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이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3일 역대 대선 최다 득표로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는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교회 또한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번 대통령 당선에 축하의 뜻을 전하며,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법치주의라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흔들리지 않도록, 원칙과 정의가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사법 체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대통령 구속과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헌정 질서의 위기를 체감한 국민 다수의 공감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6월 4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에게 드리는 축하와 당부’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정의와 참된 평화의 길을 걸어갈 믿음직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고,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 자신의 뜻을 당당히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이 갈등과 분열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로운 지도력을 발휘하길 부탁했다. 세대와 성별, 지역을 가르며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 없는 존중을 실현하는 정책과 연대를 강화하는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또한 한반도에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써주길 기대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역시 이 대통령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께서 이제 어느 한 편이 아니라 모두의 삶 곁에 서시어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 모두를 위한 품격 있는 통합의 지도력을 보여주시리라 믿는다”며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는 지도자로서, 정파에 따른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우리 사회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돼주길 요청했다. 대통령이 취임 당일 가장 먼저 찾은 이들이 국회 방호원과 청소노동자였듯, 임기 중에도 소외된 이들 곁에 다가서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잊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민생 안정이라는 현안을 풀어내고,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과 공동선을 우선하는 정부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또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교회는 대통령이 기후위기 극복과 생태 보호를 위한 정책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4대강 재자연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추진은 생태적 회개를 지향하는 교회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이제 우리 모두의 공복(公僕)인 대통령으로서, 특히 가난하고 어렵고 소외되고 희망을 잃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도 “사랑으로 통합된 사회, 평화로운 남북관계로 전쟁 없는 한반도, 정의의 회복을 통한 건전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모든 국민이 존엄과 희망으로 살아가는 참된 공동선의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 여정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랑과 평화, 정의로 이끌어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은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을 맞아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70인에게 묻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이끄는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들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가톨릭교회 전체의 소명을 드러내며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 소명의 실천에 어떻게 협력하고 투신할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총 4회에 걸쳐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와 하느님 백성의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1. 시작하며 - 설문조사 결과 종합 2. 시노드 교회를 향해 -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3. 교회는 쇄신돼야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 4. 세상과 교회 - 빈곤과 폭력을 넘어 그리스도의 평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교황명을 선택했듯이, 레오 14세 교황은 19세기 레오 13세 교황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레오 13세 교황은 노동과 자본의 문제에 대해 교회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반포했다. 사회교리, 세상과의 관계 방식 ‘레오 14세’라는 이름은 사회교리의 현대적 적용을 통해 새로운 세기의 도전에 응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그의 교황직 수행에 있어서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나타낸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5월 10일 추기경단 전체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것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교회는 또 다른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분야의 발전에 직면해, 인간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수호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응답하고자 사회교리를 전 인류에게 선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황으로서 과거의 교도권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사회교리를 교회의 ‘세계와의 관계 방식’으로 여기며, 시대적 변화가 제기하는 새로운 물음에 신앙적으로 응답할 자세를 강조했다. 