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주교님을 보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1대리구장으로 취임하는 이 순간,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아 걱정과 부담이 앞섭니다. 취임식 답사로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와 희망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주교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제가 주교로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항상 제 곁에서 모범을 보여주시고 앞서 나가셨던 공경하올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께 무엇보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 교구가 대리구제가 도입되던 그 토대를 잘 마련하신 그동안의 대리구장 신부님들, 그를 통해서 이러한 대리구제가 우리 앞에 드러날 수 있게 해주신 공경하올 최덕기 주교님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주교의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비록 교구는 달라도 같은 동료 주교로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많은 주교님들, 또 대리구장 취임에 격려와 축하를 해주신 다른 교구의 모든 주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오늘 취임식에 자리를 빛내주신 공경하올 유수일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축하와 기도를 해주신 우리 신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많이 힘들어하시고, 무엇보다 신부님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신다면 대리구장 주교로서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사실 책임이라는 부담감이 있지만,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탁하면서, 또한 동료 선배 사제들과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만남이 기쁨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이 기쁨과 함께, 이 기쁨을 통해서 제1대리구 신부님들과 함께 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책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우리 신부님들이 본당에서, 지구에서 열정을 잃지 않고 사목하실 수 있도록 다가가고 싶습니다. 신부님들이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양 냄새가 나는 목자가 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저는 우리 신부님들의 땀 냄새가 제 수단에서 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또한 다가가서 우리 신부님들을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목자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신부님들께서도 교우들을 위해 기다리고, 그들에게 달려가는 사제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교우들도 서로 신뢰하는, 특히 사제들의 사목을 신뢰하는 따스한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함께 믿고, 기다리고 다가설 때 주님께서는 풍성한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 우리의 희망, 우리의 사랑입니다. 부족하지만 주님께 용기를 청하고 성령의 이끄심에 의탁하며 제게 주어진 제1대리구장 직무를 충실히 그리고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