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가 즉위 후 첫 외부 방문지로 로마 인근 제나차노의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를 찾았다. 아울러 로마 성모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에 들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묘소를 참배하고 ‘로마 백성의 구원 성모성화’앞에서 기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묘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인 부활 제2주일 오후 추기경단과 함께 묘소를 찾아 기도를 바친 바 있다. 첫 외부 방문지는 아우구스띠노회 관할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 교황으로 선출된 지 불과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 4시경, 레오 14세 교황은 로마 외곽 제나차노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를 비공식 방문했다. 교황은 “교회가 나에게 맡긴 새로운 사명의 첫날에 이곳을 꼭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첫 교황이다. 197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의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서 수련기를 시작했으며 1978년 9월 첫 서원, 1981년 8월 29일 장엄 서원을 했다. 이곳 성지는 1200년부터 아우구스띠노회가 관할하고 있으며, 알바니아 슈코더에서 전래된 고대 성모 성화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 레오 13세 교황이 특히 사랑한 장소이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은 폭스바겐 미니밴을 타고 도착했으며, 광장과 창가, 발코니에서 수백 명의 신자들이 환호로 맞이했다. “레오네! 레오네!(Leone! Leone!)”라는 외침이 이어졌고 인근 거리에는 인파가 가득 찼다. 교황은 성당에 입장해 아우구스띠노 수도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제대 앞과 성모 성화 앞에서 차례로 기도했다. 이어 성당에 모인 신자들과 함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바친 ‘착한 의견의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봉헌했고, 성모송과 ‘살베 레지나’를 부르며 전례를 마쳤다.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 교황은 아우구스티노회 총장으로 선출된 직후 이곳을 방문했던 일을 회상하며, 그때 이미 자신의 삶을 교회에 봉헌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착한 의견의 성모’에 대한 신뢰를 재차 강조하며,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이 하신 말씀처럼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는 말씀이 저의 길잡이”라고 덧붙였다. 방문을 마친 뒤 교황은 아우구스띠노 수도자들과 비공개로 만남을 가졌다. 레오 13세 교황은 1903년 이곳을 소바실리카(minor basilica) 지위로 승격시킨 바 있다. 이후 요한 23세 교황(195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93년) 등 여러 교황이 이곳을 방문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추기경 시절이던 2024년 4월 25일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했으며, 당시 강론에서 성모 마리아께 대한 깊은 신심을 표현하고 신자들에게 “세상에 평화와 화해를 전파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5월 10일 추기경단 대상 첫 공식 연설에서 자신의 비전을 밝히며, 인공지능(AI)을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또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시했던 핵심 과제들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의 핵심 가치들인 그리스도의 주도성, 시노달리타스, 신자의 감각(sensus fidei), 민중 신심,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세상과의 용기 있는 대화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하느님의 자비로운 얼굴이 그리스도 안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하며, AI가 인간 존엄성, 정의, 노동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이 이러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음을 설명했다. 교황은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당대의 사회 문제에 응답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도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 존엄과 정의, 노동을 지키는 데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1878년부터 1903년까지 재위하며 현대 가톨릭 사회사상의 기초를 마련한 인물로, 특히 「새로운 사태」를통해 노동자 권리와 자본주의 문제를 조명했다. 당시 그는 방임적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적 사회주의 모두를 비판하며, 가톨릭 고유의 사회경제적 시각을 정립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사회교리의 흐름을 AI 시대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교회는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을 위한 복음의 원칙을 변함없이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추기경과 교회를 향해 “기도와 헌신으로 이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요청하며, 교황 바오로 6세의 즉위 초 연설을 인용했다. “신앙과 사랑의 불길이 온 세상에 다시 타오르기를, 모든 선의의 이들에게 길을 비추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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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美 시카고 시장 "멋진 건 다 시카고에서 나왔다…교황님도요!”