특히 그가 인공지능을 19세기의 산업혁명에 견주어 인공지능이 가져올 심대한 변화에 대응할 것을 요청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빈곤, 그리고 가난한 교회 설문에 응답한 70명의 신학자들은 시노드 교회 건설 다음으로 ‘빈곤, 경제적 불평등과 세계화 문제’(27명, 19.3%)를 새 교황이 해결해야 할 두 번째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여기에서 가난과 빈곤은 단지 절대적인 궁핍의 상태에 대한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를 야기하는 경제적 ‘불평등’의 상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한 ‘무관심의 세계화’ 현상과 연관되며, 갈수록 공고해 지는 제도적, 구조적 사회악으로서,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맹목적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오늘날 빈곤의 문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념과 경제 체제가 만들어내는 극단적 양극화의 문제로 인식된다. 안전하게 자신들의 땅에 정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이주민과 난민은 그 상징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의 피해자들이다. ‘레오 14세’ 교황명으로 나타낸 주요 사목 방향 ‘사회정의 실현’ 빈곤·분쟁·자연 파괴 등 원인…관계 단절에 의한 위기로 파악 만연한 폭력과 그리스도의 평화 ‘폭력과 무력 분쟁 해소 및 평화 회복’(12명)과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보전’(8명)이 각각 4위, 5위를 차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을 포함해 현재 세계가 직면한 수많은 분쟁 상황을 ‘제3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새 교황으로서 처음 맞은 주일인 5월 8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바란다”며 전임 교황의 경고를 이어받아 “현재 우리는 ‘조각난 형태의 제3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오늘날의 무력 분쟁들의 해소는 현 단계 인류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교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이 비극적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교수 방종우(야고보) 신부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전쟁과 민족주의, 난민 문제 등 폭력적 상황은 교회의 최우선 과제”라며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 선출 직후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말로 시작해 시종 ‘평화’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강한수(가롤로) 신부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현대 세계의 상황을 지적하고 “한반도의 종전을 통한 평화 구축과 강대국에 의한 무력 분쟁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인류는 세상의 평화를 구축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고 교회가 그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와 「찬미받으소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서 자신의 교황명을 따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일이 신앙인의 본질적 소명에 속하며, 인간 생태계와 자연 생태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통합적 생태론을 일깨웠다. 특별히 기후위기로 인해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이 살아가는 공동의 집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굴러가고 있다는 절박한 인식은 그리스도인들의 투신을 요구한다. 신학자들은 생태 문제를 단순한 자연 보호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넘어, ‘관계’의 문제로 인식했다.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는 빈곤, 분쟁, 자연 파괴 등을 모두 ‘관계의 단절과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파악한다. 박 신부는 “관계를 잃어버리고 자본과 권력의 작동 기제에 소모된 현대인의 파편적인 삶인 인간 자신뿐만 아니라 생태 정의마저 파국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신학연구소 홍태희(스테파노) 선임연구원은 “현시대의 절제 없는 인간 중심주의를 경계하며, 「찬미받으소서」로 상징되는, 모든 피조물을 향한 교회적 관심이 식지 않고 더욱 열매를 맺을 것”을 희망했다. 한국 외방 선교회 학술연구소 소장 김병수(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기업이나 국가는 모두 자본주의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기후위기 극복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은 교회가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장 한 스푼, 간장 한 스푼을 큼직한 볼에 담긴 고기에 넣고 고루 버무려주세요. 양념이 잘 배도록 살살 치대듯 섞은 뒤 잠시 재워둡니다. 이제 달궈진 후라이팬에 재운 고기를 올려 중불에서 천천히 볶아주세요.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 자작해졌다가 사라질 즈음, 맛있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할 거예요. 자, 이제 직접 한번 해볼까요?” 6월 5일 서울대교구 방배동성당 지하. 백발에 주름진 이마, 얼핏 봐도 연륜이 묻어 나는 나이 지긋한 남성 신자들이 모여 어색한 손놀림으로 조심스레 칼을 들고, 조리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 방배동본당(주임 권철호 다니엘 신부)이 마련한 ‘집밥 프로젝트’ 현장이다. 본당은 이날부터 4주간 매주 목요일 남성 신자들을 위한 요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령의 남성 신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한 끼쯤은 직접 차릴 수 있도록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권철호 신부가 사제 연수 기간 제주도에서 혼자 식사를 준비하며 느꼈던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나이 많은 신자들은 더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본당은 이 요리 수업이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신자들 간 정을 나누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며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감도 자연스레 깊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목적 없는 일상 속에 있던 신자들이 직접 음식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후 프로그램 정례화를 위해 참가자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박동호(스테파노) 씨는 “아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친구들과 여행 준비로 바쁠 때도 항상 가족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걸 보고 마음이 쓰였다”며 “이번 기회에 요리를 배워 가족에게 직접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고령 신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본당에서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오늘 형제님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니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낙현(시몬) 씨도 “혼자 요리할 때 양 조절이 어려워 늘 막막했는데 여기서 요리 비법을 배워 딸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본당의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전체의 약 35%. 