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희년’ 셋째 날인 7월 30일 한국교회 청년 순례자들이 로마 시내 주요 성당을 순례했다. 순례자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 라테라노 대성당,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 로마 성모 대성당 등을 순례하며 로마의 구석구석을 방문했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로마 순례 중 라테라노 세례당에서 교구 사제들의 주례로 세례 갱신식과 미사를 봉헌했다. 갱신식을 한 세례대는 가운데가 움푹 팬 팔각형 구조의 세례당이다. 이후 만들어진 다른 세례대들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세례 갱신식은 순례자들이 생활성가를 다 함께 부르며 한 명씩 세례대로 내려가 사제 앞을 지나가면, 사제가 세례대 단상에서 성수 예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갱신식과 미사에는 근처를 순례하던 서울대교구 순례자 일부도 함께 참례하는가 하면, 경당을 찾은 이탈리아 현지인들도 미사에 참례하는 등 더욱 풍성한 전례가 됐다. 미사를 주례한 의정부교구 김정호(미카엘) 신부는 “로마에서 청년들과 만나 소통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등의 모든 체험은 우리가 평소 한국의 본당에서 서로 만나고 미사를 드리던 것들이 정말 소중한 것들임을 깨닫게 해 준다”며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것들이 이번 대회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의 신앙생활도 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젊은이들의 희년 공식 일정 중 하나인 ‘도시와의 대화’가 7월 29일 시작돼 31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도시와의 대화’에서는 로마 내 70개의 광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각종 문화, 예술, 영성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극단 공연, 전시회, 사제나 수도자, 부부의 성소를 증언하는 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준비됐다. 또 이 일정 중 순례자들은 자유롭게 로마 시내를 돌며 판테온, 콜로세움 등 주요 건축물을 관람했다. ‘도시와의 대화’ 일정 중 7월 31일에는 1100여 명에 달하는 서울대교구 순례자들이 성 크리소고노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참회의 날’로 지정된 8월 1일에는 로마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에서 800여 명의 사제가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고해성사를 베풀 예정이다. 5.2매/이형준/사진 있음 1. 7월 30일 의정부교구와 서울대교구 순례자들이 로마 라테라노 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형준 기자 2. 7월 30일 의정부교구 사제들이 로마 라테라노 세례당에서 세례 갱신식을 주례하며 참례자들에게 성수를 뿌리고 있다. 이형준 기자 3. 7월 30일 의정부교구와 서울대교구 참례자들이 로마 라테라노 세례당에서 세례 갱신식을 봉헌하고 있다. 이형준 기자 4. 7월 30일 라테라노 세례당에서 의정부교구 사제들이 세례 갱신식을 주례하고 있다. 이형준 기자 5. 7월 30일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 중 '도시와의 대화' 부스 중 한 곳인 로마 산타 마리아 인 발리첼라 성당에서 순례자들이 교리 교육을 받고 있다. 이형준 기자 6. 7월 30일 '젊은이들의 희년'에 참가한 순례자들이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 앞 분수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형준 기자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두 건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대체 입법이다. 당시 헌재 판결 이후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대체 법안이 제시됐다는 점 자체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전면 부정하고 낙태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함으로써,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인 ‘생명 존중’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 주교단은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 등 개별 기구가 아닌, 주교단 전체 명의로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었다. 주교단은 7월 23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7월 11일)과 이수진 의원(7월 23일)은 각각 낙태죄 대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 제2211653호)을 통해 낙태 허용의 기존 법적 한계를 전면 삭제했다. 나아가 수술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낙태까지 허용하고, 심지어 낙태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은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교회는 태아의 주수(週數)나 독자적 생존 가능성과 무관하게,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322항은 “아기는 임신되는 순간부터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가르침에 따라, 교회는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사회적 인식과 법적 판단을 존중하며, 헌재 판결 이후에는 여성의 건강과 모성, 자기 결정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이 조화를 이루는 입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헌법재판소 판결의 취지 역시 이러한 교회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되,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과의 균형을 명확히 강조했다. 즉, 판결문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 결정권이 생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양자 간의 균형 있는 입법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개정안은 교회의 생명 존중 원칙뿐 아니라, 헌재 판결의 취지와도 어긋난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약물에 의한 낙태 허용이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포함한 조항은, 생명 파괴 행위를 마치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로 취급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법안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표현을 ‘인공 임신 중지’로 바꿈으로써, 낙태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죄책감을 낮추려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약물에 의한 낙태는 대량 출혈, 극심한 통증, 불완전 유산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수술적 