전 세계 각국 정상들은 5월 8일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탄생에 축하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하고, 새 교황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영적 지도자이자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을 청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년간 선교사로 사목했던 남아메리카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교황 성하께서는 겸손과 사랑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페루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흔적을 남겼다”며 “페루를 사랑하셨던 목자께서 보편 교회를 이끌게 된 일에 감사하며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의 출신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출신 첫 교황이 탄생해 기쁘고, 미국에 큰 영광”이라며 “만나길 기대하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 교황이 태어난 미국 시카고시 브랜던 존슨 시장은 “교황님을 포함해 멋진 것들은 모두 시카고에서 나왔다”며 “얼른 고향에 돌아오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교황께서 더욱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영감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금 세계는 평화, 정의, 인간 존엄, 연민을 위한 목소리가 필요해 교황청과 협력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유럽이사회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평화, 인간 존엄, 국가 간 상호 이해를 위한 교회의 헌신에 깊은 영감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교황님과 협력해 전 지구적 도전에 대응하고, 연대, 존중, 친절의 정신을 키워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공동 성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의 조르지 멜로니 총리는 “오늘날 세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적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며 “전 세계는 교황님을 영적 지도자이자 도덕적 나침반으로 바라보며 사랑과 자선,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가르침에서 큰 힘과 위로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교황님께서 전 세계 신자들에게 희망의 길잡이자, 정의와 화해의 닻이 돼주시길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교황님께서 희망과 일치가 필요한 이 세상에서 대화와 인권 수호를 위해 힘쓰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님께서 우크라이나의 정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해 영적 지지를 보내주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 빈곤 완화, 평화와 같은 공동선 증진을 위해 교회와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교황 선출을 축하드리며 러시아와 바티칸 사이에 구축된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이 가톨릭적 가치를 기반으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은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는 교회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라며 “세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했다. 약 900만 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다니엘 샤푸 대통령은 “모잠비크 공화국의 국민과 정부는 교황님의 선출 소식을 기쁨과 환희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새 교황 레오 14세]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전문)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저 또한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 마음속으로 들어와,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이, 모든 민족과 모든 땅에 가닿기를 빕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냘프지만 언제나 담대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 귓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전임 교황님께서는 주님 부활 대축일 아침에 세상을, 온 세상을 축복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 축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과 또 우리 서로 손에 손잡고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앞장서 가십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인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이신 그분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 또한 저희를 도와, 그리고 서로서로 도와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한 백성이 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베드로의 후계자가 되어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도록 저를 뽑아 주신 형제 추기경님 모두에게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면서,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가 되고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들로서 언제나 노력하는 하나 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수사입니다. 성인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해 주신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우리는 다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로마 교회에 특별한 인사를 전합니다! (박수 소리) 우리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나의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하는 교회, 이 드넓은 광장처럼 언제나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현존, 대화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교회 말입니다]. 그리고 허락해 주신다면, 페루의 모든 이들에게, 특히 사랑하는 치클라요 교구에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의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 주교와 동행하고 믿음을 나누며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교회가 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 곁에 계시며,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 새로운 사명을 위하여, 온 교회를 위하여, 세계 평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이 특별한 은총을 청합시다. (성모송) 2025년 5월 8일 레오 14세