본당은 이에 맞춰 ‘집밥 프로젝트’ 외에도 고령 신자를 위한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매년 시니어 아카데미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 병자성사를 거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권 신부는 “고령 신자들은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팬데믹 이후 가정 방문 성사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신자들이 건강할 때 편히 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매년 단체로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6·3 조기 대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가톨릭신문은 새 대통령 취임에 발맞춰 ▲남북화해 ▲정의평화 ▲사회복지(빈민) ▲생태환경 등 4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회 내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새 대통령과 정부에 전하는 바람을 담았다. 계엄과 탄핵으로 얼룩진 6개월 간의 혼란에서 벗어나 가톨릭 사회교리에 걸맞은 정책의 변화를 ‘새 대통령’에게 희망한다. ■ 민족화해 - 남북 관계, 방송과 전단지로는 변하지 않는다 연말연시가 되면 늘 듣게 되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다. 바로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라는 말이다. 꼭 연말이나 연초가 아니더라도, 과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기를 맞이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국민은 정말 ‘숨 가쁘게’ 일상을 살아왔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수십만, 수백만의 시민들이 주말을 포기하고 광장으로 나섰다. 매일 뉴스를 지켜보며 오늘은 또 누가 꼼수를 부릴지 조바심을 내야 했다. 이제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됐고, 많은 이는 이제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국민들이 한숨 돌리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앞으로 책임을 맡게 될 이들에게 더 큰 기대와 응원의 마음을 먼저 전한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5,17)에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고 선언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치기에,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 개인의 회심이 그를 구원으로 이끈다면, 한 사회의 쇄신 역시 모두를 구원으로 이끌 것이다. 그렇기에 새 시대를 바라는 모든 이와 함께 과거와 작별하고 새 마음을 간직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남북 관계에서 우리가 작별해야 할 과거 중 하나는 바로 ‘적개심’이다. 남과 북은 80년 가까이 서로를 미워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일상의 작은 생산품에서부터 국가 단위의 외교와 국방에 이르기까지, 남북은 미움을 기반으로 한 경쟁의 길을 걸어왔다. 이미 경쟁이 무의미해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증오와 미움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남북의 경제력은 이미 50배 이상, 군사비 지출도 3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불안감을 느낀다면, 우리보다 북한이 더 크게 느낄 것이고, 위협 역시 상대가 더 크게 체감할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더 큰 포용력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역량을 갖추고 있다. 새 정부는 우리 안의 적개심을 내려놓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갖추길 바란다. 그리고 적개심을 극복한 자리에 자신감을 갖추었으면 한다. 무기를 쌓아 올려서 생기는 자신감이 아니라, 공감과 포용의 마음으로 상대를 품을 수 있는 자신감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을 열게 된다. 내가 살아온 길을 알고, 현재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이에게 진심을 보이게 된다. 남과 북 역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압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한반도에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 주길 바란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선동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불신, 불안, 증오, 미움, 혐오를 부추기는 말과 행동이 아니라, 기다리고 먼저 손 내밀며 상대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헤아려 보자. 지난 3년 동안, 서로를 비난하는 방송과 전단지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 않았나?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 정의평화 - 단호함과 너그러움, 세상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어지럽고 메슥거렸습니다. 지난 6개월간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고, 거짓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부끄러움이 실종된 시간에서 마음이 몹시 괴로웠습니다. 멀미 나는 듯한 역사적 장애물 경기를 함께 내달린 이웃들을 생각하며, 새 정부의 시작에서 두 단어를 입에 올립니다. 단호함과 너그러움. 서로 반대되는 말 같지만, 이 두 단어가 제 자리에만 선다면 세상은 훨씬 좋을 수 있습니다. “진실은 정의와 자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모든 형제들」 277항) 거짓에 대해 단호해지십시오. 거짓의 폐해는 그것을 말한 소수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다수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공적 영역에서 진실을 다루는 언론과 미디어는 그 영향력만큼이나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 체계 역시 회복되어야 합니다. 사법의 잣대가 누구에게는 단호하고 누구에게는 너그러워진다면, 그것은 이미 법이 아닙니다.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과거는 ‘오늘날 거짓’의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지킬 수 있도록, 단호한 사법 체계의 올바른 회복이 새 정부의 첫 책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의 정신에서 핵심이 되는 이 애덕은 언제나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사랑입니다.”(「모든 형제들」 187항) 다름에 대해 너그러워지십시오. 