낙태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을 차단하거나 자궁 외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생명윤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민 건강 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낙태에 대한 보험 적용은 그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제도화는 낙태의 공식 의료 시장 편입을 가속해, 낙태 행위의 지나친 상업화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개신교와 의료계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7월 21일 “먹는 낙태약 허용과 낙태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은 생명 파괴 행위에 국가가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모자보건법 제14조가 삭제될 경우 임신중절에 대한 법적 기준이 사라져, 의료 현장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형법상 의사 낙태죄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로 정해진 입법 시한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은 현재까지 6년째 입법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산부인과 병원이나 브로커들이 고주수 태아에 대한 무분별한 낙태 시술을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교회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 제출’ 바로 가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도 한복에 어울리게 단정히 땋은 동티모르 리퀴도이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7월 24일 서울 경복궁을 찾았다. 이들은 33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광화문과 경복궁의 전통 건축물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살펴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동티모르 학생들의 경복궁 나들이에는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이형우(루카) 신부가 동행했다. 동티모르 순교 복자 수도원에서 선교 활동 중인 이 신부는 학생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그는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학생들이 한복만큼은 꼭 입고 싶어했다”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들의 열정을 전했다. 학생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도 이 신부가 설명을 시작하면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근정전, 경회루, 강녕전, 향원정 등 경복궁의 주요 건물들을 차례로 둘러봤다. 한국을 방문한 학생은 고3 셀레스티나(Celestina), 주비타(Juvita), 베로니카(Veronika), 고2 로지타(Rosita) 등 4명이다. 이들은 지난 7월 20일부터 한 달간 어학연수를 겸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한국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견학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티모르 청소년들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동티모르 청소년 글로벌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행사는 동티모르 순교 복자 수도원(원장 김민조 하상 바오로 신부)이 올해 처음 기획한 것으로, 교내 활동에 적극적이며 신앙생활에 성실한 학생들이 선발됐다. 학생들은 7월 중 수도회 한국지부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한강, 인사동 전통시장, 남산 서울타워 등을 둘러봤다. 8월부터는 수원·안동·부산교구를 차례로 방문해 한국교회의 활동을 직접 살펴보고,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 4일 일정으로 한국어 실용 회화, 기초 문법, 말하기 수업을 듣고, 국내 고등학생·대학생과도 교류한다.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민조 신부는 “2022년 5월부터 수도원이 운영하는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와 부산가톨릭대학교 간의 교육 및 교류 협력이 이어져 왔으며, 현재 동티모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졸업생 2명이 부산가톨릭대에 입학해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특히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동티모르 현실을 고려해, 국제 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학생들이 한국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고 꿈을 키운 뒤,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사회에 봉사하며 자신의 미래도 함께 설계해 나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는 단순한 선진 문화 체험을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깊이 있게 배우고 교류하는 경험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셀레스티나 양은 “온돌과 아궁이, 궁궐의 문 구조 등을 직접 보고 한국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느낄 수 있어, 그동안의 일정 중 경복궁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된다면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해,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동티모르의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지에서의 복음 전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데 기여하는 사례로 눈길을 끈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는 문화 체험과 고등 교육의 기회를 연결고리로 삼아, 동티모르 청소년들이 고국에 돌아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선한 영향력’의 주체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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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낙태 허용 법안, 국가 책무 저버리는 행위”

