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에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고 있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됐다. 미국 태생의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명으로 레오를 선택했다. 레오 14세 교황이다. 5월 8일 오후 7시경(로마 현지 시간)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레오 14세 교황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군중의 환호에 손인사를 하던 새 교황은 선출 후 첫 ‘우르비 엣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 강복에서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평화를 빌었다. 또한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빛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의 첫 교황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 출신 두 번째 교황이다.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 출생으로 1977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입회한 레오 14세 교황은 1981년 종신서원을 하고 이듬해인 1982년에는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 교황청립 안젤리쿰에서 수학한 레오 14세 교황은 1988년부터 11년 동안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1999년에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미국관구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 11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페루 치클라요교구의 교황 대리로 임명되며 주교 서품을 받았다. 2015년 9월 26일에는 치클라요교구장으로 임명됐고, 이후 페루 주교회의 부의장, 문화 및 교육위원장, 경제평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3년 1월 30일,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라틴아메리카 교황청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됨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되었으며, 2023년 9월 30일 추기경에 서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절 주요 시노드 행사와 교황의 해외 사목 방문에 동행했으며, 복음화부, 신앙교리부, 동방교회부, 수도회부, 문화교육부, 바티칸 시국 위원회 등의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저 또한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 마음속으로 들어와,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이, 모든 민족과 모든 땅에 가닿기를 빕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냘프지만 언제나 담대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 귓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전임 교황님께서는 주님 부활 대축일 아침에 세상을, 온 세상을 축복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 축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과 또 우리 서로 손에 손잡고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앞장서 가십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인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이신 그분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 또한 저희를 도와, 그리고 서로서로 도와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한 백성이 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베드로의 후계자가 되어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도록 저를 뽑아 주신 형제 추기경님 모두에게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면서,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가 되고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들로서 언제나 노력하는 하나 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수사입니다. 성인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해 주신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우리는 다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로마 교회에 특별한 인사를 전합니다! (박수 소리) 우리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나의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하는 교회, 이 드넓은 광장처럼 언제나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현존, 대화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교회 말입니다]. 그리고 허락해 주신다면, 페루의 모든 이들에게, 특히 사랑하는 치클라요 교구에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의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 주교와 동행하고 믿음을 나누며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교회가 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 곁에 계시며,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 새로운 사명을 위하여, 온 교회를 위하여, 세계 평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이 특별한 은총을 청합시다. (성모송) 2025년 5월 8일 레오 14세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5월 9일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선출 주교회의 의장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한국 천주교회 주교들과 모든 교우는 온 마음을 다해 레오 14세 교황께 축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주교회의는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우리에게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를 세우자고 말씀하셨다”며 “교황님의 바람대로 온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님께서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시는 데에 성령께서 언제나 함께해 주시길 기도드린다”며 “교황님께서 이끄시는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 늘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축하 메시지 전문.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선출 주교회의 의장 축하 메시지 먼저 한국 천주교회 주교들과 모든 교우는 온 마음을 다하여 레오 14세 교황께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시며 주님의 큰 은총과 선물과도 같으셨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새 목자로 레오 14세 교황을 보내 주신 전능하신 하느님께 큰 기쁨과 사랑을 담아 감사 기도를 올립니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께서는 교황 이름을 ‘레오 14세’라고 명명하셨습니다. 그리고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인사하시며 우리에게 첫 강복을 주셨습니다. 이어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서로를 이어 주는 다리를 세우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교황님의 바람대로 온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 평화를 이 땅에서 이루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끝까지 전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천주교회 주교들과 모든 교우는 교황님께서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시는 데에 성령께서 언제나 함께해 주시고, 또한 교회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성모님께서 교황님을 사랑으로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 이끄시는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 늘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신 레오 14세 교황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기쁨의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2025년 5월 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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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美 시카고 시장 "멋진 건 뭐든 다 시카고에서 나왔다…교황님도요!”

