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과 우원식 국회의장은 6·25전쟁 정전 72주년을 앞둔 7월 23일 분단과 이산의 아픔, 통일의 염원을 상징하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유 추기경과 우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경 ‘잃어버린 30년’ 노래 가사가 새겨진 임진각 ‘망향의 노래비’ 앞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먼저 ‘자유의 다리’ 입구에 세워진 ‘통일로 가는 평화의 소녀상’으로 이동했다. 이 소녀상은 2019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아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 추기경은 평화의 소녀상에 손을 얹어 기도했다. 우 의장이 “전쟁과 폭력으로 희생된 인권을 상징하는 소녀상을 없애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천주교에서도 소녀상을 보존하는 일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하자 유 추기경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어 이산가족들이 통일을 바라는 마음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인 ‘통일 염원 우체통’을 찾아 엽서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었다. 유 추기경은 “마음이 뜨겁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음에는 평양에서 엽서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엽서에 썼고, 우 의장은 “마주 보는 용기에서 평화가 싹틉니다!”라고 적었다. 유 추기경과 우 의장은 6·25전쟁 당시 경의선 장단역 인근에서 무수한 총탄과 폭탄을 맞아 탈선한 채로 50여 년간 방치돼 있다 임진각으로 옮겨져 보존, 전시되고 있는 증기기관차를 바라보며 6·25전쟁의 아픔을 되새겼다. 또한 6·25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임진강 철교 교각을 활용해 복원한 인도교인 독개다리를 걸으며 북녘을 바라보았다. 독개다리는 민간인 통제구역이지만 별도 허가 없이도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함께 걸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한 유 추기경은 독개다리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성호를 긋고 잠시 눈을 감은 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유 추기경과 우 의장은 독개다리를 지나 민통선 철조망 인근 카페로 이동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유 추기경은 “남북한은 같은 민족, 같은 동포이면서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로 살아가고 있다”며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거 네 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셨지만, 레오 14세 교황님께는 방북을 요청드렸다”고 전했다. 또 “레오 14세 교황님은 미국인이시기 때문에 북미 관계를 풀어가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황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한국인 성직자로서 저도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에 임진각에 다시 올 때는, 임진각을 거쳐가는 기차를 타고 오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지난 5월 8일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을 처음 마주했을 때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실 분이라는 느낌이 머리와 가슴에 동시에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우 의장은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72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이 흘렀고, 남북은 상호 간에 불신과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며 “교황님께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방한하시면서 북한도 방문하신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 의장은 “기회가 된다면 저도 교황님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한편, 우 의장은 지난 3월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해 “유 추기경님이 ‘정의에는 중립 없다’고 말한 것이 큰 용기를 주었다”면서 “평화에도 중립은 없고, 평화는 곧 공동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과 우 의장은 대화 중 서로의 저서인 「명랑 주교 유흥식」과 「어머니의 강」을 각각 선물했다. 우원식 의장은 황해도 실향민 2세대로 「어머니의 강」은 실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7월 23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가 권력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동시에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주교단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법안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해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하려 한다”며 “이는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해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교단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권리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놓일 수는 없다”면서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생명은 임신 단계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주교단은 “앞으로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지킴이로서,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이라며 “모든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한국 천주교 주교단 성명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019년 헌법 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 찬반이 야기한 분열과 갈등에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 판결 이후, 법률적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견해를 천명하고자 합니다. 1. 법안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하여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절’ 대신 ‘중지’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하여 낙태 행위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합니다. 이는 언어의 수사적 전환을 통하여 낙태 행위를 생명을 ‘종결하는 선택’이 아닌 ‘치료적 결정’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생명을 제거하는 중대한 행위를 일상적 의료 행위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문화적 전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법안대로 낙태를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하여 모든 방식의 낙태를 제도화한다면, 실제 낙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행위에 대해서 건강 보험 급여를 적용함으로써, 국가가 공적 재정을 통하여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생명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로서, 낙태를 단순한 의료적 선택으로 통념화하고, 결국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무너뜨릴 우려가 매우 큽니다. 3. 