낙태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잇달아 발의되자, 한국교회 주교단은 깊은 유감을 표하고 이 법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7월 23일 주교단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안은 헌법 제10조가 명시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생명의 권리, 그리고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그 생명권은 임신 단계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 대체 법안은 7월 11일 제22대 국회에서 첫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은 국회에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서 ▲약물에 의한 낙태를 명시하고(제2조) ▲낙태 예방 사업 실시 삭제(제12조) ▲낙태 수술의 허용한계 삭제(제14조)를 제시했다. 아울러 제14조의 2항에 낙태에 대한 보험급여 실시를 명시했다. 이어 이수진 의원 등 10인도 7월 23일 상담 시설 강화를 추가한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다. 반생명적인 조항을 담고 있는 법안에 대해 주교단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하여 낙태를 제도화한다면 실제 낙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관해서도 “낙태를 단순한 의료적 선택으로 통념화”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주교단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하여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한 것과 관련, “‘중절’ 대신 ‘중지’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하여 낙태 행위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주교단은 “헌법 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간의 입법적 균형과 조화를 요구한 것이지, 생명 보호의 책임을 사실상 국가가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주교단은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 문화 개선 활동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지킴이로서,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가고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와 의료계도 개정 법률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7월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생명을 없앨 수 있을지를 고민한 반생명적 법안”이라고 반발했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낙태의 무제한적 허용은 생명 존중의 원칙과 충돌한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이번 법안은 40주 태아까지도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무제한 낙태 허용”이라며 “추후 임신 주차를 적당히 조정하며 원하는 시기를 넣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보이는 만큼 지금부터가 반생명 법안과 관련한 진짜 논쟁의 시작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형법상 의사 낙태죄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후 입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대체 입법 공백 상태다.

“인공지능, 인간 위한 도구일 뿐…인간 지성 대체 불가”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1월 28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인간 지성의 관계에 관한 공지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을 발표했으며, 주교회의는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 7월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옛것과 새것」을 통해 교회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성찰하고 있는지, 또 인공지능을 선하게 이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 인간의 지적 활동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데이터 분석이나 이미지 식별, 의학적 진단에 이르는 전문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의 모든 활동을 대신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교회는 「옛것과 새것」에서 “인간 지성과 인공지능을 지나치게 동등하게 보는 것은 기능주의적 관점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교회는 “인공지능이 인간 추론의 측면들을 모방하고 특정 과제를 놀랍도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계산 능력은 그저 인간 정신의 광범위한 능력의 단편일 뿐”(32항)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탁월해도 결국 그 능력은 근본적으로 논리 수학적 구조에 한정됨을 말한다. 반면 인간 지성은 “현실의 모든 차원을 이해하고 현실에 적극 참여하는”(33항)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련된 하느님의 선물”(21항)이다. 인간의 지성은 단순히 계산이나 논리적 언어 등 기능적인 과제만을 완수하는 능력이 아니다. 이는 일부분일 뿐으로 인간 지성은 더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인간이 ‘육화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육화된 존재’란 인간 안의 정신적 부분과 물질적 부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지 않는 단일체라는 의미다. 인간의 지성과 몸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마치 인간 지성이 몸 없이도 작동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인간은 육화된 존재기에 “인간의 영은 육체 없이는 본연의 정상적인 앎의 방식을 수행하지 못한다.”(17항) 인간 지성의 성장은 “감각적 자극, 감정적 반응, 사회적 상호 작용, 그리고 각 상황의 고유한 맥락을 포함한 구체적 경험들로 형성”(31항)된다. 논리적 구조 안에서 기계 학습만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인간 지성은 “관계 안에서 발휘되며, 대화와 협력과 연대 안에서 가장 충만하게 표현된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타인과 친교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간 지성은 이런 친교를 통해 “타인과 함께 배우고, 타인을 통해 배운다.”(18항)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창조와 구원 안에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원한 자기 증여에 궁극적 기반”(19항)을 두고 있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인간은 감각적 경험과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 인간 지성의 한계를 초월한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 때문에 마치 인공적으로 인간 지성(지능)을 구현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인공지능은 사실상 인간 지성과는 비교될 수 없고, “인간 지성의 산물”(35항)일 뿐인 것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은 인간 지성의 풍요로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지성을 보완하는 도구로만 사용돼야 한다”(112항)고 가르친다. 