전 세계 각국 정상들은 5월 8일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탄생에 축하 메시지를 잇달라 발표하고, 새 교황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영적 지도자이자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을 청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년간 선교사로 사목했던 남아메리카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교황 성하께서는 겸손과 사랑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페루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흔적을 남겼다”며 “페루를 사랑하셨던 목자께서 보편 교회를 이끌게 된 일에 감사하며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의 출신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출신 첫 교황이 탄생해 기쁘고, 미국에 큰 영광”이라며 “만나길 기대하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 교황이 태어난 미국 시카고시 브랜던 존슨 시장은 “교황님을 포함해 멋진 것들은 모두 시카고에서 나왔다”며 “얼른 고향에 돌아오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교황께서 더욱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영감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금 세계는 평화, 정의, 인간 존엄, 연민을 위한 목소리가 필요해 교황청과 협력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유럽이사회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평화, 인간 존엄, 국가 간 상호 이해를 위한 교회의 헌신에 깊은 영감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교황님과 협력해 전 지구적 도전에 대응하고, 연대, 존중, 친절의 정신을 키워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공동 성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의 조르지 멜로니 총리는 “오늘날 세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적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며 “전 세계는 교황님을 영적 지도자이자 도덕적 나침반으로 바라보며 사랑과 자선,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가르침에서 큰 힘과 위로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교황님께서 전 세계 신자들에게 희망의 길잡이자, 정의와 화해의 닻이 돼주시길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교황님께서 희망과 일치가 필요한 이 세상에서 대화와 인권 수호를 위해 힘쓰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님께서 우크라이나의 정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해 영적 지지를 보내주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 빈곤 완화, 평화와 같은 공동선 증진을 위해 교회와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교황 선출을 축하드리며 러시아와 바티칸 사이에 구축된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이 가톨릭적 가치를 기반으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은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는 교회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라며 “세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했다. 약 900만 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다니엘 샤푸 대통령은 “모잠비크 공화국의 국민과 정부는 교황님의 선출 소식을 기쁨과 환희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서울 생명위,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프로라이프 유럽’ 등 선정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에 유럽 대학생 생명 운동 단체 ‘프로라이프 유럽’과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준렬 교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장진아 교수, 안온북스 대표 서효인 시인이 선정됐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생명위)는 5월 4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제15회 생명 주일 미사’와 행사를 열고 미사 중 생명의 신비 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맞춰 해외 청년까지 대상자를 넓힌 결과, 활동 분야 본상으로 프로라이프 유럽이 선정됐다. 2019년 유럽 각국의 24~30세 젊은이들이 모여 창립한 프로라이프 유럽은 공식 학생 봉사자 137명과 협력 봉사자 300명이 거의 매주 생명 교육을 실시해 약 4000명의 학생과 1000명 이상의 생명 운동 지도사를 양성했다. 이어 허준렬 교수는 자폐증 발병 원인을 밝히고 치료 가능성을 제시해 생명과학 분야 본상으로 선정됐다.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터루킨-17 수치가 높으면 자폐증 환자 행동이 개선된다는 점과 임신 중 감염에 의한 염증이 태아의 자폐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으며, 장내 세균이 면역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 생명과학 분야 장려상은 조직 특이적인 바이오잉크를 제조한 장진아 교수에게 돌아갔다. 장 교수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프린팅 기반 인공 심장의 개발을 위한 초석인 ‘좌심실 비틀림’ 현상을 구현해 주목받았다. 또한 인문사회과학 분야 장려상으로 선정된 서효인 시인은 생명의 소중함과 존재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작품활동 및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활발한 사회 활동이 인정받았다. 제19회 생명의 신비 상 시상식은 6월 17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다. 