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구대교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현장 탐방 (중)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선교사제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8-06-19 수정일 2018-06-20 발행일 2018-06-24 제 310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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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과 가난 속에도 하느님 사랑 전하려 고군분투
병원·교통 등 기반시설 턱없이 부족 최근 파티마본당은 테러까지 당해
열악한 환경에도 순수한 신앙 유지. ‘땀땀’ 리듬 맞춰 신나는 미사 봉헌
현지 처음으로 파견된 남종우 신부, 상고어 성경·사전 만들어 선교 도와

5월 28일 장신호 주교를 비롯한 방문단이 보얄리 삼위일체본당 관할 람비공소 신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아공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는 승합차로 된 버스나 소형 승용차 택시, 오토바이 택시를 타기도 하지만 돈이 없다. 주로 이용하는 오토바이 택시에는 몸만 타는 것이 아니라 짐이라는 짐은 다 들고 탄다. 인접국가로 장사를 하러 가는 사람들은 대형트럭에 간신히 몸을 얹어, 아찔한 모습으로 수 백㎞를 이동하기도 한다. 신호등도, 가로등도 없는 도로사정은 위험천만하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병원조차 없어 많은 이들이 죽기 일쑤다.

더 안타까운 것은 당한 만큼 그대로 복수하는 현지 풍습이다. 만약 교통사고가 나면 죽은 이의 가족이나 마을 주민들이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앙갚음을 한다. 방문단이 보얄리에서 머물던 봉사자 숙소 앞에서도 큰 사고가 났다. 카메룬으로 가던 대형 트럭이 어린 아이와 그 아버지를 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사고 직후 마을 주민들이 칼을 들고 몰려와 운전자와 차에 타고 있던 한 명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

중아공에서 30년째 선교하고 있는 이영희(카타리나) 수녀는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너무 많다”며 “앙갚음하려는 주민들을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현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배재근 신부는 지난 4월 교통사고를 당해, 현재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당시 배 신부가 탄 차량은 도로변 아보카 나무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고 한다. 만약 마을로 돌진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던 배 신부는 방기 시내 파티마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하던 김정철 신부(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들꽃마을 부원장)와 함께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형호 신부(보얄리 삼위일체본당 주임)는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추기경에게 김 신부가 돌아오면 보얄리에서 함께 사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중아공으로 돌아온 김 신부는 4월 29일 파티마본당 신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본당을 떠났다.

김 신부가 떠나고 이틀 뒤인 5월 1일 파티마성당은 본당 인근 이슬람교도들의 테러로 아수라장이 됐다. 괴한들은 제대를 향해 7발의 수류탄을 던지고, 나무 위에 올라서 소총을 난사했다.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을 맞아 방기대교구 요셉회 전 회원이 파티마성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있던 때다. 이 테러로 사제 1명과 신자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느님의 큰 섭리였을까. 배 신부가 다치고, 테러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긴 했지만, 두 명의 선교사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장신호 주교를 비롯한 방문단은 5월 31일 테러가 일어난 파티마본당을 찾아가 함께 기도하고 복구지원금을 전달했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구대교구 선교사제들은 신자들 곁에 서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방문단이 김형호 신부와 김정철 신부를 따라 람비(Lambi)공소를 찾았을 때 확인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많은 신자가 공소 어귀에서부터 줄지어서 선교사제들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귀하고 순수한 신앙을 엿볼 수 있었다.

람비공소는 보얄리 삼위일체본당 관할 공소 8곳 중 가장 먼 곳에 있다. 건기에는 자주 찾을 수 있지만, 우기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기도 힘든 곳이다. 20평 남짓, 흙으로 벽을 세우고 짚으로 얼기설기 엮어 올린 공소 안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신자들로 가득 찼다. 신자들은 ‘땀땀’(아프리카 북) 리듬에 맞춰 신명나게 성가를 부르고 춤을 추며 미사를 봉헌했다.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는 “기쁘고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면서 “한국에서 온 신부님들과 함께 계속해서 주님께 의탁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호 신부는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람비 공소 신자들을 위해 시각장애인 한경하(본지 2018년 6월 17일자 21면 보도)씨가 봉헌한 성전 건립 기금으로 낙후된 공소 건물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5월 31일 방기 시내 파티마본당을 찾아 함께 기도 중인 방문단.

자동차 지붕에 짐과 함께 올라탄 주민들.

들꽃마을 봉사자 숙소 부근 도로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가해 차량이 불에 탄 그대로 방치돼 있다.

5월 28일 람비공소에서 미사를 집전한 김형호 신부가 성체를 분배하고 있다.

중아공에서는 모국어인 상고어로 미사를 봉헌한다. 중아공은 프랑스 식민지 영향으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정해놓고는 있지만, 70~80%의 사람들만 프랑스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할테지만, 그마저도 가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아공 신자들과 함께 상고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강론하는 선교사제들이 있기까지는 남종우 신부(안식년)의 역할이 컸다. 남 신부는 2012년 9월 처음으로 중아공 현지에 도착했지만,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내전이 발발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셀렉카 반군이 수도 방기(Bangui)를 완전히 점령한 것이다. 3년간 사제관에서 숨죽여 살았던 남 신부는 이때 ‘한국어-(프랑스어)-상고어’ 사전을 직접 만들었다. 상고어 문법을 정리하고, 신구약 성경 모두를 상고어로 번역했다. 이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됐고, 앞으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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