[성소 주일 특집] 수도회·신학교,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한국교회 성소자 발굴과 양성도 시대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하고 있다. 수도회 체험 프로그램이 확대되는가 하면 유튜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신학교는 신학생 양성과 학문 교육을 각각의 전문성을 더하도록 체계를 다지고, 질 좋은 기도·생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의 역사가 담긴 교내 건물들을 재건축한다. 성소 주일을 맞아 최근 교회가 성소자들을 위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아본다. 수도원·수녀원 개방으로 체험 기회 제공 수도회들은 젊은 성소자나 청년들을 위해 열린 체험 프로그램을 해오며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최근 수도회들은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최해 일반인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톳찡 포교 베네딕도 대구 수녀회(대구 본원장 이일경 베타니아 수녀)는 수녀원 내 영성과 피정의 집에서 10년 넘게 성소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살이피정’을 해오고 있다. 피정 참가자들은 ‘기도하며 일하라’는 베네딕도 성인 말대로 전통 수도생활의 리듬을 체험해볼 수 있다. 모든 일정을 수녀원 일과표에 토대를 두고 만들었다. ‘살이피정’은 수도 성소를 고민하는 여성 성소자들에게 식별의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일반 여성 청년들에게도 수도생활이라는 체험의 장을 열어두고 있어 성소자가 아니더라도 참가할 수 있다. 다만 수녀회 일정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차수마다 10명 내외로 신청을 받는다. 대구 수녀원 성소담당 김정미(아니마) 수녀는 “일상에서 벗어나 수녀원 생활 리듬에 머무는 것 자체가 복잡하고 산란했던 마음에 질서를 가져오는 경험을 했다고 참가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특별할 것 없는 수녀원의 일상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현대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녀원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2023년부터는 ‘살이피정’을 한 번에 50명이 참가하는 규모로 확장한 ‘소울스테이’도 열리고 있다. ‘소울스테이’는 2024년 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학부가 ‘베네딕도 영성관 피정의 집’에 의뢰한 수도 생활 체험 프로그램으로, 1년에 두 번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다. ‘살이피정’의 일정을 바탕으로 하지만 남·녀 대학생들에게 모두 개방된 피정이라는 점이 다르다.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 가르멜 수도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등 많은 수도회가 수도원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경상북도 지역 수도회들은 2015년부터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비신자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미디어 활용해 젊은 세대에 다가가요’ 성바오로딸수도회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2013년경부터 이미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그중 2022년 4월 기획해 2023년 6월까지 약 1년간 업로드된 ‘수도생활 외안해’는 수녀회 소속 세 명의 수녀가 출연해 수도회 일상과 성소 고민 등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는 콘텐츠다. 영상은 ‘수녀원에서 나가고 싶었을 때’, ‘수녀원에는 어떤 MBTI가 많을까?’, ‘밸런스게임으로 알아보는 수도 생활’ 등 흥미로우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영상들이 주를 이뤘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콘텐츠기획팀 박하나(마리아) 수녀는 “수녀원에서 함께 지내는 삶의 기쁨과 어려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복음 선포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제작했다”고 전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도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 프로젝트로 유튜브 브이로그 ‘생생 수녀원’을 선보여 지난 4월 25일 마지막 영상까지 총 7편을 업로드했다. 수녀회의 기도 생활뿐만 아니라 빨래, 수녀원 연못 물고기 밥 주기(?), 행정 업무 등 일반 신자가 자세하게 접하기 어려운 수녀원 생활을 카메라가 직접 수녀들을 따라다니며 담았다. 또한 수녀회 소속으로 본당, 유치원, 학교, 병원 등 다양한 선교지에서 활동하는 수녀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알리며 한국 사회 곳곳에서 선교하는 수녀회의 넓은 영역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수녀회 미디어팀 고재향(마리 마르타) 수녀는 “수도자들이 기쁨과 열정으로 투신하는 모습을 우리끼리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공유하고자 했다”며 “현대 젊은이들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수도자의 삶을 이해하고 또 성소를 가지는 사례가 더 많은데, 이런 사례들은 그만큼 미디어가 선교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원화로 변화 겪은 서울 대신학교, 신학생 기숙사 및 대성당 재건축 2018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의 이원화를 통해 상담과 생활지도, 성소 식별 등 양성에 전문성을 더하며 조직 체계에 이미 큰 변화를 겪은 서울대교구 대신학교(교장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가 이번에는 교내 오래된 건물들의 대대적인 재건축을 앞뒀다. 재건축 대상은 신학생 기숙사 중 하나인 대건관과 대성당이다. 두 건물의 개축된 부분을 제외하면 대건관은 1972년 완공돼 올해로 50년이 넘은 건물이고, 대성당은 1960년 완공돼 무려 60년이 넘었다. 특히 대성당은 완공된 해부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 일부가 안치돼 있어 대신학교는 물론 한국천주교 역사에 매우 의미 깊은 장소다. 다만 워낙 연식이 오래돼 장기적인 안전성 측면에서 재건축을 결정하게 됐다. 신학교 기숙사가 숙소 개념을 넘어 신학생 양성과 식별교육이 이뤄지는 ‘못자리’이기도 한 만큼 예정된 재건축은 신학생들의 구체적인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또한 신학교는 교내 상주하는 양성 사제들과 신학생들이 함께 살아가는 기숙사의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 민범식 신부는 “대건관 공동체의 경우 재건축을 계기로 교구의 양성 방향에 따라 신학생들이 양성 사제와 함께 소공동체를 이루고 더욱 밀접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재건축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작된다.