수상자에게는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명의의 상패와 본상 1억 원, 장려상 3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생명 주일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강론에서 “교회는 올해 20주년을 맞는 생명위를 통해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무엇보다도 앞세워 지켜야 할 가치는 생명이며, 예수님을 따라 생명을 수호하고 희망의 표식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알려왔다”며 “모든 인간 생명이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 땅에 왔고 또 그분께 갈 것임을 굳게 믿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사 전후로 주교좌명동대성당 앞마당에서 열린 생명 주일 행사에는 다채로운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생명위는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고 있는 생명의 수호성인 ‘과달루페 성모’ 성화를 중심으로 생명 Q&A 전시, 태아 모형과 아기 예수님 안아보기, 성 요셉 앞에 놓인 임종하는 이의 손 모형 잡기, SNS에 태그하고 상품 받기 등을 준비했다. 생명위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많은 이들이 평소 생명의 중요성을 막연하게만 생각하다가 막상 중요한 순간이 오면 실천하지 못한다”며 “이를 위해 체험 부스에서 여러 가지를 실제로 함께 참여해 봄으로써 점차적인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 성명서 발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이하 사제단)은 5월 6일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를 규탄했다. 사제단은 “이재명 허위사실유포 2심 무죄 판결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 7만 쪽에 달하는 소송 기록을 외면하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한 일은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사법쿠데타’”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제단은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며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상관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한 사제단은 “종종 악이 선을 죽일 때도 있었지만, 선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서 악에서 우리를 구원한다”며 “모두가 힘을 보태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을 욕심에서 구원하고, 사법부의 난동을 막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전문.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 “우리는 그날 대법관들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습니다.” 1. 내란수괴가 파면되고 가까스로 제21대 대선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민주주의 회복과 안정을 기대하게 된 주권자들 머리 위에 느닷없이 불화로가 쏟아졌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너무나 사소한 두 마디를 구실로 ‘허위사실유포’라는 희대의 죄를 씌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판결을 시중에서는 사상초유의 ‘사법쿠데타’라고 부른다. 이의를 달기 어려운 명명이다. 이로써 아무리 원통하고 억울해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순순히 감옥으로 걸어가던 존중과 승복의 전통은 끝이 났다. 대법원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다. 2. 1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의 항소이유서를 검토한 2심이 무죄로 판결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소부에 배정됐던 해당 건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서 무려 7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송 기록을 외면한 채 무엇엔가 쫓기듯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상고기각’ 곧 무죄를 예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했다. 상식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먼저 ‘당선무효형’이란 말 그대로 당선자에게 해당하는 일인데 검찰과 법원은 낙선자에게, 그것도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는 식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중형을 뒤집어씌웠다. 사실 그 형벌은 숱한 감언이설로 세상을 속인 당선자의 차지여야 했다. 하지만 검찰과 대법원은 시종 엉뚱한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 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인 진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고등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판 기일을 잡았다. 후보등록이 끝나서 공식선거 캠페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5월 15일이다. 국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은 피고의 권리와 절차에 따르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최종 판결이 대선 이전에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억지를 부려온 사법쿠데타 세력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을 따를 리 만무다. 사법농단에 이어 사법쿠데타를 저지른 세력의 목표는 분명하다. 당선이 거의 확실한 야권 후보를 낙마시켜 윤석열이 버튼을 누른 내란을 완결 짓겠다는 것이다. 3. 조희대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쿠데타 세력이 빼앗으려 하는 것은 누군가의 피선거권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주권자의 선거권 박탈이 최종목표다. 하지만 그들의 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누구도 동의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하다. 저들이 억지를 쓰고 떼를 부리며 시대착오적인 퇴행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들만의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물려주고 물려받던 특권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반미치광이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오늘까지 배우고 익힌 것은 오로지 각자도생이니 그저 자신의 안위와 사익에만 골몰한다.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해서 너도나도 잘 살되 우리 모두 올바로 고르게 잘 사는 대동세상을 그들은 두려워한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모두는 하나에서 나온 하나이므로 서로 보살피는 ‘한살림’으로 대전환하는 것을 그들은 아주 끔찍하게 여긴다. 작년 12.3 비상계엄부터 최근 5.1 사법쿠데타에 이르기까지 판사 지귀연과 검찰총장 심우정,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 등이 온 국민을 기절초풍하게 만든 기괴한 일들은 그래서 벌어진 것이다. 4. 