법안은 헌법 제10조가 명시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생명의 권리, 그리고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그 생명권은 임신 단계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헌법 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간의 입법적 균형과 조화를 요구한 것이지, 생명 보호의 책임을 사실상 국가가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 개정안은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낙태를 정상적 의료 서비스로 제도화하고, 공적 자금을 동원하여 낙태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태아 생명을 도외시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4.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권리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놓일 수는 없습니다.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생명은 임신 단계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0항 참조). 또한 한국 사회가 여성이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여성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지원 속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출산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국가 권력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동시에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그러한 법과 제도는 무엇보다도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무거운 짐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태아와 여성을 서로 대립되는 존재로 보지 않고, 양자의 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참된 공동선을 향하여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공동체 전체의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생명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맡겨질 사안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거룩한 선물이기에, 우리가 모두 함께 지키고 보호해야 할 공동의 책임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 문화를 개선하는 활동, 사회 복지의 지원 활동 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앞으로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지킴이로서,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이며, 모든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태중의 생명들, 임신 중인 여성들과 생명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총과 축복, 지혜와 용기를 자비로이 내려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25년 7월 23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국정 기치로 내세우며 인공지능 기술 진흥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를 선용하기 위한 윤리적 기반 확보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0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를 선언하고, 정부 인선에서도 인공지능·정보통신(IT) 전문가를 대거 중용했다. 또 6월 20일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는 “인공지능 고속도로를 통해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며 인공지능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에 관한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6월 26일 ‘안전장치 없는 인공지능 질주, 위험하다 - 인공지능 정책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6대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지능 제품의 안전을 보장하거나 인공지능의 인권 침해를 시정하는 규율적 측면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있지만, 인공지능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인공지능기본법의 과태료 부과를 일부 유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규제 완화 쪽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교회는 인공지능 윤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8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선을 위한 인공지능 글로벌 서밋’에 메시지를 보내 “인공지능을 선용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지침과 인간을 보호하는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강조했던 부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으로 1월 28일 발표된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의 공지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도 인공지능에 있어 윤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은 선을 증진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간 발전과 공동선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좌절시킬 수도 있다”면서 “인공지능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인간 소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전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에 있어서 “최종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목적만이 아니라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도 윤리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진정한 선에 맞게 기술을 사용하도록 선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옛것과 새것」이 강조하듯,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때 그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이끄는 기준 또한 명확해야 한다. 인공지능 진흥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그에 걸맞은 윤리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1월 28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인간 지성의 관계에 관한 공지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을 발표했으며, 주교회의는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 7월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옛것과 새것」을 통해 교회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성찰하고 있는지, 또 인공지능을 선하게 이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 인간의 지적 활동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데이터 분석이나 이미지 식별, 의학적 진단에 이르는 전문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의 모든 활동을 대신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교회는 「옛것과 새것」에서 “인간 지성과 인공지능을 지나치게 동등하게 보는 것은 기능주의적 관점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교회는 “인공지능이 인간 추론의 측면들을 모방하고 특정 과제를 놀랍도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계산 능력은 그저 인간 정신의 광범위한 능력의 단편일 뿐”(32항)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탁월해도 결국 그 능력은 근본적으로 논리 수학적 구조에 한정됨을 말한다. 