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가톨릭연극협회 극단 ‘여명’, 은평의 마을서 첫 ‘플레이백 시어터’ 공연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1 발행일 2018-07-15 제 310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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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마음속 깊은 울음, 즉흥 연극으로 함께 풀어
관객 이야기 즉석에서 재현
마음 열고 소통하도록 도와
문화 공연 통한 복음화 실천

서울가톨릭연극협회 극단 ‘여명’이 7월 7일 서울특별시립 은평의 마을 바오로관 5층 대강당에서 플레이백 씨어터 공연을 하고 있다.

노숙인 한 명이 무대에 오른다. 제주도에 갔던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낸 그는 ‘한라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서울가톨릭연극협회(회장 최주봉, 이하 서가연) 플레이백 시어터(Playback Theater) 극단 ‘여명’은 초록색 천으로 한라산을, 어머니를,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표현해내기 시작했다. 무대를 본 그는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10여 명의 노숙인이 각각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연극배우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짧은 즉흥 연극으로 만들어 선사했다.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인 서울특별시립 은평의 마을 바오로관 5층 대강당에서는 극단 ‘여명’의 첫 플레이백 시어터 공연 ‘은평의 마을에 비가 내리면’이 펼쳐졌다.

‘여명’은 서가연이 문화를 통해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극단이다. 단원들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은평의 마을에서 분기별로 공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관객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재현하는 양식의 참여 연극이다. 관객 중 한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 배우 4~5명이 이야기 중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한 사람은 천을 이용해 움직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신체 움직임과 소리로, 또 다른 사람은 간단한 손 악기로 표현한다. 교육적·치료적·예술적 효과가 높아 주류 연극계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공연 진행을 맡은 김석만(프란치스코)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서 “연극은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밝혔다.

이어 “마음의 문이 닫혀있던 노숙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으면서 소통이 시작된다”면서 “나아가 소통을 통해 관계가 개선되면 공동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이웃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연극배우 문지영(레지나)씨는 “노숙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깊은 울음을 함께 토해내고 싶었다”면서 “관객석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을 보면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겸손하게 이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주봉(요셉)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도 공연을 통해 함께 어울리자”면서 “공연을 보는 여러분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서가연은 신자들의 복음화를 이루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널리 전하기 위해 2015년 1월 창단됐다. 회원들은 가톨릭 영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연 활동을 하며, 가톨릭 공동체의 연극과 관련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