지금 수구기득권 카르텔은 이참에 민주주의 자체를 아예 멸절시키고자 일심단결, 사생결단의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역사적 반동에 반격하자면 민주시민들 또한 사력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 시퍼런 칼을 들고 와서 내 혈육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도를 대화나 타협으로 구스를 수 없다. 사법부의 난동을 막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난겨울도 그랬지만 앞으로 한 달 우리의 수고에 우리와 자식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아울러 국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데 맹수처럼 날래고 대범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명령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감히 상관하려 들지 말라! 5. 역사가 우리를 망쳐놓는 것 같아보여도 그렇지 않다. 선과 악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종종 악이 선을 죽였지만 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선은 반드시 다시 살아서 악을 구원해주었다. 이것이 역사요 어쩔 수 없는 선의 운명이다.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의 욕심을 구원하자.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29) 2025.5.6.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종합

[새 성당 봉헌 축하합니다] 서울대교구 항동본당

서울대교구 항동본당(주임 박명근 클레멘스 신부)은 5월 18일 오후 3시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170 현지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연다. 2023년 2월 1일 신설된 항동본당은 2024년 2월 3일부터 새 성당을 짓기 시작해 2월 11일 완공했다. 새 성당은 대지면적 960.2㎡, 건축면적 379.53㎡, 연면적 1663.21㎡,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주요 시설로는 지하 1층에 주차장, 지상 1층에 사무실과 만남의 방, 2층에 대성전, 4층에는 교리실과 사제관 등을 갖추고 있다. 교황청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대리석상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한진섭(요셉) 작가가 항동성당 제대, 독서대와 성수대, 지붕 십자가 등을 제작했다. 박정석(미카엘) 작가는 유리화, 한창규(요한 사도) 작가는 십자고상과 성모상, 선종훈(프라 안젤리코) 작가는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 제작에 참여했다. 새 성당은 항동(航洞)의 의미를 살려 전체적으로 배 모양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본당 주임 박명근 신부와 사목위원들은 건축비용 마련을 위해 서울대교구 12개 본당에서 모금활동을 펼쳤고, 항동성당 건축 소식을 접한 재미교포 어르신이 미화 1000달러와 함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본당 신자들은 건축 기간 동안 묵주기도 100만 단을 바치며 정성을 모았다. 박 신부는 “항동본당 설립 2년여 만에 드디어 새 성당을 완공하고 성당 곳곳에 성 미술품을 설치한 것이 꿈만 같다”며 “성전에서 예수님 고상과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를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북토크, “교황 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WYD가 기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다리를 놓는 사람’(Pontifex, 라틴어로 사제)으로서, 평화의 겨자씨 한 줌을 가톨릭 황무지에 가서 뿌리고자 하셨습니다. 선교 정신에서 방북 의사를 밝히셨죠.” 2018년 10월 18일 문재인(티모테오) 전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저는 (언제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Sono disponibile)”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화답하자 교황청에서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 외교관으로서 교황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고자 노력했던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대사는 “방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사제들에게 교황님은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라고, ‘사제가 없으니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피력하셨다”고 회상했다.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상임대표 이성훈 안셀모)는 4월 2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이 대사를 초청해 북토크를 열었다. 북토크는 이 대사가 교황청에서 지켜보고 동참했던 교황 방북 프로젝트 과정을 기록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를 주제로 열렸다. 이 대사는 “교황의 방북 의도는 자신의 방문을 계기로 북한을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해 북한 사람들을 구해 내려는 것이었다”며 “핵심 쟁점은 북한으로부터 선교의 자유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북한에 ▲가톨릭 공동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교황청이 인정하는 사제의 미사 집전을 허용하고 ▲북한 신자들이 탄압 걱정 없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하고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이들을 석방하고 ▲종교 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허용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비오 11세 교황은 소련의 스탈린과 협상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구원할 수 있고 더 큰 해악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악마와도 협상할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교황 방북 프로젝트는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후 결렬됐지만, 이 대사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다음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북미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미국, WYD에 북한 청년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한국교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려는 교황청의 뜻이 답지하면 후임 교황이 평양과 서울을 잇따라 방문하는 미래는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1) 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 지역 사각지대 종합 돌봄 실현 사업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풀뿌리 공동체인 각 본당은 복지회의 도움으로 어떤 발전적 사회복지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올해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된 본당들이 지역사회에 희망을 심고 있는 모습을 소개한다. 