반면 인간 지성은 “현실의 모든 차원을 이해하고 현실에 적극 참여하는”(33항)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련된 하느님의 선물”(21항)이다. 인간의 지성은 단순히 계산이나 논리적 언어 등 기능적인 과제만을 완수하는 능력이 아니다. 이는 일부분일 뿐으로 인간 지성은 더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인간이 ‘육화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육화된 존재’란 인간 안의 정신적 부분과 물질적 부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지 않는 단일체라는 의미다. 인간의 지성과 몸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마치 인간 지성이 몸 없이도 작동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인간은 육화된 존재기에 “인간의 영은 육체 없이는 본연의 정상적인 앎의 방식을 수행하지 못한다.”(17항) 인간 지성의 성장은 “감각적 자극, 감정적 반응, 사회적 상호 작용, 그리고 각 상황의 고유한 맥락을 포함한 구체적 경험들로 형성”(31항)된다. 논리적 구조 안에서 기계 학습만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인간 지성은 “관계 안에서 발휘되며, 대화와 협력과 연대 안에서 가장 충만하게 표현된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타인과 친교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간 지성은 이런 친교를 통해 “타인과 함께 배우고, 타인을 통해 배운다.”(18항)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창조와 구원 안에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원한 자기 증여에 궁극적 기반”(19항)을 두고 있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인간은 감각적 경험과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 인간 지성의 한계를 초월한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 때문에 마치 인공적으로 인간 지성(지능)을 구현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인공지능은 사실상 인간 지성과는 비교될 수 없고, “인간 지성의 산물”(35항)일 뿐인 것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은 인간 지성의 풍요로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지성을 보완하는 도구로만 사용돼야 한다”(112항)고 가르친다. 인공지능, 선용하려면 “모든 과학 기술 성취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다.”(37항)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사용 목적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수행한 결과가 누구에게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윤리적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면에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인간 발전을 이룩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 기술이 윤리적으로 선용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물질적 부는 물론이고 정치·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소수의 기업이 기술을 지닌 만큼,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우려도 있다. 또 모든 문제를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이 팽배해져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침해당할 여지도 크다. 이에 교회는 “인공지능은 단순히 경제적 또는 기술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돼야 하며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55, 69항)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은 현실의 진정한 만남을 방해하고 인간을 고립시킬 수 있고, 어린아이의 경우 인간관계를 인공지능과의 관계처럼 도구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교회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격처럼 제시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인공지능을 이용해 속이는 것이 부도덕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교회가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범죄들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의 이론상의 위험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욱 시급하고 당면한 우려는 악의를 품은 개인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오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의 오용으로 발생하게 되는 허위 정보, 딥페이크, 사생활 침해, 자유의 억압, 그리고 전쟁 등에 관해 고찰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제언하고 있다. 교회는 “우리는 알고리즘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제약하거나 조건을 달도록 허용할 수 없고, 연민과 자비와 용서, 특히 개인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없애버리도록 허용할 수도 없다”면서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함이 존중될 수 있도록, 군사용 인공지능의 개발과 사용은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94, 103항)고 역설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이 제기한 심오한 질문과 윤리적 도전을 다루기 위해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지혜”(114항)라고 강조한다. 마음의 지혜는 인공지능이라는 이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고, 공동선을 증진하며,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고 인간의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할 수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이루는 복되고 완전한 친교로 이끈다.
7월 20일 제30회 농민 주일을 맞아 안동교구와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각 교구는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펼쳐온 ‘생명 지킴이 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안동교구·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7월 20일 안동교구 농은수련원에서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두 교구 우리농생활공동체 활동가, 가톨릭농민회원 등 160여 명이 참례했다. 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생명을 선택하며 사는 삶은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생명의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라며 “이러한 삶의 최일선에 우리 농민들과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 주일을 맞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마음으로 연대해온 생명 지킴이 운동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며 “각 본당과 가정에서는 생명 지킴이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일터로 나가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사 중 우리농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은 지난 30년간의 우리농운동을 돌아보며 두 교구가 함께해 온 도농 교류 활동과 농민·활동가들의 희망을 봉헌했다. 