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님 세례 축일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4-01-11 수정일 2004-01-11 발행일 2004-01-11 제 238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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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로서의 공생활 시작
스스로 낮추신 주님의 세례는 죄중의 인간과 연대의식 드러내
교회는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며 한편 우리 자신의 세례를 기억하도록 하는데 그것은 성탄절에 세례를 주던 풍습과도 관련이 있다.
예수가 세례자 요한으로 부터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물위로 걸어나왔을 때 하늘은 열리고 성령은 비둘기 모양으로 예수의 머리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는 소리가 들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통해 예수는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해 죽임 당하고 부활하는 메시아로서의 공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즉 예수의 세례는 '공현'이요 '하느님의 아들'임을 계시한 장면이다.

교회는 전례주년을 통해 주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며 한편 우리 자신의 세례를 기억하도록 하는데 그것은 성탄절에 세례를 주던 풍습과도 관련이 있다.

동방교회에서는 공현 축일(1월 6일)을 지내면서 주님의 세례를 기념, 전날 저녁에 물을 축복하는 예식을 가졌다. 이것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샘을 만들고자 물을 축복하셨기 때문이라는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세기에 걸쳐 공현 축일에 주님 세례를 기념하는 관습이 지속돼 오면서 1969년 새 교회력은 공현 다음 주일을 주의 세례 축일로 정했다.

예수의 사(私)생활과 공(公)생활의 분기점인 '요단강에서의 세례'는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는 신분임에도 스스로를 낮춰 세례를 받으시며 강물 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통해 인간들과 같이 죄인들의 대열에 함께 서시는 것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부분은 죄의 짐을 지고 고생하는 인간과의 연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세례자 요한이 "보라 ,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다'고 외쳤던 광경은 의미깊게 새겨둘 필요가 있다.

단지 목수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들 중의 사람이요, 동시에 하느님의 빛으로 , 참 하느님으로 오심을 드러낸 주의 세례는 우리의 구원 사업을 시작하는 파견이기도 하다. 세례를 받은 모든 신자들은 이런 면에서 자신들이 받은 세례가 어떤 의미인지 살피는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의 세례도 곧 부름이요, 파견이라는 것이다.

세례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성사이다. 하느님을 향한 자유와 해방에로 초대되어 새롭게 변화되었음을 선포하는 것이 세례성사의 참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와 죽음의 사슬에서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초대되었음을 기뻐하는 성사다.

이것은 한편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의공동체인 교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예수께서 인류에게 보이신 구원의 협조를 뜻하며 복음 전파의 사명을 부여받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예수님을 따라 우리가 걸어야할 광야를,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주님세례축일로 성탄시기는 마감이 되고 다음날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된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