인공지능, 선용하려면 “모든 과학 기술 성취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다.”(37항)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사용 목적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수행한 결과가 누구에게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윤리적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면에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인간 발전을 이룩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 기술이 윤리적으로 선용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물질적 부는 물론이고 정치·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소수의 기업이 기술을 지닌 만큼,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우려도 있다. 또 모든 문제를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이 팽배해져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침해당할 여지도 크다. 이에 교회는 “인공지능은 단순히 경제적 또는 기술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돼야 하며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55, 69항)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은 현실의 진정한 만남을 방해하고 인간을 고립시킬 수 있고, 어린아이의 경우 인간관계를 인공지능과의 관계처럼 도구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교회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격처럼 제시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인공지능을 이용해 속이는 것이 부도덕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교회가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범죄들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의 이론상의 위험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욱 시급하고 당면한 우려는 악의를 품은 개인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오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의 오용으로 발생하게 되는 허위 정보, 딥페이크, 사생활 침해, 자유의 억압, 그리고 전쟁 등에 관해 고찰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제언하고 있다. 교회는 “우리는 알고리즘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제약하거나 조건을 달도록 허용할 수 없고, 연민과 자비와 용서, 특히 개인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없애버리도록 허용할 수도 없다”면서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함이 존중될 수 있도록, 군사용 인공지능의 개발과 사용은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94, 103항)고 역설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이 제기한 심오한 질문과 윤리적 도전을 다루기 위해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지혜”(114항)라고 강조한다. 마음의 지혜는 인공지능이라는 이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고, 공동선을 증진하며,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고 인간의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할 수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이루는 복되고 완전한 친교로 이끈다.

대구카리타스, ‘수해 지역’ 경남 산청서 봉사활동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국장 김기진 대건안드레아 신부, 이하 대구카리타스)가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 산청군 일대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긴급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대구카리타스 31개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150여 명은 7월 25일 경남 산청군 석대마을, 외송마을, 생비량공소 인근 마을, 산청읍 일대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가정과 농작지, 축사를 정리하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번 봉사 활동은 마산교구 산청본당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봉사자들은 오전 8시, 산청군국민체육센터에 집결해 조별로 현장에 투입됐다. 각종 작업 도구를 직접 준비하고, 고압세척기까지 동원해 복구에 만전을 기했다. 봉사자들은 침수로 손상된 가정 내부를 정리하고,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제거했으며, 농작지와 가축 사육지도 말끔히 정비했다. 대구카리타스 봉사단은 현장에서 새참을 제공하면서 봉사자들과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나눴다. 김기진 신부의 시작기도와 마침기도로 이어진 이번 활동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이웃의 고통에 응답하는 신앙 공동체의 연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대구카리타스 측은 “이번 활동은 수해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실질적인 회복과 위로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가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사랑을 실천하는 카리타스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남녀 수도회 장상들,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 개최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고 있는 한국교회 남녀 수도회 장상들이 처음으로 함께 피정을 열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도 피정에 동행하며 강의를 진행했고, ‘경청’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남녀 장상들은 7월 21일부터 22일까지 수원교구 양지 영성교육원에서 ‘축성생활의 해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을 열었다. 올해 전반기 동안 교회 안팎 청년들과의 소통과 선교에 집중했다면, 축성생활의 해가 반환점을 지난 지금은 각 수도회 ‘리더’인 장상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쇄신하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피정 중 열린 두 차례 강의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의 중요성을 짚으며, 축성생활의 해가 시노드 여정을 걷는 교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있게 다뤘다. 