열정과 성과를 치하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정말 뜻 깊은 행사입니다. 수상자들께서는 ‘정의·평화·사랑’이란 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드높이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문인들의 노력과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관심 덕분에 더 큰 발전과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뛰어난 작품들을 발굴하고 격려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 최홍준 한국평협 회장

“문학인의 성소에 충실하길”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수상하시는 두 분의 수상자께도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기쁘고 뜻 깊은 이 자리에서 ‘문학·예술인의 성소’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되려면 하느님께서 불러주셔야만 가능한 것처럼, 문학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불림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천부의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따라야 하며, 무엇보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학·예술인의 성소에는 사회적 책임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선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께서는 “예술인은 인류에게 희망을 줄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문학·예술인들은 자신들의 성소를 충실히 살아감으로써 세상에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오늘 수상하시는 두 분의 작품은 진·선·미의 절정이신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느끼게 하고,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희망의 끝을 붙잡도록 해주는 참으로 값진 결실이라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