[한국교회 통계 2024] 고령화 극복·성사 활성화 과제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2025년 4월 23일자로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는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늘어나는 주일미사 참례율과 성사 생활의 수치를 통해 조심스럽지만 신앙생활 회복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계 전반에 고령화의 심화와 세례·견진·주일학교 등 입문 성사의 쇠퇴 지표들을 볼 수 있다. 통계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신자 수, 소폭 증가 총인구 5270만5574명 대비 신자 수(599만7654명) 비율은 11.4%를 기록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살펴보면 11.38%로, 2023년(11.34%)과 비교할 때 0.04%의 근소한 차이가 나타난다. 0.5%(2만6979명)의 신자 증가율은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 수치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한 2020년에는 0.1%로 급락했다. 이후 매년 소폭 오르는 추세지만, 10년 전인 2014년(2.2%)과 비교할 때 하락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심화 주민등록상 인구의 연령별 구성 비율과 신자의 연령별 구성 비율을 비교했을 때, 29세까지는 주민등록 인구의 점유율이 앞서고 있으나, 30세에서 34세는 신자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후 35세부터 54세까지는 비슷한 추세이나 55세 이후부터는 신자 비율이 더 앞선다. 주민등록 인구 비율에서는 50~54세가 가장 높은 비율(8.7%)이지만, 신자 비율에서는 60~64세가 9.5%로 가장 높다. 이미 한국사회보다 먼저 초령화지수를 돌파한 한국교회는 이번 통계에서도 노령화의 지표를 여실히 드러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전 교구에서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23년도에 비해 증가해서 모든 교구의 초고령화 현상이 심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10%p 이상 상승했다. 19세 이하 신자 비율과 65세 이상 신자 비율의 차이도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번 통계에서는, 19세 이하 신자 비율이 전체 신자 중 6.3%에 불과하나,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7.5%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1인 가구는 22.1%(219만 명)에 달한다. 독거노인의 자살률, 우울증 비율, 사회적 고립도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실정이다. 고령화 현상은 단순히 ‘나이 많은 신자’가 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돌봄과 동반이 없는 고립된 노년 신앙이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고령 신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목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기적 영세자 감소 추세 2024년 영세자 수가 전년 대비 13.7% 증가했지만, 여기에는 군종교구의 세례 증가에 영향이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했을 때는 전년 대비 1.9%의 증가율을 나타낸다. 2023년 증가율(24.0%) 대비 낮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춘천, 원주, 부산, 마산, 안동 등 일부 교구는 영세자 수가 감소했다. 10년 동안의 영세자 수를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다. 모든 교구에서 2014년보다 영세자가 줄었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2,9%가 감소해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3만285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62.6% 감소한 것이었다. 다만 2021년부터는 차츰 매년 영세자 수가 전년보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앙 전수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유아 세례는 10년 전보다 51.7% 감소했다. 0~9세 주민등록 인구와 신자 수, 영세자 수를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주민등록 인구 감소율보다 신자 수 및 영세자 수 감소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환경적 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유아 세례 수치가 낮은 현상은 가정 내 신앙 전수 기능이 약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성사생활, 코로나19 이전 못 미쳐 전년 대비 성사 활동은 첫영성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 추세다. 첫영성체 신자는 1만4908명으로 전년 대비 0.7% 줄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성사 활동이 증가 추세라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사 별로 보면, 견진성사 건수는 2019년의 72.0% 수준으로 나타났다. 병자성사는 2019년의 98.2%, 첫영성체는 80.2%, 영성체 81.9%, 고해성사는 80.1% 수준으로, 완전한 회복세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첫영성체 경우, 2020년(8561명)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1만6267명) 다시 증가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2022년(1만3279명) 다시 줄어들었고, 2023년(1만5006명) 조금 늘었다가 다시 감소했다. 전년 대비 견진성사와 병자성사는 각각 5.0%와 8.3%가 증가했고, 영성체는 12.2% 고해성사는 9.5%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견진성사 건수는 10년 전 2014년 5만2287명과 비교했을 때, 2만9777명으로 43%가 감소한 모습이어서 입문 성사 과정의 약화와 신앙 성숙으로의 여정이 견고하지 못함을 시사하고 있다. 학년 오를수록 주일학교 참여 감소 또 다른 신앙의 세대 전수 지표라 할 수 있는 주일학교 현황을 보면, 초등부와 중등부 학생 비율은 각각 53.5%와 29.2%로, 전년 대비 3.9%와 1.6% 증가율을 보였다. 고등부는 53.8%로 0.3% 감소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주일학교가 있는 본당은 2019년까지 매년 87% 이상 나타났으나 코로나19 이후 운영되지 않는 주일학교도 늘어났다. 2020년 83.8%로 떨어졌다가 소폭 늘었지만 2022년부터 다시 감소하고 있다. 초등부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주일학교에 참가하는 점은 긍정적 신호나, 중고등부로 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장기적인 청년 신앙 활성화 측면에서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사제도 고령화 한국교회 성직자 현황은 소폭 증가세에 고령화 현상이 드러난 모습이다. 교구 사제 수는 4738명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10년 동안 추세를 보면 교구 소속 신부 수의 증가율은 낮아지는 있다. 2017년까지는 2% 증가율을 보였고, 2017년 2.9%까지 나타났으나 2018년부터 1% 증가율을 보이다가 2023년부터 1% 미만 증가율을 드러냈다. 2024년 교구 소속 새 신부 수는 72명으로, 2023년보다 3명 감소했다. 새 신부 수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감소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2.7%가 줄었다. 교구 신부 중 본당 사목 소임이 2230명으로, 전체 신부의 47.1%를 차지한다. 원로 사목자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24년에는 12.2%로 10년 전보다 5.1%p 증가했다. 사제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자 현황에서는 수도서원을 준비하는 수련자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성소 감소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남자 수련자 수는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여자 수련자는 2017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4년과 비교할 때 남자는 61.1%가, 여자는 59.3%가 감소했다.