안동교구 농민들은 각 분회별로 양파, 쌀, 포도즙 등 생명농산물을 봉헌했다. 안동교구와 서울대교구는 지난 2001년부터 총 134차례에 걸쳐 농촌체험, 일손돕기, 결연활동, 신학생 농촌봉사활동 등 도시와 농촌이 삶을 나누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도농교류 활동을 펼쳤다. 또 1998년부터 자매결연을 맺은 본당들을 시작으로 생명농산물 직거래 나눔활동을 전개해 현재 서울대교구 30여개 본당 생활공동체가 연간 10여 개 품목의 생명농산물 나눔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자급퇴비 생산과 나눔을 위해 유기순환 농법으로 가농소를 사육하고 있기도 하다. 미사 후에는 우리농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 조별로 모여 ▲생명농산물 직거래 나눔활동 ▲도시민들과 농민들의 만남 ▲본당과 분회의 자매결연 ▲생명농업과 본당 생활공동체 활동 ▲농민과 활동가 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생명농산물 나눔 활동과 도농교류 활동 현황을 평가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도 20일 용봉동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에는 농민회원 40여 명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편, 우리농 나눔터가 있는 35개 본당에서는 농민들을 응원하는 뜻으로 떡을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대구대교구는 20일 고령성당 덕곡공소에서 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농장 축복식을 거행했다. 이밖에도 전국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20일 교구 내 본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특강, ‘우리농 지킴이’ 가입 신청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수원교구 가톨릭농민회는 20일 수원 화서동성당에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농민 주일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농민 20여명이 참석한 이날 미사에서는 농민들이 수확한 마늘, 양파, 토마토, 감자 등의 농산물이 봉헌됐다. 미사 후에는 문희종 주교와 농민, 신자들이 함께 식사했다. 춘천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20일 교구 애막골성당 모든 주일미사를 농민 주일 미사로 봉헌했으며, 생태 먹을거리 특강과 우리농 활동가 소개 시간을 가졌다.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는 20일 흥업성당에서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주례로 농민 주일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교구 가톨릭농민회 활동과 농산물을 홍보하고 조규만 주교와 농민, 신자들이 식사를 함께 했다. 청주교구 가톨릭농민회도 20일 구룡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도농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교구는 27일에도 성모성심성당에서 기념 미사와 함께 도농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전주교구는 전주 호성동성당에서 교구 농촌사목 전담 유정현(대건 안드레아) 신부 주례로 농민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중에는 ‘우리농 지킴이’와 ‘생명쌀 지킴이’ 가입 신청을 받았으며, 미사 후 우리농 장터를 열었다. 유 신부는 교구 주보를 통해 “우리 가톨릭농민회 농민들은 땅을 살리고 인간의 몸을 더 생각하는 교회의 생명윤리의 가르침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며 “농민주일 30주년을 맞아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들과 소비자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농민들에 대한 교구민들의 더 큰 관심과 기도, 행위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인천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20일 김포 청수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는 인천 우리농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우리농 직매장 친환경 먹을거리 장터가 마련됐다. 또 토종 종자 전시회와 비유전자변형(Non-GMO) 옥수수·팝콘 시식회도 열렸다. 의정부교구는 20일 경기도 양주 덕정성당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고,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의 주례로 농민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청주교구가 충청북도와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7월 14일 충청북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종교평화 문화프로그램 추진협의체 발족식’에 타 종교 대표들과 함께 참석해 이같이 협의했다. 이번 행사는 종교의 공존과 상생에 중점을 두고, 종교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발족식에 참가한 각 종교 대표자들은 프로그램 성공을 위한 추진협약을 체결하고, 실무위원을 위촉해 실무협력 기반을 다졌다. 청주교구는 이번 프로그램을 교구 내 성지와 유산을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소개하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행사를 계기로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이 약화되는 시대에 종교의 의미를 되새기며, 각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이웃 종교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종교 탐방코스 ▲문화 체험 프로그램 ▲음성 안내 오디오 북 등 현장 기반으로 운영된다. 브랜드 로고, 홍보영상 등도 제작해 종교문화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충북 종교평화 관광길 선포식’이 열린다. 이와 함께 충북 전역을 걷는 ‘공감의 길’ 행사가 시범 운영된다. 정선미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발족식을 시작으로 중원 문화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종교·평화 문화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종교문화 자산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발족식에는 김 주교를 비롯해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황순환 충북기독교연합회장, 정덕 충북불교총연합회장, 신원식 충북전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광주가톨릭박물관(관장 김영권 세바스티아노 신부)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오는 7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특별전 ‘한국 독립운동과 천주교’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주관하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천주교 신자들의 활동을 조명함으로써, 오늘날 순교와 해방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한다. 앞서 지난 3월, 동일한 주제 전시가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바 있다. 전시에는 일제강점기 말 광주지목구 시절, 탄압을 받았던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사제들의 수난기를 담은 기록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신앙인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3.1운동과 천주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도운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은 ‘태극기 컬러링’과 ‘편지지에 스탬프 찍기’ 등을 통해 오늘날 자신의 신앙과 해방의 의미를 직접 되새겨볼 수 있다. 김영권 신부는 “짧은 기간 독립기념관에서만 전시된 것이 아쉬워, 교구민들께도 소개하고자 순회 전시를 기획했다”며 “이번 전시가 독립운동에 참여한 신자들의 믿음과 용기, 그리고 독립정신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개막예식은 7월 28일 오후 2시,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주례로 열린다.