유흥식 추기경은 “초기 수도생활에서부터 오늘날 축성생활로 불리는 다양한 형태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며, 이는 인간 존재 전체가 하느님 안에서 완성되는 것을 향한 순례의 표징”이라며 “축성생활은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구체적 측면들을 성찰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추기경은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구체적인 실천 방향으로 ▲여정의 목표에 대한 자각 ▲함께 걷는 것 ▲결코 멈추지 않기 등을 제시하며, “함께 걷는다는 것은 소속 수도회 회원들뿐 아니라 전체 카리스마 가족 구성원, 다양한 카리스마들과의 친교, 그리고 전체 교회와의 동행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청 외교관으로 아이티와 캐나다 등 6개국에서 교황대사로 활동한 루이지 보나치 대주교도 강사로 나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시선에 갇힌 ‘외눈 증후군’에서 벗어나, 형제·자매들의 다양한 시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무엇보다 경청의 태도를 배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의 후에는 그룹별 나눔도 열렸다. 첫 나눔 주제는 ‘수도회가 한국교회 내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데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극복 방안’이었다. 유 추기경도 각 그룹에 직접 들어가 수도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수도자들이 행정적 ‘문서’에 갇히지 않고, 실제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십의 필요성과, 비록 더디더라도 수도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인격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공동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 회장 유덕현(야고보) 아빠스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장상들이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기회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남녀 수도회가 함께 피정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피정 자체가 큰 기쁨이자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종합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6) 서울대교구 홍은동본당 ‘소외된 지역 주민과 함께’ 사업

서울대교구 홍은동본당(주임 이기성 에우세비오 신부)은 올해 1월부터 ‘어려운 신자와 함께, 소외된 지역 주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본당과 지역 내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건강하게 먹고, 1년 중 하루라도 즐겁게 보내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서호성 라자로)와 ‘나눔의 묵상회’(회장 김미경 리디아)는 2021년부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지원을 받아 매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인간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사회복지 활동도 꾸준히 펼쳐왔다. 본당은 서울 홍은동 지역 취약계층 가운데, 건강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1년에 한 번 외출조차 어려우며, 학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조차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이웃을 지역사회와 신자들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올해는 총 27명의 지원 대상자에게 두 달마다 쌀, 밑반찬, 과일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가정 방문을 통해 말벗이 되어주고 간단한 집수리도 함께 하며 물질적 지원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정서적 돌봄을 함께 전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연말에는 지원 대상자들과 함께하는 야유회 ‘힐링 나들이’가 예정돼 있다. 매년 성지순례를 겸해 떠나는 이 나들이에는 본당 노인 신자들도 함께 참여해, 대다수가 독거노인인 대상자들과 자연스럽게 유대를 맺으며 사회적 안전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소 바람 쐴 기회도, 동행할 사람도 없었던 대상자들은 모처럼의 여행에서 웃음을 되찾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신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하느님 안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의 존엄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본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 5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원하며,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아이들의 자존감이 꺾이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고 있다. 나눔의 묵상회 회원들은 해당 청소년들과 일대일 결연을 하고, 소정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김미경 회장은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며, 인간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행’의 가치를 실천해 온 본당은, 사회적 기여가 크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사회복지시설에도 매달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인 서호성 분과장은 “희망의 순례자는 순례단이 될 때 더 빛난다”며 “후원금이 크지 않아도,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교회·사회 기초 공동체들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을 통해 해마다 장학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대상 청소년의 학창 시절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기성 신부는 “진정한 구원은 우리가 이웃의 결핍에 안타까워하며 그것을 채우기 위해 선을 실천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것”이라며 “봉사자들의 우군이 되어주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도 깊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푸스펜의 집, “상처받은 어린 영혼에 위로를”