종합

[새 성당 봉헌 축하합니다] 서울대교구 항동본당

서울대교구 항동본당(주임 박명근 클레멘스 신부)은 5월 18일 오후 3시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170 현지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연다. 2023년 2월 1일 신설된 항동본당은 2024년 2월 3일부터 새 성당을 짓기 시작해 2월 11일 완공했다. 새 성당은 대지면적 960.2㎡, 건축면적 379.53㎡, 연면적 1663.21㎡,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주요 시설로는 지하 1층에 주차장, 지상 1층에 사무실과 만남의 방, 2층에 대성전, 4층에는 교리실과 사제관 등을 갖추고 있다. 교황청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대리석상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한진섭(요셉) 작가가 항동성당 제대, 독서대와 성수대, 지붕 십자가 등을 제작했다. 박정석(미카엘) 작가는 유리화, 한창규(요한 사도) 작가는 십자고상과 성모상, 선종훈(프라 안젤리코) 작가는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 제작에 참여했다. 새 성당은 항동(航洞)의 의미를 살려 전체적으로 배 모양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본당 주임 박명근 신부와 사목위원들은 건축비용 마련을 위해 서울대교구 12개 본당에서 모금활동을 펼쳤고, 항동성당 건축 소식을 접한 재미교포 어르신이 미화 1000달러와 함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본당 신자들은 건축 기간 동안 묵주기도 100만 단을 바치며 정성을 모았다. 박 신부는 “항동본당 설립 2년여 만에 드디어 새 성당을 완공하고 성당 곳곳에 성 미술품을 설치한 것이 꿈만 같다”며 “성전에서 예수님 고상과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를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북토크, “교황 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WYD가 기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다리를 놓는 사람’(Pontifex, 라틴어로 사제)으로서, 평화의 겨자씨 한 줌을 가톨릭 황무지에 가서 뿌리고자 하셨습니다. 선교 정신에서 방북 의사를 밝히셨죠.” 2018년 10월 18일 문재인(티모테오) 전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저는 (언제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Sono disponibile)”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화답하자 교황청에서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 외교관으로서 교황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고자 노력했던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대사는 “방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사제들에게 교황님은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라고, ‘사제가 없으니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피력하셨다”고 회상했다.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상임대표 이성훈 안셀모)는 4월 2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이 대사를 초청해 북토크를 열었다. 북토크는 이 대사가 교황청에서 지켜보고 동참했던 교황 방북 프로젝트 과정을 기록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를 주제로 열렸다. 이 대사는 “교황의 방북 의도는 자신의 방문을 계기로 북한을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해 북한 사람들을 구해 내려는 것이었다”며 “핵심 쟁점은 북한으로부터 선교의 자유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북한에 ▲가톨릭 공동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교황청이 인정하는 사제의 미사 집전을 허용하고 ▲북한 신자들이 탄압 걱정 없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하고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이들을 석방하고 ▲종교 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허용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비오 11세 교황은 소련의 스탈린과 협상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구원할 수 있고 더 큰 해악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악마와도 협상할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교황 방북 프로젝트는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후 결렬됐지만, 이 대사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다음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북미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미국, WYD에 북한 청년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한국교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려는 교황청의 뜻이 답지하면 후임 교황이 평양과 서울을 잇따라 방문하는 미래는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1) 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 지역 사각지대 종합 돌봄 실현 사업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풀뿌리 공동체인 각 본당은 복지회의 도움으로 어떤 발전적 사회복지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올해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된 본당들이 지역사회에 희망을 심고 있는 모습을 소개한다. 