광주대교구 대표단이 7월 9일부터 24일까지 자매결연 교구인 남태평양 키리바시공화국과 나우루공화국의 타라와-나우루교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자매결연을 위해 올해 1월 광주를 찾은 타라와-나우루교구장 시몬 마니 주교의 방한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표단에는 교구 총대리 김영권(세바스티아노) 신부를 비롯해 김용운 신부(시몬·광주대교구 운암동본당 주임), 안나재단 이사 김용해 신부(요셉·예수회), 안나재단 이사장으로 전남 순천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김병곤 목사가 함께했다. 안나재단은 10년 째 타라와-나우루교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1월 시몬 마니 주교의 한국 방문도 재단 도움으로 이뤄졌다. 키리바시는 전체 인구의 약 50%, 나우루는 약 33%가 가톨릭 신자로, 두 나라 모두 신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두 나라를 관할하는 교구의 전체 사제 수는 32명으로, 한 명의 사제가 2~3개 본당을 맡고 있으며, 사제 한 명이 주일 하루 10대의 미사를 봉헌해야 할 정도로 사목 여건이 열악하다. 대표단은 이번 방문에서 사제 파견 가능성, 기후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현지 사제들의 치료 지원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김영권 신부는 “가난하고 어려운 교구와 연대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교회 안에서 중요한 역할”이라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타라와-나우루교구 젊은이들을 초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현지에서 타라와-나우루교구 사목위원이자 키리바시공화국 국회의원인 테투아 의원, 나우루공화국 이사벨라 테코 교육·법무부차관 등과도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심각한 물 부족으로 삶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테투아 의원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한 섬에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기증받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여전히 물을 수입하고 있다”며 “한국이나 개발 파트너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이전받아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두 나라의 환경은 열악하지만, 가톨릭 신자들은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다”며 “기후 위기에 대한 연대와 나눔은 온 교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주대교구도 파리외방전교회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의 도움을 받고 성장했듯, 우리도 인적·물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타라와-나우루교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이 7월 18일 항동본당(주임 박명근 클레멘스 신부)을 방문해 본당 공동체를 격려하고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2023년 2월 1일 설립된 항동본당은 교구 233개 본당 중 가장 역사가 짧은 본당이다. 염 추기경은 성모자상 앞에서 기도를 먼저 드린 뒤 박명근 신부, 김명철(미카엘) 사목회장 등 사목회 임원진, 장인홍(도미니코) 구로구청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본당 신자들은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 항동성당 방문을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염 추기경을 환영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오래 전부터 서울 구로 지역 복음화를 위해 항동에 본당이 설립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며 “주임신부님과 신자들의 오랜 기도로 새 성당을 봉헌한 신자들을 만나 기쁘다”고 밝혔다. 아울러 “레오 14세 교황님의 즉위식 날짜와 항동성당 봉헌식 날짜가 5월 18일로 같다”며 “어찌 보면 항동성당은 세계인의 관심 속에 봉헌된 성당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 중 박 신부에게 최근 발간된 레오 14세 교황 전기 「교황 레오 14세」를 선물했다. 염 추기경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탄생한 본당 신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희망의 증거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우선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구로3동본당(주임 백승준 시몬 신부)이 영화 감상과 신앙 성찰을 접목한 ‘영화와 함께하는 피정’을 열어 신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본당은 신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신앙생활을 풍성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다 올해 6월 ‘영화와 함께하는 피정’을 처음 시작해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영화와 함께하는 피정’ 두 번째 순서는 7월 19일 본당 교육관에서 1999년 작 <스트레이트 스토리>(The Straight Story)를 주제로 진행됐다. 영화는 앨빈 스트레이트라는 70대 노인의 실화다. 오랜 세월 연락을 끊고 살던 친형을 만나기 위해 잔디 깎는 기계를 개조한 차를 운전해 미국 대륙을 횡단한 끝에 형과 화해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 감상에 앞서 신자들은 백승준 신부의 안내로 에사우와 야곱이 만나는 장면을 그린 창세기 33장 4절, 사람이 하는 일을 주님께 맡길 것을 권고하는 잠언 16장 1~3절, 인내와 용서를 강조한 콜로새서 3장 13절을 묵상했다. 침묵 속에 120분 동안 영화를 감상한 신자들은 교육관 조명이 켜졌을 때 대부분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백 신부가 신자들에게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과 감상 소감을 묻자 “마지막에 동생과 형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저도 동생하고 인연을 끊고 살다가 서로 오해를 풀고 다시 만나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니 동생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 살아온 칠십 평생을 되돌아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등 신자들의 감상평이 쏟아져 나왔다. 백 신부는 “현대의 빠른 속도와 대조되는 느린 속도로 형과 화해하는 동생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따르려면 철저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 상처를 직면하는 용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내 마음에 박혀 있는 독화살을 뽑아낼 수 있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본당 사목회 박용환(안토니오) 총회장은 “‘영화와 함께하는 피정’에 신자들 반응이 좋아 8월에는 더 많은 신자를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김연범 안토니오, 이하 서울평단협)는 7월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희망 안에서 순례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 - 희년을 노래하다! 희망 콘서트’의 세 번째 장을 열었다. 이번 희망 콘서트 중에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가 ‘브뤼기에르 주교와 조선대목구 설정’을 주제로 강의했다. 조 신부는 조선대목구 설정 배경과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를 설명하고,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순교에 버금가는 선교 열정을 보여주셨고 이를 통해 조선대목구가 시작됐다”며 “지난 2023년 교황청은 브뤼기에르 주교님께 ‘하느님의 종’ 호칭을 부여했고, 계속해서 주교님의 시복시성을 위해 노력하는 중에 다시 한 번 주교님의 열정을 되새기는 시간이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