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주임 이종환 요셉 신부)은 ‘구의동 지역 사각지대 종합돌봄사업’ 통해 지역사회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을 보살피고 있다. 법적 문제로 수급권이 주어지지 않았거나, 정부와 민간단체로부터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들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구호를 넘어 가난한 이웃을 스스로 찾는 ‘실천’을 행함으로써 가톨릭적 본당 사회복지사업의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지역사회 복지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본당 각 구역 신자들이 공동체와 연결되기 어려운 취약계층 이웃들을 발굴하고 본당 사회사목분과에 지원 대상자로 추천하고 있다. 성당 주변에 분포한 노후 다세대주택에는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취약계층 1인 세대가 많이 살고 있다. 특히 홀몸노인은 자녀(법적 부양가족)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민간 복지 단체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또 지역 복지시설의 후원을 받더라도 병원비와 약값 등 지속적인 큰 지출 때문에 더 큰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신앙 공동체이자 지역사회 일원이기도 한 본당이 이러한 이웃들을 찾아나서면, 최소한 그들이 고립과 단절로까지 고통받지는 않게 된다. 본당 사회사목분과 실무자 양정혜(베로니카) 씨는 “약소하더라도 면밀하고 지속적인 돌봄이 결국 심적으로도 힘이 될 것이기에 결국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35개 복지 사각지대 가정이 사업을 통해 ▲격주 반찬 나눔과 두 달에 한 번 쌀 지원 ▲김장 나눔 ▲설·추석·어버이날 선물 지원을 받고 있다. 반찬은 본당 사회사목분과 반찬나눔팀 구성원들이 직접 만든다. 고기 및 생선 반찬과 국을 포함한 4가지 반찬을 보온·냉 가방에 담아 대상자들의 집을 찾아 손수 전달한다. 이는 대상자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넘어 ‘나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심리적 지지 체계도 제공한다. 4월 24일 반찬 지원을 받은 장점자(83) 씨는 “고립된 나를 기억해 주고 계속 찾아와 주니 가슴속 먹구름이 한 꺼풀 걷힌 느낌”이라고 전했다. 시력이 온전하지 않은 장 씨는 “하느님을 잘 알지는 못해도, 나보다도 힘든 이웃을 위해 기도하도록 마음을 녹여주시는 분임은 똑똑히 안다”고 말했다. 이날 장 씨 등 복지사각지대 이웃들 집을 곳곳 다니며 반찬을 배달한 본당 신자 신혜선(사비나) 씨는 “그냥 밥과 반찬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지역사회에서 전파하며 ‘실천하는 신앙’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의동 지역 사각지대 종합돌봄사업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2025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부터 더 큰 나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본당 신자들은 집수리와 청소 등 홀몸노인들의 주거환경 개선 활동과 매달 1회 미용 봉사도 펼칠 예정이다.

서울 개봉동본당, 유가족 회복 프로그램 ‘사랑골’ 마련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주임 윤성호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사고사나 돌연사로 사별을 경험한 유가족의 회복을 돕는 ‘사랑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월 23일 첫 모임을 시작한 ‘사랑골’ 프로그램은 6월 1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5시 개봉동성당 마리아홀에서 총 8회가 열린다. 총 7명의 유가족이 참여하고 있는 ‘사랑골’은 사별 유가족 돌봄 전문가인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손영순(카리타스) 수녀의 강의, 미술, 음악, 동작 테라피 전문 강사 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손영순 수녀는 4월 30일 강의에서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겪게 되는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자가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손 수녀는 “배우자나 자녀를 잃은 가족들이 가슴에 품는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거나 완전히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가족들이 그 아픔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사별의 아픔을 인정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별 가족 중에는 술에 의존하거나 다른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골’은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사별의 아픔을 덜어내면서, 건강한 지지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윤성호 신부는 개봉동본당에서 ‘사랑골’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을 잃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는 감정을 갖고 사는 분들도 많은데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면서 “‘사랑골’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처음에는 흙빛 얼굴로 왔다가 5주차가 넘어가면 묵혔던 감정이 조금씩 풀리고 점차 얼굴에 웃음기가 생겨난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에 하루 모임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본당 수도자가 모임이 없는 날에도 유가족들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모임이 모두 끝난 후에는 유가족들끼리 후속 모임을 하거나 같이 여행을 떠나는 등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