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5 섬기는 사랑 실천한 아름다운 청년

입력일 2010-01-05 수정일 2010-01-05 발행일 2010-01-10 제 268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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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속의 주인공 다니엘 마딩.
얼마 전 공소 교리교사 모임 때였습니다. 출석을 부르다가 다니엘 마딩이라는 교리교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지요. 매일 아침기도와 미사에 열심히 나오던 청년이어서 무슨 일이냐 물으니 지금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여름 서부 활극 같았던 치열했던 씨족분쟁은 대규모 소절도 사건 때문이었고, 목동들이 총을 들고 다니며 소를 훔치거나 살인을 저지르자 치안사건 예방을 위해 내전기간동안 방치된 총기류를 수거하기 위해 군인들이 몇 달째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200정이 넘는 총기를 회수했다고는 하지만 군복만 입었을 뿐이지 거칠기는 깡패인지, 산적인지 분간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데? 하고 물으니, 어제 길을 가다가 한 할머니가 군인들로부터 겁탈 당하려 하자 “지금 당신들 뭐하는 거냐?”라고 소리를 질렀고 군인들로부터 보복성 구타로 흠씬 두들겨 맞고는 지금껏 붙잡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경찰은 뭐하고? 경찰은 힘이 없다고 합니다. 헌병대는 존재하지도 않았지요. 일단 다니엘의 용감한 행동을 칭찬하고 찾아가 보겠다고 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간신히 풀려난 마딩이 찾아왔습니다. 어디 아픈 곳이 없냐고 묻고는 피부색 때문에 멍든 곳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프다고 하는 곳에 파스와 약을 발라주었습니다. 그리곤 참 용감한 행동을 했다고 등을 두드리며 칭찬을 했지요.

마침 그 다음날이 주일이어서 강론 때, 세상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일처럼 보일지라도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명을 돌보기 위해 이웃을 구한 마딩은 용감하게 복음을 실천했고 그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착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착한 사마리아인’상을 만들어 부상으로 손전등과 금일봉을 주고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게 해 주었습니다. 미사 때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사건은 읍장을 통해 해결되었고 군인은 재판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세상의 불의와 부정한 일을 보았을 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미루며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나서서 몰매를 맞거나 손해를 보았다면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다’합니다. 하지만 선함과 정의로움을 아름다운 가치로 칭송하지 못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입니다. 세상을 새롭게 바꾸는 복음은 아름다움을 위한 착한 행동을 하도록 ‘동기’가 되고 ‘시작’이 되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그 ‘들음’에 진심으로 동의할 때 신앙이 되며 그 신앙을 실천으로 옮길 때 비로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복음의 ‘시작이 되는 사람’입니다. 가장 놀라운 시작은 삶에 희망과 목적이 생기고 이웃을 위한 관심과 배려로 말과 행동이 바뀌는 조그만 삶의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작지만 아주 커다란 한 발자국의 성장이며 기적이었습니다.

다니엘 마딩은 아마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신앙과 양심의 소리가 무엇이 옳은 일이지 그릇된 일인지를 외치게 했던 것이었죠. 그는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저에겐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제자들을 뽑아 사도로 파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사랑의 혁명에 ‘시작’이 되게 하셨습니다. 성탄! 말씀이 인간의 살을 입고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 임마누엘의 신비는 ‘이미’ 시작된 복음을 ‘지금’살아가는, 아름다움의 참된 가치와 섬기는 사랑의 ‘시작이 되는 사람’을 통해 살아 있음을 믿습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가 현지 주민들과 기념촬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