6·25전쟁과 제주, 광주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혐오와 분열의 유령은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대, 성별, 지역을 가르며, 서로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문화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광화문 거리에서 한복을 곱게 입은 열 살 아이가 ‘○○○ 박멸’이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손에 쥐어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연 우리는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을 벌레처럼 대하는 태도에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단호한 혐오가 자리한 비극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는, 혐오를 멈추고 연대를 키우는 교육, 다름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정책, 소수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절실합니다. 지난 시간 우리는 단호해야 할 자리에 너그러웠고, 너그러워야 할 자리에 단호했습니다. 그 결과 어긋난 시간이 우리 공동체 모두를 베었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이제 그 어긋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권력은 공동체 회복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단호함으로 거짓을 멈추고, 너그러움으로 상처를 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희망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박진균 안드레아(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 사회복지·빈민 -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고, 공공의 이익 우선시하는 정부 되길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중에서도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따뜻함을 지녔으면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인 진영 논리를 넘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차별과 배제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 안에서 ‘나’와 ‘너’는 철저하게 구분되고, 가난한 이들은 ‘우리’라는 범주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선거철이나 혹서기, 혹한기 때에만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명의 엑스트라로 동원될 뿐이다. 지난 대통령 취임선서 때 새로운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사람들은 바로 국회 방호원과 청소 노동자들이었다. 혹자는 가식적인 쇼라고 비판하지만 그 모습이 진심임을 믿고 싶다. 그 모습 그대로 이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낮은 자세의 대통령이 되길 희망한다. 모든 정부에서 예외 없이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민생안정’이다. 모든 사람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이들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주도의 정책으로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 이를 통해 인간중심의 대통합을 이루어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15만 평이나 되는 공공의 땅인 옛 용산정비창이 그리고 2021년부터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이 계획되었던 동자동 쪽방촌이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바람과 원래 예정된 계획대로 공공개발이 된다면 그 이익은 비교적 골고루 공공(公共)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주도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추진과 토지, 건물주들의 민간개발 추구는 공익 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만을 만들 뿐이다. 공공의 땅이나 주택이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쓰일 때 약자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패널티를 내고도 공공임대주택의 소셜믹스를 거부하는 서울 모처 아파트 재개발 구역의 모습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께서 지난 3월 인터뷰에서 현재 급속도로 진행중인 인공지능(AI) 시대의 투자에 대해 수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 모두가 세금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살아가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공익을 우선하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뜻을 변함없이 지켜나가시길 바란다. 나충열 요셉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 생태환경 -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희망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 길고 긴 겨울과 봄을 지나, 이제 전환과 통합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날, 필자는 금강 세종보에 갔다. 봄은 짧고 여름이 오고 있어서 강변에 꽃들이 예쁘게 펴서 손짓하고 있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활동가들이 그 자리를 1년 넘게 지키고 있다. 이들은 자연과 벗 삼아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폭염·폭우와 혹한에도 행여나 수문을 닫을까 걱정되어서 천막을 지키고 있다. 세종보만 이런 상황인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가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가덕도, 새만금, 홍천, 삼척, 설악산 등에서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들과 연대하고 이들의 소리를 온몸으로 전하고 있다. 이곳들은 정권이 뒤집히는 긴 세월을 관통하며 일관되게 추진되는 개발의 현장으로, 어떤 곳은 경제적 이익의 한계를 알면서도 추진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댐과 보 건설 위주의 물관리 정책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이 공약이 단순히 전 정부를 부정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각각의 개발 논리들은 이어져 있기에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만 핀셋처럼 들어내서 폐기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새만금과 가덕도의 신공항은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추진되었지만,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막대한 환경파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이제 익히 잘 알려졌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핵진흥정책을 밀어붙이며 AI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전력수급이 필요하다고, 즉 경제발전을 위해 핵발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으나, 어떤 경로로 어떻게 전환을 만들어갈지가 당면한 과제로 남았다. 임기 내 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 10기를 폐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미 민영화, 외주화되고 있는 에너지 생산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 발전 노동자의 희생 없이 산업이 전환되고, 에너지 민영화로 인한 불필요한 개발과 요금 폭탄이 국민에게 전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승리의 기쁨과 찬란함 때문에 현장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의 아름다움과 그늘, 웃음과 탄식이 지난 겨울과 봄의 다채로운 광장의 불빛을 만들었다. 