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주임 이종환 요셉 신부)은 ‘구의동 지역 사각지대 종합돌봄사업’ 통해 지역사회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을 보살피고 있다. 법적 문제로 수급권이 주어지지 않았거나, 정부와 민간단체로부터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들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구호를 넘어 가난한 이웃을 스스로 찾는 ‘실천’을 행함으로써 가톨릭적 본당 사회복지사업의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지역사회 복지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본당 각 구역 신자들이 공동체와 연결되기 어려운 취약계층 이웃들을 발굴하고 본당 사회사목분과에 지원 대상자로 추천하고 있다. 성당 주변에 분포한 노후 다세대주택에는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취약계층 1인 세대가 많이 살고 있다. 특히 홀몸노인은 자녀(법적 부양가족)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민간 복지 단체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또 지역 복지시설의 후원을 받더라도 병원비와 약값 등 지속적인 큰 지출 때문에 더 큰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신앙 공동체이자 지역사회 일원이기도 한 본당이 이러한 이웃들을 찾아나서면, 최소한 그들이 고립과 단절로까지 고통받지는 않게 된다. 본당 사회사목분과 실무자 양정혜(베로니카) 씨는 “약소하더라도 면밀하고 지속적인 돌봄이 결국 심적으로도 힘이 될 것이기에 결국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35개 복지 사각지대 가정이 사업을 통해 ▲격주 반찬 나눔과 두 달에 한 번 쌀 지원 ▲김장 나눔 ▲설·추석·어버이날 선물 지원을 받고 있다. 반찬은 본당 사회사목분과 반찬나눔팀 구성원들이 직접 만든다. 고기 및 생선 반찬과 국을 포함한 4가지 반찬을 보온·냉 가방에 담아 대상자들의 집을 찾아 손수 전달한다. 이는 대상자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넘어 ‘나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심리적 지지 체계도 제공한다. 4월 24일 반찬 지원을 받은 장점자(83) 씨는 “고립된 나를 기억해 주고 계속 찾아와 주니 가슴속 먹구름이 한 꺼풀 걷힌 느낌”이라고 전했다. 시력이 온전하지 않은 장 씨는 “하느님을 잘 알지는 못해도, 나보다도 힘든 이웃을 위해 기도하도록 마음을 녹여주시는 분임은 똑똑히 안다”고 말했다. 이날 장 씨 등 복지사각지대 이웃들 집을 곳곳 다니며 반찬을 배달한 본당 신자 신혜선(사비나) 씨는 “그냥 밥과 반찬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지역사회에서 전파하며 ‘실천하는 신앙’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의동 지역 사각지대 종합돌봄사업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2025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부터 더 큰 나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본당 신자들은 집수리와 청소 등 홀몸노인들의 주거환경 개선 활동과 매달 1회 미용 봉사도 펼칠 예정이다.

서울 개봉동본당, 유가족 회복 프로그램 ‘사랑골’ 마련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주임 윤성호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사고사나 돌연사로 사별을 경험한 유가족의 회복을 돕는 ‘사랑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월 23일 첫 모임을 시작한 ‘사랑골’ 프로그램은 6월 1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5시 개봉동성당 마리아홀에서 총 8회가 열린다. 총 7명의 유가족이 참여하고 있는 ‘사랑골’은 사별 유가족 돌봄 전문가인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손영순(카리타스) 수녀의 강의, 미술, 음악, 동작 테라피 전문 강사 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손영순 수녀는 4월 30일 강의에서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겪게 되는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자가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손 수녀는 “배우자나 자녀를 잃은 가족들이 가슴에 품는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거나 완전히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가족들이 그 아픔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사별의 아픔을 인정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별 가족 중에는 술에 의존하거나 다른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골’은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사별의 아픔을 덜어내면서, 건강한 지지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윤성호 신부는 개봉동본당에서 ‘사랑골’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을 잃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는 감정을 갖고 사는 분들도 많은데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면서 “‘사랑골’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처음에는 흙빛 얼굴로 왔다가 5주차가 넘어가면 묵혔던 감정이 조금씩 풀리고 점차 얼굴에 웃음기가 생겨난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에 하루 모임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본당 수도자가 모임이 없는 날에도 유가족들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모임이 모두 끝난 후에는 유가족들끼리 후속 모임을 하거나 같이 여행을 떠나는 등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