경기도 부천 주택가에는 부모의 이혼, 방임, 학대, 빈곤과 유기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지낼 수 없는 여자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보호시설이 있다.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꼬 수녀회에서 2008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성 아동 공동생활가정 ‘푸스펜의 집’(시설장 기명옥 미카엘라, 담당 수만 수녀)이다. 푸스펜의 집은 수녀회 창설자 마리 푸스펜 수녀(Marie Poussepin, 1653~1744)의 정신을 따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도직을 하자”는 마음으로 아동이자 여성이라는 가장 연약한 존재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 6명이 기명옥 시설장, 인도에서 온 수만 수녀와 함께 24시간 함께 지내며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맺고 있다. 아이들은 기 시설장과 수만 수녀를 ‘우리 이모’, ‘우리 수녀님’이라 부르며 등교 전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고 또 화해하며,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가족처럼 기댈 수 있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특히 필요하다. 그래서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형태로 아이들을 보살핀다. 그룹홈은 5명 이상 7명 이하의 소수 보호대상 아동이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복지사·동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라, 수십 명 이상이 입소하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과 달리 집중 돌봄이 가능하다. 기 시설장은 “보호대상 아동은 도움이 필요해도 보호자의 눈치를 보거나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룹홈에서는 아이의 아픔을 제때 알아채고 함께 병원에 가는 등 돌봄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나들이와 캠프 등 동반 프로그램 외에도 한 가족다운 추억을 일상처럼 쌓으며 안정감을 얻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마음껏 뛰어놀고, 본당 어린이 미사에서 같은 푸스펜의 집 출신 교리교사 ‘큰언니’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지역에 장미 축제가 열리는 늦봄에는 거의 매일 온 가족이 공원을 산책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기 시설장은 “다른 가족들의 친밀한 모습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거실에 에어컨을 켜고 각자 이불을 가져와 함께 모여 잠을 자며 마음을 나눈다. “좋은 꿈 꾸렴. 꿈속에서도 이모랑 수녀님은 네 곁에 있을게. 언니랑 동생들, 예수님도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우리는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수만 수녀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도 자립하기 어려운 이 사회, 우리 아이들이 ‘함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무사히 자라날 수 있도록 끝까지 사랑으로 품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특성상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늘 필요하다. ※후원 계좌: 국민 625101-01-362954 도미니꼬수녀원 ※문의: 032-674-0545 푸스펜의 집

대구카리타스, ‘수해 지역’ 경남 산청서 봉사활동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국장 김기진 대건안드레아 신부, 이하 대구카리타스)가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 산청군 일대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긴급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대구카리타스 31개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150여 명은 7월 25일 경남 산청군 석대마을, 외송마을, 생비량공소 인근 마을, 산청읍 일대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가정과 농작지, 축사를 정리하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번 봉사 활동은 마산교구 산청본당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봉사자들은 오전 8시, 산청군국민체육센터에 집결해 조별로 현장에 투입됐다. 각종 작업 도구를 직접 준비하고, 고압세척기까지 동원해 복구에 만전을 기했다. 봉사자들은 침수로 손상된 가정 내부를 정리하고,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제거했으며, 농작지와 가축 사육지도 말끔히 정비했다. 대구카리타스 봉사단은 현장에서 새참을 제공하면서 봉사자들과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나눴다. 김기진 신부의 시작기도와 마침기도로 이어진 이번 활동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이웃의 고통에 응답하는 신앙 공동체의 연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대구카리타스 측은 “이번 활동은 수해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실질적인 회복과 위로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가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사랑을 실천하는 카리타스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세종로본당, 유치원·수녀원·교육관 축복식

서울대교구 세종로본당(주임 박동균 도나도 신부)은 7월 19일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세종베드로 유치원과 수녀원, 교육관 건물 축복식을 봉헌했다. 축복식에는 정 대주교와 박동균 신부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4지구장 최원석(프란치스코) 신부 등과 본당 신자들이 참석했다. 본당은 2021년 ‘세종로성당 공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2022년 12월 서울대교구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고, 종로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2024년 3월 착공해 올해 7월 1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증축 건물은 전체 연면적 1137㎡(344평)의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지하 1층은 강당과 교리실, 1층은 사제 집무실로 쓰인다. 2층부터 3층은 유치원, 4층은 회의실, 5층은 수녀원이다. 본당 사목협의회 김성재(그레고리오) 총무는 “시설이 무사히 완공되기까지 주님의 은혜와 보살핌 그리고 신부님을 비롯한 본당 공동체의 기도와 희생 덕분에 축복식까지 할 수 있었다”며 철거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축복식에 앞서 내빈 소개와 증축 경과 보고, 그리고 증축공사에 기여한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정 대주교는 세종베드로 유치원과 수녀원 건축에 기여한 시조그룹 주진오(알렉산델) 회장과 윤성애(데레사) 여사 부부, 감리 업무를 맡은 가톨릭건축사사무소 황원옥(마리아 에스텔) 수녀 등 총 7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