부디, 이 목소리들을 소중히 들어주시길 부탁한다. 오현화 안젤라(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의정부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단장 강정식 요셉)는 6월 6일 경기 양주시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2025년 의정부교구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를 열었다. ‘사랑하올 어머니’ 꼬미시움, ‘103위 성인의 모친’ 꼬미시움, ‘하늘의 문’ 꼬미시움, ‘희망의 모후’ 꼬미시움 등에 소속된 청소년과 학부모 150여 명이 참가한 대회는 본당 쁘레시디움을 넘어 교구에서 활동하는 모든 단원들이 친교 안에서 일치를 구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대회 참가자들은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한마음 성모 골든벨’, ‘한마음 명랑 운동회’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청소년 단원뿐 아니라 학부모·본당 사제들도 게임에 참여하거나 응원전에 동참했다. 특히 운동회 마지막 게임인 ‘공 굴리기’에서는 넘어지고 뒹구는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응원과 함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장을 찾아 교구의 미래인 청소년 단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참가자들과 함께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손 주교는 강론에서 “단원 여러분 모두가 성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성모님을 사랑하면 그분이 사랑하신 예수님에 대한 사랑도 꽃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조금씩이라도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면 그 어떤 힘든 일도 넘어설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간 열리지 못했던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는 팬데믹 이후 청소년들의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 점차 회복되며 지난해 재개됐다. 교구는 청소년 단원들의 화합과 교류를 통한 신앙생활 증진을 위해 내년에도 교구대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정식 단장은 “교구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이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마음청소년수련원 관계자 등 많은 분의 도움으로 청소년 단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교구대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청주교구는 5월 31일 배티 순교 성지에서 “모두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토빗 8, 15)를 주제로 성가제 ‘찬미 예수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그동안 지구 차원 행사는 열렸지만 교구 주관 행사는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교구는 기존 지구별 경연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교구민이 하느님을 함께 찬미하며 공동체의 일치와 기쁨을 나누는 ‘공동 찬미’의 장으로 행사를 기획했다. 행사에는 교구 내 10개 지구 참가팀과 성음악원 소속 합창단을 비롯해 1100여 명의 신자, 30여 명의 교구 사제들이 참석했다. 성가제에는 각 지구 대표인 ▲중원지구 지현동본당 ▲강서지구 연합성가대 ▲상당지구 연합성가대 ▲남부지구 영동본당 ▲음성지구 연합성가대 ▲서원지구 사창동본당 ▲중부지구 두촌본당 ▲충주지구 연합성가대 ▲흥덕지구 성유대철본당 ▲청원지구 주일학교 연합 등이 무대에 올랐다. 가브리엘 성가대와 충북재활원 날개 합창단, 청주 가톨릭 시니어 합창단, 안젤루스 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이 특별 출연했다. 참가자 김지선(엘리사벳·청주 구룡본당) 씨는 “다양한 목소리로 기쁘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함께 그 모습을 즐길 수 있어 인상 깊었다”며 “교구 신자들과 함께 신앙 안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은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윤경희(마리아·청주 사창동본당) 씨는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름다운 성가를 들으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축사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노래로 기도하는 것은 두 번 기도하는 것’이라고 하셨다”며 “오늘 이 자리가 두 배를 넘어 열 배의 기도가 돼 하느님께 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구는 ‘찬미 예수의 날 행사’를 격년제로 정례화해 홀수 해에는 교구 차원에서, 짝수 해에는 지구별 행사로 이어갈 예정이다.
원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박창건 마카엘, 이하 원주 평협)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상임이사 백학현 베드로 신부, 이하 사회복지회)는 5월 27일, 자원순환 전문기업 ㈜바라임팩트(대표 강인곤 요한 세례자)와 ‘기후위기 취약계층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자원순환 실천 네트워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식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열렸으며, 신앙 안에서 창조질서 보전의 소명을 실천하려는 교회와 기업이 손을 맞잡고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 활동과 이웃사랑을 동시에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협약에 따라 ㈜바라임팩트는 교구 내 투명페트병, 알루미늄 캔, 폐지 등의 수거, 운반, 판매, 데이터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원주 평협과 사회복지회는 각 본당과 신자들, 그리고 사회복지회 산하 기관과 단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원순환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교구 입장에서는 수거 관련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교구는 기존에도 주로 투명페트병 수거활동을 했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수거 품목을 알루미늄 캔, 폐지는 물론 나아가 노트북, 휴대폰과 같은 폐디지털기기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백학현 신부는 “이번 협약은 개별 본당이나 시설 단위에서 이뤄지던 자원순환 활동을 교구 차원에서 체계화하고, 전문기업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따라 환경을 보호하고, 그 결실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주임 김유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은 5월 25일 본당의 신앙과 공동체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분당성요한성당 역사관’을 공식 개관했다. 개관식에는 김유신 신부를 비롯해 서일택(바오로) 총회장, 본당 상임위원, 그리고 신자 100여 명이 함께하며, 본당의 신앙 여정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역사관은 신앙 공동체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새기고, 다음 세대에 신앙의 유산을 전하기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전체는 세 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각 섹션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섹션인 ‘요한 연대기’에서는 본당 설립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신앙 여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성당 건립 당시의 사진과 영상 자료는 물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던 신자들의 활동이 함께 담겨 있어, 단순한 역사 이상의 울림을 전한다. 그 시절의 열정과 기도가 오늘날 본당 공동체의 기반이 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섹션 ‘본당 예술품’은 본당을 수놓은 아름다운 성예술을 조명한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제작해 상영하는가 하면, ‘구원의 역사’를 주제로 한 영상도 마련해 신자들이 신앙의 뿌리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부활상, 제대, 성수대, 스테인드글라스 등 본당 곳곳에 담긴 예술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눈과 마음이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마지막 섹션 ‘지금 우리는’ 코너에서는 본당 신자들의 현재 활동을 조명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된 다양한 순간들을 영상으로 엮어, 살아 있는 공동체의 모습과 생동감 넘치는 일상을 그대로 전한다. 김유신 신부는 “분당성요한성당 역사관은 교구 내에서 본당이 자발적으로 봉사자들과 함께 만든 첫 역사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희년 순례지정성당으로서 더 많은 이의 발걸음이 닿길 바라며, 이곳이 단순한 기록 보관의 공간이 아닌 공동체의 신앙 여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성찰하는 신앙의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인천교구 논현동본당(주임 송용민 요한 사도 신부)에는 본당 일손 돕기를 넘어, 소외된 이웃까지 섬기는 40~60대 중년 남성 신자들의 봉사·친교 단체 ‘베드로회’(회장 박경모 스테파노)가 있다. 지난 3월 창단한 신생 단체지만, 회원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지역 사회와 본당을 위한 봉사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베드로회는 본당이 기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사회 속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송용민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창단 전부터 본당에서 봉사와 일손을 도맡았던 성인 복사단의 박경모 회장을 중심으로, 대자, 동료 단원 등 총 7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한 이유는 ‘행동하는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신자뿐 아니라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준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회는 성당 내외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당 내 환경 개선 활동, 물품 운반, 텐트 설치 등 주로 남성의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을 도맡아 진행한다. 주일 오전 8시와 11시 미사 전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신자들을 위해 자가용을 이용해 집에서 성당까지 모셔다 드리는 차량 봉사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본당 사회복지분과의 봉사자들과 협력해 매달 한 번씩 지역 내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 쌀을 전달하는 나눔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창단 전인 2024년 12월, 본당 김장 나눔 행사에서도 이들은 어려운 형편의 신자 가정을 직접 찾아 김치를 전달했다. 성당 내 작업은 시설분과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즉시 지원하며, 차량 봉사 또한 회원들이 자가 차량으로 감당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직장의 일원, 가정에서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이들 회원들에게 봉사의 원동력은 ‘사람과의 따뜻한 교감 속에서 느끼는 소명 의식’이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일 때, 사랑은 그 자체로 깊은 체험이 됩니다.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던 호의도, 어느 순간 하느님의 부르심이 되더군요.” 회원 박국연(니콜라오·40) 씨는 차량 봉사를 받는 한 어르신이 “주일이면 피곤한 마음으로 성당에 오곤 했는데, 이제는 기쁘게 하느님을 뵐 수 있어 고맙다”고 전한 말을 특히 인상 깊게 기억한다. 박 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동네 몇 바퀴 도는 일’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운전기사가 되어 드렸다’는 기쁨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회원이 더 늘어난다면, 재능기부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주교구는 6월 21일 오전 10시30분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부론면 서지길2(손곡리) 현지에서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주례로 순교성지 서지마을 기념성당과 순교자기념관 봉헌식을 연다. 서지마을 기념성당과 순교자기념관은 대지면적 4348㎡, 건축면적 799.42㎡, 연면적 891.61㎡에 지상 2층 규모로 사제동과 사무동, 성당동, 기도실, 순례자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서지마을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복자 최해성(요한)과 복자 최 비르지타를 비롯해 신앙 선조들이 박해를 피해 모여 살던 교우촌이다. 충청도 홍주가 고향인 복자 최해성은 1801년 신유박해 때 할아버지가 귀양을 가자 가족들이 더욱 충실한 신앙생활을 위해 강원도 서지마을로 이사를 와서 교우촌을 이루게 됐다. 복자 최 비르지타는 복자 최해성의 고모다. 최 비르지타는 조카가 감옥에 갇히자 찾아갔다가 체포돼 순교의 길을 걸었다. 서지마을 기념성당과 순교자기념관은 옛 순교자와 신앙선조들을 기리는 장소뿐만 아니라 순교자의 신앙을 배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체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대교구 신대방동본당(주임 박근태 베네딕토 신부)은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5월 31일 660여 명의 본당 신자가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나들이를 떠났다. 신자들은 서울식물원 관람에 이어 경인 아라뱃길 선상에서 신앙 체험을 나누고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신앙 안에서 일치를 다졌다. 행사를 총괄한 양기봉(아우구스티노) 씨는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두루 참여한 대규모 행사는 단단한 믿음과 사랑으로 연결됐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